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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9.14 (토)

'호황의 역설'…조선사 공동 파업 나선 이유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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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픽=박혜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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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HD현대중공업 노조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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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웨이 황예인 기자]

국내 주요 조선사들이 올해 임금 및 단체협상(임단협)에 난항을 겪자 집단행동에 나섰다. 조선사 노조는 10년 만에 찾아온 호황기에 그에 걸맞은 처우 개선이 필요하다고 주장하지만, 사측에서는 아직 별다른 움직임을 보이지 않아 노사 간 줄다리기가 팽팽해지고 있다.

조선업계 노사 간 갈등의 골이 깊어지는 가운데, 업계는 이날 진행되는 부분파업이 전면 파업으로 확장될 상황을 우려하는 모양새다. 파업의 강도가 커지고 장기화될 경우 생산 차질 등으로 인한 수익성 타격이 불가피하기 때문이다.

임단협 난항…조선업 호황기에 '찬물'



28일 전국금속노동조합에 따르면 조선업종노조연대(조선노연)은 이날 1차 공동 경고 파업을 벌이고 사업장별로 조합원 결의대회를 진행했다. 조선노연에는 국내 조선 3사와 중형 조선소 노조들이 참여하고 있다. 이번 파업의 주력은 금속노조 산하 HD현대중공업 노조(현대중공업지부)와 한화오션(대우조선해양지회) 노조다.

HD현대중공업 노조는 이날 오후 2시부터 파업에 돌입했다. 이 외 ▲현대삼호중공업지회 ▲대우조선지회 ▲케이조선지회 ▲HSG성동조선지회 등 노조도 함께 파업을 진행했다. 한화오션 노조는 오후 3시 30분께 공동 파업을 마무리하고, 뒤이어 현대중공업 노조도 오후 4시께 파업을 종료하고 해산한 것으로 파악됐다.

삼성중공업 노동자협의회는 파업에 참여하지 않고 천막농성을 통해 현장 투쟁을 벌인다고 밝혔다. 현대미포조선 노동조합은 현재 조정 신청을 진행하고 있어 아직 파업권이 없는 상태다.

조선노연은 최근 보도자료를 통해 "조선소 노동자들은 휴가 이후 원만한 타결을 위해 협상을 이어갔으나, 사측은 조선소 노동자들이 수용할 수 있는 제시안을 제출하지 않았다"라며 "오히려 적반하장으로 언론을 통해 호황기에 노동자들의 파업이 한국의 조선업 경쟁력을 떨어뜨리고 국제 신임도를 떨어뜨린다며 이번 파업의 책임을 노동자들에게 돌리고 있다"라고 지적했다.

국내 조선3사(HD현대중공업·한화오션·삼성중공업)는 과거 2015년~2016년에도 공동 파업을 결의한 바 있다. 당시 이들은 불황에 따른 임금동결 안을 반대하고, 고용안정화 및 노동조건·환경 개선 등을 요구했다.

올해 조선업계 노조의 요구안 골자는 과거와 비슷하나, 파업 배경은 다르다. 이번 파업은 국내 조선업계가 10년 만에 호황기를 맞이한 만큼, 그에 상응하는 처우 개선이 이뤄져야 한다는 목소리가 불씨를 키웠다. 그간 불황 때 미진했던 임금 인상분과 근무 환경 개선을 실현해야 한다는 게 조선사들의 공통된 입장이다.

실제 조선 3사는 치솟는 선가와 수주 랠리에 힘입어 올해 상반기 동반 흑자를 달성했다. 이들의 상반기 가동률의 경우 HD한국조선해양은 104.5%, 삼성중공업과 한화오션은 각각 112%, 101%를 기록하며 평균 가동률이 100%를 넘어섰다. 가동률 100%를 돌파한 것은 2008년 이후 16년 만이다.

실적 개선에 힘입어 HD현대중공업 노조는 올해 ▲기본급 15만9800만원 인상 ▲성과급 산출 기준 변경 ▲정년 연장 ▲승진 거부권 등 내용을 담은 요구안을 사측에 전달했으며, 한화오션 노조도 양도제한조건부 주식(RSU) 지급을 촉구하고 있다. 하지만 두 기업 모두 노사 간의 견해차가 평행선을 달리는 상황이다.

업계 안팎에서는 조선 시장이 현재 제2의 호황기를 달리고 있는 만큼 노조의 요구는 더욱 거세질 것으로 관측하고 있다. 이에 따라 조선사 노조의 파업 역시 장기화될 수 있다는 데 무게가 실린다.

전면 파업 우려…다음 달 추가 파업 예고



이번 조선사들의 파업은 부분 파업으로 진행됐으나, 노사 간 원만한 합의가 이뤄지지 않으면 추후 전면 파업으로 넘어갈 수 있다는 우려 시각이 나오고 있다.

특히 이번 파업이 장기화되면 대형 조선소인 HD한국조선해양 계열사들과 한화오션이 가장 큰 타격을 받을 것으로 예측된다. 이들 조선소는 현재 3년 치 이상의 일감을 쌓아놓았는데, 인력이 부족한 상황에서 파업 리스크까지 터지면 생산 차질이 불가피해지기 때문이다. 그렇게 되면 납기 지연은 물론, 고객사의 신뢰도 하락과 함께 피해 보상금 부담까지 감수해야 한다.

앞서 현대중공업은 2022년 4월 전면 파업을 벌였다. 당시 모회사 한국조선해양은 "1~2월 걸쳐 발생했던 부분 작업 중지 사태로 인해 357억원이 이번 분기 손실로 잡혔다"면서 "이번 4월에 추가로 부분적 작업 중지가 일어나고 있는데, 이 부분까지 고려하면 연간 1000억원 남짓의 손실이 예상된다"라고 말했다.

올해 역시 노사 갈등이 고조됨에 따라 파업 리스크로 생산관리 차질이 발생할 가능성이 존재한다. 부분 파업을 끝으로 노사 간 합의가 이뤄지면 큰 문제는 없겠지만, 갈등 악화로 노조가 전면파업에 돌입하면 업계는 수익성에 악영향을 받을 수밖에 없다.

HD현대중공업 관계자는 "수년간의 불황을 극복하고 본격적인 경영 실적 회복의 분수령이 될 매우 중요한 시기에 파업에 나서 유감스럽다"며 "추가 파업을 자제하고 교섭에 집중해 합의점을 모색해 나갈 수 있길 기대한다"고 말했다

이어 "아직 파업으로 인한 생산 차질은 없는 것으로 파악된다"며 "전면 파업 가능성에 대해서는 좀 더 지켜봐야 할 것"이라고 했다.

한편, 조선노연은 이번 경고 파업으로 사측이 별다른 안을 제시하지 않을 시, 다음 달 4일 울산에서, 9일 거제에서 공동 투쟁을 재개한다고 밝혔다. 또한 추석 전까지 교섭에 진전이 없을 경우, 다음 달 4일 대표자 회의를 통해 추석 이후 투쟁 전개를 위한 계획을 수립한다는 방침이다.

황예인 기자 yee96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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