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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27 (수)

[단독]800만명 이용 사이트서 음란물 유통… 年 100억 번 운영자 체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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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2P 사이트의 디지털 성범죄 확산… 아동청소년 등장 음란물도 유통

붙잡히면 “개인간 거래” 빠져나가… “모두 잡기엔 한계, 광고 차단해야”

경찰, 사이트 운영자 불구속 송치

동아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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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인 간 거래(P2P) 사이트에서 아동 성착취 영상 등 음란물을 대량 유통해 한 해에 100억 원씩 벌어들인 사이트 운영자가 붙잡혔다. 이 사이트를 이용한 회원만 약 800만 명에 달한 것으로 알려졌다.

● 아동청소년 음란물도 유통… 혐의 입증 어려워

서울 서초경찰서는 이달 14일 아동청소년의 성보호에 관한 법률 위반 및 방조, 저작권법 위반 및 방조 등의 혐의로 이 사이트 운영자인 이모 씨(43) 등을 검찰에 불구속 송치했다. 이 씨는 사이트를 통해 허가받지 않은 음란물 최소 5000개 이상을 지속적으로 유통한 것으로 확인됐다. 개중에는 ‘자녀한테 성교육’ ‘교복 입은 아이’ 등 아동청소년이 등장하는 음란물도 있었다.

P2P 사이트는 불법 음란물 등 디지털 성범죄물 유통의 온상이 되고 있다. P2P 사이트란 인터넷에서 개인과 개인이 직접 파일을 공유하는 사이트로, 운영 자체는 합법이지만 허가를 받지 않은 유료 콘텐츠, 음란물 등을 유통하는 것은 불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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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달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 소속 이훈기 더불어민주당 의원실이 방송통신심의위원회(방심위)에서 받은 자료에 따르면 방심위는 올 1∼7월 총 4만2407건의 디지털 성범죄물에 대해 플랫폼에 시정 요구를 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 중 99%(4만2138건)는 P2P 사이트 및 해외 불법 사이트에 올라왔다. 트위터는 188건, 텔레그램은 78건이었다.

동아일보 취재를 종합하면 이 씨는 음란물을 많이 업로드한 사이트 이용자들에게 수익을 더 많이 배분해주는 방식으로 유통을 독려했다. 예를 들어, 음란물 1건을 올리면 해당 수익의 20%를 주지만 대량으로 올리면 최대 50%까지 주는 식이다. 나머지 금액은 모두 이 씨와 법인의 몫으로 돌아가 대량의 수익이 생겼다. 경찰 관계자는 “불법 스트리밍 사이트가 우후죽순 생겨나며 P2P 사이트 수요가 예전보다 줄자 성범죄물 및 음란물 유통으로 수익을 창출하는 경우가 늘고 있다”고 말했다.

문제는 P2P 사이트를 통해 음란물을 유통해도 저작권법이나 아동청소년법 위반으로 처벌하기 어렵다는 점이다. P2P 사이트 운영 자체는 합법이다. 이들은 경찰에 붙잡혀도 “사용자들이 음란물을 업로드하거나 공유하는 것을 몰랐다. 우리와는 상관 없이 자기들끼리 벌인 일”이라고 발뺌하기 때문에 경찰이 혐의를 입증하기 어렵다.

이번 사건의 경우 경찰은 이 씨의 혐의를 입증하기 위해 이 씨가 사이트 모니터링(관리 감독)을 충분히 하지 않았다는 점을 밝혀내는 데 주력했다. 이후 이 씨는 경찰에 범행을 시인한 것으로 전해졌다.

● “일일이 잡기 힘들어, 광고 수익 끊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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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씨가 운영한 P2P 사이트뿐만 아니라 불법 스트리밍 사이트들 역시 불법 영상물이 올라오고 있다. 방심위가 저작권법 위반 등으로 접속을 차단한 사이트 건수는 2021년 3517건에서 지난해엔 7176건으로 늘었다. 비슷한 사이트 대부분이 해외에 서버를 두고 운영하는 탓에 운영자를 특정하기가 쉽지 않다는 점을 고려하면 실제 불법 스트리밍 사이트 규모는 훨씬 클 것으로 보인다.

이 같은 불법 스트리밍 사이트는 단순히 유료 콘텐츠를 불법 유통하는 데 그치지 않는다. 이들은 더 나아가 도박이나 성인물, 성매매 사이트 등을 불법으로 홍보해주고 광고 수익을 올린다. 최근 운영자가 검거된 누누티비는 역시 불법 광고로 최소 333억 원의 부당 이익을 취한 것으로 알려졌다.

불법 영상물을 유통하거나 이를 이용해 수익을 올리는 이들을 일일이 다 잡아들이는 것은 현실적으로 쉽지 않기 때문에 근본적으로는 ‘돈줄’을 끊어야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한국저작권진흥원은 관련 보고서를 통해 “불법 사이트의 광고를 차단해 운영자들의 주 수입원을 원천 봉쇄해야 한다”며 “영국이나 유럽연합(EU), 미국은 광고 차단 업무에 권리자(광고주)를 참여시키거나 (저작권) 침해 웹사이트 목록을 작성하여 관리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채완 기자 chaewani@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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