이재명 1심 무죄, 법조계-법학계 전문가에게 물어보니
김씨는 법정에서 “이 대표 요구로 거짓 증언을 했다”는 취지로 말했고, 이 대표는 김씨에게 변론 요지서까지 줬다. 하지만 법원은 이 대표가 김씨에게 위증을 요청한 사실을 인정하면서도, 이 대표가 김씨에게 부탁한 내용은 통상적이었고, 부탁할 당시 김씨가 어떤 증언을 할지 정해지지 않았기 때문에 ‘교사의 고의성’을 인정할 수 없다고 판단했다. 이 대표 요구 이상으로 거짓말을 한 김씨만 처벌받은 셈이다. 이 판결에 대한 법학계와 법조계 전문가들의 해석을 들어봤다.
25일 오후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방법원 앞에서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의 지지자들이 이 대표의 위증교사 혐의 관련 1심 재판 무죄 선고 소식에 얼싸안으며 기뻐하고 있다. /뉴스1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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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제 없다
”
◇ “피고인의 방어권 보장한 판결”
이재명 민주당 대표에 대한 무죄 판결에 문제가 없다고 평가하는 법조인들은 “피고인의 방어권 범위를 넉넉히 보장하려는 취지의 판결이었다”고 말한다.
참여연대 출신 양홍석 법무법인 이공 변호사는 26일 본지에 “이번 판결은 재판을 받는 피고인이 자신에게 유리한 증언을 얻기 위한 활동을 처벌받아야 할 위증 교사 범죄로 엄격하게 제약하지 않겠다는 의미”라며 “정당하고 바람직한 방향의 판결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그는 “그간 법원·검찰이 피고인 스스로 무죄라는 것을 확인하고 입증하려는 활동을 범죄로 보는 분위기가 있어 실무에서 변론을 하기가 쉽지 않았다”면서 “단순히 변론 요지서를 (증인에게) 보냈다고 해서 위증 교사로 일괄 처벌하는 도식은 깨져야 한다. 증언을 요청하는 구체적인 상황과 맥락에 따라 달리 판단해야 한다”고 말했다.
양 변호사는 “검찰은 증인을 법정에서 신문하기 전 사전에 불러 면담하기도 하는데, 그에 반해 피고인은 재판에 대비할 수단이 마땅치 않다”면서 “피고인과 변호인의 방어권을 더 보장하는 방향이 맞는다”고 했다. 다만 “당시 경기지사이던 이 대표로부터 유리한 증언을 요청받은 김진성씨 입장에서는 (위증하는 것이) 부담스러웠을 수 있다”며 “이 대표의 이런 요구가 위증 교사에 해당하는지는 향후 재판에서 더 따져봐야 할 문제”라고 했다.
일러스트=박상훈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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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보학 경희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이 대표와 김씨의 녹취록을 보면, 이 대표는 김씨가 모르는 부분에 대해서는 증언해달라고 요청하지 않고 ‘기억나는 대로 말해달라’고 한 것으로 보인다”며 “재판부가 녹취록을 세세하게 살펴 김씨의 위증을 이 대표가 종용하지 않았다고 판단한 것”이라고 말했다. 녹취록과 당시 정황을 있는 그대로 해석한 올바른 판결이라는 취지다. 이 대표가 김씨와의 통화에서 여러 차례 자신의 입장을 설명하거나 변론 요지서를 보낸 부분에 대해서는 “증언을 요청한 (검사 사칭) 사건이 16년 전 일이기 때문에 기억을 되살리게 하기 위한 자연스러운 행동으로 보인다. 재판부도 그래서 ‘통상적인 증언 요청’이라고 판단한 것 같다”고 했다.
서 교수는 “이 대표 요구에 따라 위증했다”는 김씨의 자백에도 이 대표가 무죄를 선고받은 것은 자백의 신빙성 문제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김씨는 수사 초기 ‘위증을 안 했다’며 부인하다가 나중에 ‘위증했다’고 자백했다”며 “이 대표를 겨냥한 검찰 수사의 영향을 받아 김씨 진술이 뒤바뀌었다고 보는 것이 합리적”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이 대표 변호인단이 김씨 자백의 신빙성에 문제가 있다고 공격했을 것이고, 재판부도 이 같은 점을 참작해 증거로 인정하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 검찰의 기소 자체가 무리했던 것”이라고 했다.
김희균 서울시립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교사범은 무죄, 위증범은 유죄’인 판결이 법리적으로 불가능한 것은 아니라고 했다. 김 교수는 “실제로 김씨가 위증 범행을 저질렀다고 해도, 앞서 이 대표의 확실한 교사 행위가 이뤄졌다고 보기 어려우면 무죄를 선고할 수 있다”면서 “이번 판결은 김씨가 꼭 이 대표의 부탁을 받고 위증한 것인지, 스스로 위증하는 게 맞다고 생각해서 허위 증언을 했는지 등이 엄격하게 입증되지 않았다고 본 것”이라고 말했다. 위증 교사가 아닌 다른 일반 형사 사건에서도 교사범의 혐의가 증명되지 않아 시킨 사람은 무죄, 직접 범행을 한 사람은 유죄를 받는 경우가 종종 있다고 한다.
