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 노동당 기관지 노동신문은 13일 김정은 당 총비서가 "핵무기연구소와 무기급 핵물질 생산기지를 현지 지도하며 핵탄 생산 및 현행 핵물질 생산 실태를 료해(점검)하고 무기급 핵물질 생산을 늘리기 위한 전망계획에 대한 중요 과업을 제시했다"라고 보도했다. /노동신문 뉴스1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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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이 플루토늄과 함께 핵무기를 만드는 또 다른 물질인 고농축우라늄(HEU) 제조 시설을 13일 공개했다. HEU는 플루토늄처럼 원자로나 재처리 시설 같은 대규모 시설이 필요 없기 때문에 은밀한 개발이 가능하다. 북한은 그동안 대미(對美) 협상 때 플루토늄은 협상 테이블에 올려놨지만, 우라늄 핵물질에 대해선 존재 자체를 인정하지 않았다.
그랬던 북한이 HEU 핵 시설을 처음 공개한 것은 미국의 대통령 선거를 앞둔 전략 때문이다. 자신들은 이미 공개된 플루토늄 핵무기뿐 아니라 HEU를 이용한 핵무기도 다수 확보하고 있기 때문에, 앞으로 미국과는 비핵화 협상이 아니라 핵 보유 국가 간의 군축협상을 하자는 것이다. 바이든 행정부의 대북 비핵화 전략은 실패했고, 트럼프가 재선에 성공하면 과거 같은 톱다운 방식의 ‘거래’를 하자는 의미도 있다.
북한에 HEU는 숨겨둔 카드 같은 존재였다. 2002년 처음 의혹이 제기된 HEU는 ‘2차 북핵 위기’의 원인이었고, 2019년 하노이 ‘노딜’의 핵심 이유도 HEU였다. 김정은은 영변 핵 시설과 대북 제재 해제를 맞교환하자고 했고 이걸로 타결 직전까지 갔다. 그러나 미국은 영변 이외의 핵 시설까지 폐기를 요구했고 김정은이 이를 거부하며 ‘노딜’로 끝났다. 그 시설이 바로 강선 등에 있는 HEU 시설인데 이번에 북한이 장소는 숨긴 채 내부 시설만 공개했다.
문재인 전 대통령은 회고록에서 “(제재 해제 같은) 미국의 상응 조치가 있다면 비핵화하겠다는 김정은의 약속은 진심이었다”고 했다. 그러나 문 전 대통령 말대로 김정은 말만 믿고 미·북이 영변 핵 시설과 대북 제재를 맞교환했다면 북한은 숨겨둔 우라늄 시설에서 만든 핵물질로 비밀리에 핵무기를 만들었을 것이다. 비핵화 협상이 아니라 국제적 사기 쇼가 될 뻔했다.
우라늄 농축에 필요한 원심분리기 제조에는 대북 제재 대상인 특수 알루미늄 등이 필요한데, 북한은 중국과 러시아의 묵인 또는 협조 속에 이런 품목을 손에 넣고 핵농축 시설을 만들었다. 안보리 이사국인 중국과 러시아는 이젠 대놓고 대북 제재에 손을 놓고 있다. 김정은은 우라늄 농축 공장에서 “이곳은 보기만 해도 힘이 난다. 전술핵무기에 필요한 핵물질 생산에 총력을 집중하라”고 했다. 전술핵무기는 소형 핵무기로 한국만을 겨냥한 것이다.
북이 여기까지 오기까지 한국 정치인들의 도움이 컸다. 김대중 전 대통령은 북이 핵을 개발할 리가 없다고 했다. 노무현 전 대통령은 북은 핵 개발할 능력이 없다고 하다가 핵실험을 하자 북핵은 방어용이라고 했다. 문재인 전 대통령은 북핵을 그대로 두고 제재를 해제해주자고 했다. 이들은 북이 우라늄 공장을 공개해도 또 무슨 궤변을 만들어낼 것이다.
[조선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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