팻 겔싱어 인텔 CEO. 사진=인텔 제공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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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웨이 김현호 기자]
"AI 시대를 위한 세계 최초의 시스템즈 파운드리인 인텔 파운드리에게도 전례 없는 기회를 창출하고 있다"
올해 2월 팻 겔싱어 인텔 CEO(최고경영자)는 인텔 파운드리를 공식적으로 출범시키며 이같이 말했다. 또 인텔은 2025년으로 계획한 18A(1.8나노=㎚·10억분의 1m) 칩 양산을 올해 연말로 앞당기고 마이크로소프트를 주요 고객사로 소개하는 등 많은 관심을 받았다. 파운드리로 '반도체 제국'의 부활을 꿈꾸는 인텔의 목표는 2030년 외부 매출 기준 세계 2위 기업이다.
하지만 출범 후 반년 만에 인텔 비전이 신기루처럼 사라질 위기에 처했다. 지난달 30일 블룸버그는 소식통을 인용해 "인텔이 역사적인 침체를 극복하기 위해 파운드리 사업을 분할하고 신규 공장 건설 계획을 백지화하는 방안을 고려하고 있다"고 밝혔다. 또 인텔은 구조조정의 일환 중 하나로 프로그래밍 가능 칩 부문과 파운드리 매각까지 고려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강성철 한국반도체디스플레이기술학회 연구위원은 "관리형 인물이 겔싱어 이전에 인텔 CEO를 맡았는데 이들이 비용 절감을 우선 추진하면서 인텔은 기술적 진보를 이뤄내지 못했다"고 설명했다. 이어 "파운드리도 10나노 벽을 넘지 못해 이전에 포기하기도 했다"며 "미국은 제조 기술력이 약하기 때문에 엔지니어를 확보하는 데 어려움을 겪고 있고 CPU(중장처리장치) 시장도 난항을 겪고 있어 파운드리 매각이 거론되는 것 같다"고 덧붙였다.
데이터센터에 쓰이는 서버용 CPU 최강자인 인텔은 AI로 반도체 수요가 CPU에서 GPU(그래픽 저장장치)로 쏠리면서 창사 56년 만에 최악의 위기를 겪고 있다. 올해 상반기에만 파운드리에서 53억달러(약 7조946억원)의 적자를 냈고 2분기 총영업손실액은 1년 전보다 93.3% 불어난 19억6400만달러(약 2조6290억원)로 집계됐다. 또 직원 1만5000명은 정리해고 대상자가 됐고 지난달 초 주가는 50여 년 만에 최대 하락 폭을 기록하기도 했다.
한국투자증권은 "경쟁사인 AMD가 데이터센터향 매출 비중을 매 분기 늘리는 반면 인텔은 CPU, GPU에서 모두 데이터센터 및 AI 수혜가 전혀 보이지 않는다"며 "컴퓨팅의 상당 부분을 GPU가 담당하게 되면서 서버 CPU TAM(시장 규모)은 구조적으로 줄고 있다"고 분석했다. 또 "서버 CPU 점유율을 AMD에 지속적으로 뺏기고 있다"며 "수십 년 동안 캐시카우였던 주력 비즈니스 규모가 축소되는 가운데 언제 이익이 날지 모르는 파운드리 투자를 지속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대만 TSMC를 따라잡기 위해 고군분투 중인 삼성전자도 파운드리에서 어려움을 겪고 있다. 삼성증권에 따르면 삼성 파운드리 사업부(시스템 LSI 포함)는 지난해 1분기부터 올해 2분기에 이어 3분기까지 7개 분기 연속 영업손실을 기록할 것으로 전망된다. 이 기간 쌓인 적자 규모만 2조9470억원으로 추정된다. 또 시장조사업체 카운터포인트리서치가 집계한 삼성전자의 올해 2분기 파운드리 점유율은 TSMC보다 49%포인트 낮은 13%에 그쳤다.
전문가들은 고객사 입장에선 공급사 다변화가 필수적이기 때문에 삼성전자가 '기초 체력'을 다질 필요가 있다고 강조한다. 강성철 연구위원은 "파운드리는 주문형 산업이기에 소수 업체로부터 기술 경쟁력을 검증받으면 삼성전자에 기회가 올 수 있다"며 "수요가 늘어나더라도 이를 파운드리로 대응할 수 있는 기업은 TSMC와 삼성전자뿐"이라고 말했다.
삼성전자는 지난 2022년 6월 세계 최초로 GAA(Gate-All-Around) 기반 3나노 칩 양산에 나서는 등 기술력을 앞세워 TSMC 추격의 고삐를 쥐고 있다. 또 AI 반도체를 턴키(Turn Key, 일괄 생산) 할 수 있는 세계 유일의 기업임을 강조하며 이를 활용한 고객은 칩 개발부터 생산에 걸리는 시간을 약 20% 단축할 수 있다고 강조하고 있다.
이종환 상명대 시스템반도체학과 교수는 "인텔이 파운드리 사업을 매각하더라도 시장에서 영향력이 없었던 만큼 삼성전자에 발생할 영향은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삼성전자가 반도체를 설계도 하다 보니 고객사의 신뢰를 얻지 못하고 있다"며 "파운드리 사업부를 분사하는 등의 새로운 변화가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김현호 기자 jojolove78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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