김 교수는 또 “통계적으로 위증범보다 교사범이 더 무거운 처벌을 받는 것은 맞지만, 교사범이 범행을 기획했다는 혐의가 명확한 증거로 나타나지 않는다면 교사 행위에 대해 예상 밖의 무죄 판결이 나올 수 있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도 “위증범의 자백 등이 있으면 위증 교사범의 혐의도 인정해 무겁게 처벌하는 경우가 많은데 (이 대표 판결은) 이례적이긴 하다”고 말했다.
그래픽=박상훈 |
“문제 있다
”
◇ “반복적 증언 요구, 방어권 넘어서”
이재명 민주당 대표의 ‘위증 교사’ 사건 1심 판결에 비판적인 법조인과 법학자들은 ”재판부가 위증 교사의 범위를 너무 협소하게 해석했다”고 지적했다. 박광민 성균관대 법학전문대학원 명예교수는 “재판부가 ‘이 대표에게 위증 교사의 고의가 없었고, 이 대표의 증언 부탁이 방어권의 정도를 벗어나지도 않았다’고 판단한 것은 법리적으로 납득하기 어렵다”고 했다.
박 명예교수는 “형사소송법은 피고인에게 충분한 방어권 행사를 보장하고 있지만, 그렇다고 방어권 범위를 넘어서는 행동을 하면 안 된다”고 했다. 이어 “이 대표는 김진성씨가 ‘내용을 모른다’고 했는데도 계속 사건에 관해 묻고 변론요지서까지 보냈다”면서 “이는 위증의 고의를 갖고 있지 않았던 김씨에게 위증을 적극 요청한 것으로, 방어권 보장 범위를 넘어섰다고 봐야 한다”고 했다.
박 명예교수는 “고의성이 주관적 판단 요소이긴 하지만, 이 대표의 행동 등 주변 정황으로 이 대표에게 위증 교사의 고의성이 있다고 충분히 판단할 수 있다”면서 “1심 판결은 항소심에서 뒤집힐 거라고 본다”고 했다.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의 위증교사 사건 1심 선고를 앞둔 25일 보수 단체가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방법원 인근에서 이 대표 법정 구속 촉구 기자회견을 열자 참가자들이 손팻말을 들고 있다. /연합뉴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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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창현 한국외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도 “법원이 ‘고의성’ 기준을 너무 좁게 해석한 것 같다. 기교적인 판결”이라고 평가했다. 이 교수는 “이 대표는 ‘기억나지 않는다’는 김씨에게 여러 차례 연락해 반복적으로 증언을 요청했는데 당시 이 대표는 경기도지사였고 김씨는 백현동 사업에 관여돼 있었다”면서 “두 사람의 지위와 연락 경위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했을 때 이 대표에게 위증 교사의 고의성이 있다고 보는 게 타당하다”고 했다.
이 교수는 또 “이번 판결은 좋게 말하면 ‘예민한’ 판단이지만 나쁘게 말하면 ‘좁고 기계적인’ 판단”이라면서 “2·3심 법원이 1심의 논리를 받아들이기 어려울 것 같다”고 말했다.
실제 법원 내에서는 “이번처럼 당사자 간 지위, 상황, 관계 등을 충분히 고려하지 않고 논리를 구성할 경우 교사·방조 행위에 대한 인정 범위 자체가 좁아질 수 있다”는 우려의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그래픽=백형선 |
차장검사 출신인 박찬록 법무법인 해송 변호사도 “‘위증범은 유죄, 위증교사범은 무죄’라는 법원 결론은 극히 이례적”이라고 말했다.
박 변호사는 “위증범에게만 유죄를 선고하려면 위증범이 위증으로 얻을 독자적 이익과 범행 동기가 있다고 인정돼야 한다”면서 “이번 사건의 경우 김진성씨는 위증을 해서 얻을 수 있는 이익이 아무것도 없었고, 이 대표만 이익을 보는 구조였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이 대표가 교사하지 않았다면 김씨가 홀로 처벌을 감수하면서까지 위증했다는 것인데 납득하기 어렵다”고 했다.
박 변호사는 또 “법원은 ‘이 대표는 김씨와 통화 당시 김씨가 어떤 진술을 할지 알 수 없었다’고 하지만 이 대표는 김씨에게 변론요지서와 증인신문사항을 미리 보냈다”며 “암묵적으로 김씨에게 ‘특정 방향으로 증언해달라’고 요청한 것으로 봐야 한다”고 했다.
박 변호사는 “어떤 위증교사범도 ‘위증해달라’고 명시적으로 말하지 않는다”면서 “이 대표가 통화 중 ‘사실대로 이야기해달라’는 말을 하긴 했지만 이는 ‘양념’에 불과하고, 허위 증언 요청 목적이 있었다고 보는 것이 상식적”이라고 말했다.
이재명 대표 위증 교사 사건 1심 판단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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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조계에선 이번 판결을 두고 “형사 재판 피고인이 증인에게 유리한 증언을 유도하려는 행위가 더욱 빈번해질 것”이란 말도 나온다. 그간 피고인이 증인에게 직접 연락해 재판 상황을 설명하며 구체적 증언을 부탁하는 것은 금기처럼 여겨져왔다. 증인에게 거짓 증언을 요구했다는 의심을 받을 수 있기 때문이다.
대형로펌 소속 한 변호사는 “이번 판결은 위증 교사가 성립하려면 증인에게 위증할 마음을 갖게 하거나 명시적·구체적 행위를 지시해야 한다는 의미로 읽힌다“며 ”‘이 정도로는 증언을 유도해도 문제없구나’라고 생각하는 변호사들만 신나게 됐다”고 말했다.
[방극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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