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유종 정책사회부 차장 |
2019년부터 지난해까지 5년째 출산율 전국 1위에 오른 전남 영광군. ‘영광 굴비’로 대표되는 수산업과 농업, 제조업 등이 골고루 발달한 지역이지만 고령인구 증가, 청년층 유출 등 지방소멸 위험 징후는 곳곳에서 포착되고 있다. 1970년대 15만 명에 달하던 영광군 인구는 지속적인 감소로 2000년 7만3168명, 올해 10월 기준 5만1948명으로 줄었다.
저출생 고령화 현상이 심화되면서 전국 곳곳에선 인구소멸 위기가 코앞에 다가왔다는 아우성이 들린다. 한국고용정보원 분석에 따르면 올 3월 기준으로 전국 288개 시군구 중 소멸위험지역은 절반에 가까운 130곳에 달한다. 광역시 전체 45개 구군 중 소멸위험지역도 21개나 된다.
그렇다면 한국과 비슷한 사정을 겪는 일본은 어떨까. 일본은 1970년대부터 지방소멸 대응 정책을 펼쳤다. 5년간 인구감소율 10% 이상인 지역을 과소지역으로 정의하고 이들 지역을 대상으로 긴급조치를 할 수 있는 법적 근거를 만들었다. 지방창생 정책을 지속적으로 추진하며 지방 인구소멸을 최대한 막는 데 노력을 기울였다. 특히 지역부흥협력대 사업은 상당한 성과를 냈다는 평가를 받는다. 이는 일본 총무성이 2009년부터 추진한 사업으로 1인당 연간 480만 엔(약 4500만 원) 상당의 지원을 받고 인구 과소지역으로 주민등록을 옮기면 특산품 개발, 농수산업 종사, 주민 지원 등을 하며 지역에 정착할 수 있도록 도와주는 제도다. 2022년 기준으로 6477명이 과소지역에 주민등록을 했으며 1∼3년 동안 정부 지원을 받은 뒤 65%가 해당 지자체나 인근 지자체에 정착했다. 정착한 이들의 30%가량은 카페, 레스토랑, 게스트하우스 등을 열며 인구소멸 지역에 활력을 불어넣고 있다.
한국 정부도 2021년 10월 출생률, 고령인구, 유소년인구, 생산가능인구 등을 고려해 인구감소지역을 지정하고 있다. 지금까지 기초자치단체 89곳이 지정됐는데 이들 지역에는 2022년부터 2031년까지 매년 1조 원씩 총 10조 원의 지방소멸 대응기금이 지원되고 있다.
그런데 사업 초반임에도 벌써 잡음이 나온다. 국회 예산정책처에 따르면 올해 정부는 인구감소지역 대응 사업 예산을 8조9000억 원이라고 밝혔으나 이 중 6조1000억 원(68.5%)은 인구감소지역 밖에서 시행되는 사업이거나 관련성이 떨어지는 사업의 예산이다. 일부 지자체는 신항만 개발, 재해안전항만구축 등을 인구감소 대응 예산으로 분류하기도 했다. 한 자치단체는 분수 광장을 설치하면서 사업비의 절반가량인 10억 원을 ‘지방소멸대응기금’으로 집행했다가 논란이 되기도 했다.
사실 인구감소지역 상황은 지역마다 다르다. 일부 지역의 경우 출산율이 의외로 높은 편이기도 하다. 글 처음에 언급한 전남 영광군은 2022년 기준으로 합계출산율이 1.803명에 달한다. 또 전북 임실군(1.560명), 경북 군위군(1.486명) 등도 인구감소지역임에도 비교적 출산율이 높았다. 출산율 높은 인구감소지역의 경우 청년층 수도권 이동이 지역 인구 감소의 주원인이다. 반대로 생각하면 이들이 정착할 수 있는 지원책을 마련한다면 인구 감소가 상당 수준 늦춰질 수 있다는 뜻이기도 하다. 지역 대학 지원, 지역 일자리 창출 등 맞춤형 지원이 이들의 정착률을 높일 수 있을 것이다.
이유종 정책사회부 차장 pe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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