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리 올림픽에서 인생 최고의 순간을 맞은 장갑석 한국 사격대표팀 총감독이 총을 쏘는 자세를 취하고 있다. 이헌재 기자 uni@donga.com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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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헌재 스포츠부장 |
애주가로 유명한 장갑석 한국 사격대표팀 총감독(64)은 지난해 12월 금주(禁酒)를 선언했다. 휴가를 받아 집에 돌아왔을 때도 금주를 실천했다. 가족 모임에서는 술 대신 물을 마셨다. 피할 수 없는 회식 자리에는 무알코올 맥주를 가져갔다.
그가 이끈 한국 사격대표팀은 올해 파리 올림픽에서 역대 최고 성적을 냈다. 반효진, 오예진, 양지인 등이 금메달을 따냈고 박하준-금지현, 조영재, 김예지 등은 은메달을 획득하며 금 3, 은메달 3개를 수확했다.
그는 자신이 술을 마시지 않는 대신 훈련장에 나온 선수들에겐 ‘3C 금지령’을 내렸다. 3C는 휴대전화(Cellular), 커피(Coffee), 담배(Cigarette)의 영어 머리글자를 딴 것이다. 그는 “너 나 할 것 없이 틈날 때마다 휴대전화를 보더라. 휴대전화를 오래 볼수록 집중력이 떨어지고 시력이 나빠지는 건 누구나 아는 사실”이라며 “연습을 실전처럼 하라는 말이 있다. 그런데 누가 실전에 나가서 담배를 피우고 커피를 마시나. 선수들이 내 말을 듣게 하기 위해서 나부터 내가 가장 좋아하는 술을 포기했다”고 말했다.
평소 ‘호랑이 선생님’으로 불리던 그는 이번 대표팀에서는 인자한 감독 선생님이 됐다. 지적보다 격려, 비난보다는 칭찬으로 선수들을 대했다. 그가 선수들에게 가장 많이 했던 말은 “네가 최고야”였고, 가장 많이 했던 동작은 ‘엄지 척’이었다. 여름 올림픽 100번째 금메달의 주인공 반효진이 노트북 상단에 붙여 화제가 됐던 ‘어차피 이 세계 짱은 나다’라는 문구도 같은 맥락에서 이해될 수 있다.
그는 연말을 맞아 종종 술자리를 갖는다. 술을 자주 마시지만 확고한 원칙은 있다. 취해서 비틀거릴 정도로는 마시지 않는다는 것이다.
또 일 년에 두 차례 정도 ‘한 달 금주’를 실천한다. 그는 “전날 술을 마셨는데 아침에 숙취가 가시지 않을 때가 있다. 몸이 좋지 않다는 뜻이다. 그러면 그날부터 몸이 회복할 때까지 아예 술을 입에 대지 않는다”고 했다.
운동도 열심히 한다. 골프를 좋아하는 그는 연습장에서 땀을 흘릴 정도로 스윙을 많이 한다. 그는 “일주일에 3번가량 연습장에 가서 1시간∼1시간 반가량 운동을 한다. 제대로 스윙을 한 덕분에 뱃살이 쏙 들어갔다”고 했다. 걷는 것도 좋아한다. 어지간한 거리는 차를 이용하기보다는 걸어서 간다. 필드에 나가서도 카트를 타지 않고 걷는 쪽을 선호한다. 핸디 5의 싱글 플레이어인 그는 “골프와 사격은 비슷한 점이 많다. 사격이 한 치의 오차를 허용하지 않는 것처럼 골프도 스윙에 조그마한 틈이 있으면 공이 원하는 방향으로 가지 않는다. 어드레스부터 팔로까지 매 순간 집중해야 한다”고 말했다.
중학교 때 사격을 시작해 50년 넘게 사격과 인연을 맺어오고 있는 그는 내년 2월 65세가 된다. 하지만 그의 새로운 인생은 보통 사람의 정년 나이에 다시 시작이다. 그는 향후 2년 더 한국 대표팀 총감독직을 수행한다. 2026년 나고야 아시안게임까지가 임기다. 장 감독은 “파리 올림픽을 통해 발굴한 유망주들이 잘 커갈 수 있도록 뒷받침하는 게 목표”라면서 “이후에도 사격과 관련된 봉사를 하면서 살아가고 싶다”고 말했다.
이헌재 스포츠부장 uni@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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