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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31 (화)

4조 들인 삼성 반도체 핵심기술 中 유출… 연구원 등 30명 추가 입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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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도체 임원 출신, 中에 회사 설립

한국 기술인력 뽑아 시제품 생산

경찰 “해외 용의자 인터폴 수배 요청”

“경제안보 위협, 강력 처벌을” 지적

동아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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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반도체 기술의 중국 유출 사건을 수사 중인 경찰이 전직 반도체 기업 임직원 등 30여 명을 추가 입건하는 등 수사를 확대하고 있다. 이 중 해외에 체류 중인 용의자들에 대해서는 인터폴에 수배를 요청하는 등의 조치를 검토 중이다. 국가경쟁력과 직결된 반도체 기술이 유출될 경우 피해 규모가 수조 원에 달하기 때문에 강력한 수사와 처벌이 필요하다는 지적도 나온다.

● 중국 건너간 韓 반도체 전문가 30여 명 수사

10일 서울경찰청 산업기술안보수사대는 산업기술법·부정경쟁방지법 위반, 업무상 배임 등 혐의를 받는 전직 삼성전자 및 하이닉스 반도체 부문 출신 임원 최진석 씨(66)와 전 삼성전자 수석연구원 오모 씨(60)를 5일 구속 송치했다고 밝혔다.

경찰은 최 씨가 중국에 설립한 회사 ‘청두가오전 하이테크놀로지(CHJS)’에 근무했던 인력 30여 명에 대해서도 수사를 진행 중이다. 이들은 대부분 한국 반도체 기업에서 일하다가 중국으로 기술을 빼돌리기 위해 최 씨의 회사로 넘어간 것으로 알려졌다. 경찰은 최 씨의 회사가 이들을 채용하는 과정에서 불법 인력 유출이 있었는지 등에 대해 수사할 방침이다.

경찰에 따르면 청두가오전 공장은 경찰 수사 이후 운영이 중단됐다. 하지만 중국에선 청두가오전의 전현직 반도체 전문가들이 관련 특허를 계속 출원하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동아일보 취재팀이 청두가오전 소속 연구원 20여 명이 2022년 5월부터 2년여간 중국 국무원 산하 국가지식산권국에 신청한 발명 출원 목록 180여 개를 확인한 결과, D램 특허도 일부 포함돼 있었다. 한 연구원은 올 6월 ‘반도체 구조물의 제조 방법 및 반도체 소자의 제조 방법’이라는 특허를 출원했다. D램 장치 소형화에 필요한 기술로 알려졌다.

경찰 관계자는 “이번 사건은 통상 국내 엔지니어 1, 2명이 이직하는 수준의 기술 유출 사안과는 다르다”며 “국내 반도체 업체 임원 출신이 직접 중국 지방정부와 합작해 한국 기술로 반도체 생산을 시도했다는 점에서 경제 안보의 근간을 뒤흔든 사안”이라고 설명했다.

● 中 건너간 인력들, 해고당하고 지원금도 못 받아

앞서 경찰에 따르면 최 씨는 삼성전자 임원 퇴사 후 2020년 9월경 중국 청두시로부터 약 4600억 상당의 투자를 받아 청두가오전을 중국에 설립했다. 중국 중앙 정부와의 직접적인 연관성은 발견되지 않았지만, 최소한 지방정부 차원에서는 한국 반도체 인력의 중국 취업과 관련 기술 유출을 인지하고 있었을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경찰에 따르면 최 씨는 오 씨를 비롯한 한국 인력을 영입해 삼성전자가 4조3000억 원가량을 들여 개발한 20나노급 D램 반도체 기술 관련 공정도 700여 개를 중국으로 빼돌려 사용했다. 최 씨는 2021년 12월경 중국에 반도체 D램 제조공장을 세운 뒤 2022년 4월경 시제품 생산에 성공했다. 통상 업계에선 원천 기술 없이 새로운 세대의 D램 반도체를 개발하려면 최소 5년 이상 걸리는 것으로 알려졌다.

경찰 수사가 시작되자 청두가오전은 한국 기술자들을 ‘장기 휴직’ 처리하는 등 사실상 해고했다. 이직 당시 약속한 자녀 교육비와 주거비 등 각종 지원금도 철회한 것으로 알려졌다. 경찰 관계자는 “(중국이) 각종 복지 혜택을 내걸어 국내 연구자들을 현혹하지만 실상은 성과가 안 나와 금방 해고되는 경우가 많다”고 설명했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등 국내 주요 반도체 업계에서는 기술의 중국 유출이 잇따르는 것에 우려를 표하는 분위기다. 특히 대부분의 기술 유출은 지인이나 동료 연구원 등 소위 ‘인맥’을 통해 이뤄지는 경우가 많아 원천 방지에 한계가 있다는 지적이다. 국내 반도체기업 관계자는 “함께 근무했던 동료나 협력사 등 사람을 통해 기술을 빼가는 경우는 기업 자체에서 통제하기 어려운 부분이 있다”며 “강력한 처벌이 최선의 예방책”이라고 말했다.

주현우 기자 woojoo@donga.com
임재혁 기자 heok@donga.com
전남혁 기자 forward@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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