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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9.15 (일)

급속히 늘어나는 중국 核, 제동 걸릴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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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이터 “설리번, 군축 회담 제의”

중국이 빠른 속도로 핵탄두 보유량을 늘리며 전 세계적인 핵확산을 주도하는 가운데 미국이 중국과 핵군축 회담 재개를 시도 중이라는 보도가 나왔다. 29일 로이터는 미 정부 고위 당국자의 발언을 인용해 “27일부터 사흘 일정으로 진행된 제이크 설리번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의 방중 기간에 이 문제가 논의됐다”고 전했다. 설리번은 방중 기간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과도 회담했는데, 이 자리에서 핵군축과 관련한 메시지가 전달됐을 수 있다는 것이다. 유럽(러시아·우크라이나)과 중동(이스라엘·하마스)에서 벌어지는 ‘두 전쟁’이 장기화하며 세계 정세가 극도로 불안해지자 G2(미·중)가 ‘관리 모드’로 전환하기 위한 방안을 모색하고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미 정부 당국자는 이날 로이터에 “(양국이 회담 재개를 위해 노력하는 건) 재앙과 같은 오판의 가능성과 위험을 줄일 조치에 대해 대화해보자는 취지”라며 “그간에도 중국과 이 주제(핵군축)와 관련한 대화를 해왔다는 점에서 제한적이나마 기회가 있다고 본다”고 밝혔다. 이어 “(중국과의 핵군축 대화가) ‘뉴 스타트’(New START·신 전략무기 감축협정) 같은 대화일 필요는 없다. 작은 규모의 합의도 의미가 있다”고 했다. 뉴 스타트는 미국과 러시아가 양측의 핵탄두 수를 각각 1550기로 제한하는 내용으로 2010년 체결된 협정이다.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지난해 파기를 선언하면서 사실상 폐기 수순으로 접어들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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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9일 중국 베이징에서 만난 시진핑(오른쪽) 중국 국가주석과 제이크 설리번 미국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로이터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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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이 중국과의 갈등 국면에서도 핵군축 대화 재개에 나서는 것은 중국의 핵무장에 대한 경계심 때문으로 풀이된다. 조 바이든 미 대통령은 지난 3월 새로운 ‘핵 운용 지침(Nuclear Employment Guidance)’에 서명했는데, 새 지침은 중국이 2035년까지 핵탄두 1500기를 배치한다는 가정 아래 만들어졌다고 알려졌다. 현재 중국이 보유한 총 핵탄두가 약 500기 정도로 추정(스톡홀름 국제평화연구소 집계)된다는 점을 감안하면 앞으로 10년에 걸쳐 중국의 핵전력이 매우 빠른 속도로 늘어날 것으로 미국은 보고 있다는 뜻이다. 뉴욕타임스는 “개정된 지침엔 중국의 핵이 통제되지 않을 경우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발발 이후 빠르게 가까워진 북한·러시아의 ‘핵 공조’가 가속될 가능성에 대한 우려도 반영됐다”고 전했다.

중국을 방문한 미국의 ‘외교 책사’ 설리번을 중국 최고지도자인 시진핑이 직접 만나준 것은 그가 바이든 행정부의 중요 메시지를 들고 왔기 때문이란 평가도 나온다. 베이징의 한 외교 소식통은 “설리번이 이번 방중 기간에 왕이 외교부장, 중국군 이인자인 중앙군사위 부주석 장유샤에 이어 시진핑까지 만난 것은 이례적”이라고 말했다. 백악관은 지난 28일 “설리번과 왕이가 만나 수 주 안에 미·중 정상 간 통화를 하기로 합의했다”고 발표했는데, 조만간 이뤄질 양국 정상 간 대화를 통해서도 핵군축의 ‘신호’가 나올 수 있다는 가능성이 제기된다. 설리번의 중국 방문은 미·중 대립 구도가 만들어지기 전인 버락 오바마 행정부 시절의 수전 라이스(2016년)에 이어 8년 만에 이뤄진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의 방중이란 점에서도 관심을 끌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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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픽=김현국


설리번은 방중 일정을 마치고 떠나기에 앞서 베이징에 있는 중국 주재 미국 대사관에서 기자회견을 하고 “모든 회담에서 상대방에게 한반도의 완전한 비핵화를 위한 미국의 헌신을 강조했다”며 “양안(중국과 대만)·남중국해·유럽 안보·우크라이나와, 이전에는 예측할 수 없었던 많은 현안에 대해서도 논의했다”고 말했다. 양측 간 비공개로 논의한 별도 현안이 있음을 시사한 것이다.

미·중 정상 간 대화가 재개될 가능성이 커지면서 지난해 11월 미 워싱턴 DC에서 개최됐다가 접점을 찾지 못하고 끝난 미·중 핵군축 대화가 속개될지 주목된다. 앞서 미국은 지난 5월에도 중국 측에 핵무기 통제 회담 제의를 했지만 중국 측이 거부했었다. 당시 미국은 중국과의 위기 소통 개선, 전략 탄도미사일 시험 발사 전 통지 제도화, 우주 긴장을 낮추기 위한 노력 등을 대화 주제로 제의했었다. 중국은 아직은 신중한 입장이라고 알려졌다. 미국 측의 지속적인 대화 재개 노력에 중국이 호응할 경우 최근 전례 없는 지구촌의 핵 군비 증강 추세에 오랜만에 제동이 걸릴 수 있다.

1964년 최초의 핵실험에 성공하면서 핵무기를 개발해온 중국은 그동안 “핵무기를 선제적으로 사용하지 않는다”는 방침을 대외적으로 천명해왔지만, 최근 빠른 속도로 핵무장을 진행하면서 이 같은 원칙이 흔들리고 있다는 관측이 제기돼왔다. 미국 핵과학자협회는 올해 초 발간한 연례 보고서에서 중국이 고체 연료 미사일 발사를 위한 수백 개의 사일로(silo·미사일 발사 장치를 넣어 두기 위한 지하 설비)를 건설해왔다는 사실을 언급하면서 “중국의 핵무장 규모와 속도는 핵보유국 중에서도 두드러진다. 이 때문에 ‘핵 선제 미사용’ 정책에 대한 중대한 논쟁이 이뤄지고 있다”고 분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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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워싱턴=이민석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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