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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9.13 (금)

부동산 가격 부담에, 정부 핀셋규제까지...“8월 거래량 줄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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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앙일보

서울 중구 남산에서 바라본 시내 아파트 밀집 지역. 2024.8.21/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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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달 서울 아파트 거래량이 1만건 돌파를 눈앞에 두고 있는 가운데, 이달 들어서는 매수세가 주춤한 것으로 나타났다.

23일 국토교통부 실거래가 공개시스템에 따르면 7월 서울 아파트 거래는 이날 기준 8256건(해제 건수 제외)으로 나타났다. 거래 신고 기한은 거래일로부터 30일 이내다. 7월 거래 신고 마감일까지 10일가량 남아 있는 것을 고려하면 최종 1만건 돌파가 예상된다. 이런 추세라면 2020년 12월(7496건)을 넘어 2020년 7월(1만661건) 이후 4년 만에 최다 거래량을 기록할 가능성이 높다.

하지만 8월 아파트 거래 건수는 이날 기준 1452건에 불과하다. 지난달 21일까지 7월 거래량이 2227건이었던 것과 비교해 34.8%가 감소한 수치다. 6월 21일까지의 6월 거래량이 1721건이었던 점을 볼 때 8월 최종 거래량은 6월(7305건) 수준을 밑돌 가능성도 있다. 이날 한국부동산원의 서울 아파트값 주간 동향조사에서도 이번 주(19일 기준) 상승 폭이 0.28%로 지난주 0.32%보다 0.04%포인트 줄어든 것으로 나타났다. 강서·관악·서초구 등 제외하고 나머지 22개 서울 자치구 모두 상승 폭이 줄었다.



"너무 많이 올라 부담"…추격 매수 고민



매수세가 잠시 주춤해진 것은 우선 계절적 영향이 크다. 마포구 공덕동에서 영업 중인 한 공인중개사는 “이번 여름 무더위가 이어지면서 손님이 뜸해진 게 사실”이라며 “휴가철도 껴 있어 거래가 활발하게 성사될 수 있는 분위기는 아니었다”고 설명했다.

최근 거래 가격이 이미 이전 최고가를 넘어선 단지들이 늘어나면서 가격에 부담을 느끼는 매수자들도 많아졌다. 매수자들이 추격 매수를 선뜻 결정하지 못하는 것이다. 마포구 염리동 마포프레스티지자이 전용 84㎡는 지난 13일 해당 면적 역대 최고가인 22억4000만원(16층)에 거래됐는데, 이는 올해 1월(19억4000만원·23층)보다 3억원이 뛴 가격이다. 송파구 잠실동 잠실엘스 전용 59㎡도 10일 최고가인 22억원(7층)에 손바뀜했다. 올 초 거래 18억2000만원(7층)보다 3억7000만원이 올랐다. 한국부동산원 관계자는 “서초·강남구를 중심으로 여전히 상승 거래가 발생하고 있지만, 마포·용산구 등 강북권 소재 인기 단지는 가격 부담에 매수세가 주춤하는 관망 분위기도 엿보인다”고 설명했다.

지난 4월부터 서울 아파트 거래가 상대적으로 많이 늘어난 것도 영향을 미친다는 게 중개업소들의 설명이다. 실제 강남권(강남·서초·송파·강동·동작구)과 마용성(마포·용산·성동구) 등 고가 아파트 밀집지역 위주로 4월 이후 거래가 크게 늘었다. 하지만 지난달에는 이들 지역의 거래량 증가세가 다소 주춤하다. 특히 성동구의 경우 6월 거래량이 466건에 달했지만, 지난달에는 396건으로 오히려 줄었다.

성동구 옥수동의 한 중개업소 대표는 “최근 5~6월보다 매수 손님 자체가 줄었고, 가격 상승이 당분간 이어질 것으로 보는 집주인들이 매도호가를 올리거나 매물을 아예 거둬버린다”며 “계약 성사 직전까지 갔다가 매도인이 막판에 가격을 올려 거래가 불발되는 사례도 몇 건 있었다”고 설명했다.



공급대책·핀셋규제…“노도강 등 거래량 줄어든다”



정부가 잇달아 내놓은 공급대책과 대출 핀셋규제도 서울 아파트 거래량 감소에 일부 영향을 줄 것으로 전망된다. 특히 국토부는 이달 초 ‘8·8 주택공급대책’을 발표한 이후 "서울에 미분양이 날 때까지 아파트를 짓겠다" "서울의 임대주택용 신축 빌라를 무제한 매입하겠다" 등의 공급 확대 메시지를 연일 내놓고 있다. 지난 20일에는 최상목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과 박상우 국토부 장관이 직접 부천 대장 3기 신도시 건설현장을 방문하는 등 부동산 시장에 퍼진 불안 심리를 잠재우기 위해 사활을 걸고 있다.

여기에 다음 달부터 최근 집값 상승세를 주도하고 있는 수도권의 주택담보대출(주담대) 한도를 비(非)수도권보다 더 줄이는 방식의 스트레스DSR(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 시행을 예고했다. 스트레스DSR이란 금융사가 DSR 대출 한도를 산정할 때, 가산금리인 스트레스 금리를 추가로 부과해, 대출 한도를 더 줄이는 제도다. 이른바 ‘돈줄 죄기’를 통해 아파트 매수 여력을 줄이겠다는 심산이다.

스트레스DSR은 아파트 매수를 고려하는 저소득층에게 직접적인 타격을 줄 것으로 보인다. 권일 부동산인포 리서치팀장은 “최근 집값이 많이 오른 서울 강남권과 마용성 등은 대출 부담이 적은 고소득자들이 주로 매수하는 지역이라 대출규제의 영향이 상대적으로 적다”며 “집값이 저렴하고, 최근 가격 오름폭이 크지 않은 노도강(노원·도봉·강북) 등 서울 외곽의 일부 지역을 중심으로 부동산 거래가 위축될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신한은행 등이 26일부터 갭투자(전세 끼고 매매) 방지를 위해 지금까지 허용했던 조건부 전세자금대출을 취급하지 않기로 결정한 것도 서울 아파트 거래량에 영향을 줄 수 있다. 보통 주택을 매수한 뒤 곧바로 전세 세입자를 구하는 방식으로 갭투자가 이뤄지는데, 이런 조건의 거래에서 전세자금대출을 막으면 갭투자가 일부 줄어들 여지가 있다. 국토교통부에 따르면 올해 1~7월(26일까지) 서울 주택 거래 가운데 임차보증금을 승계한 갭투자 비중은 39.4%다.



기준금리 인하 변수...매수 대기자 여전히 많아



하지만 주택공급 부족 우려가 여전한 데다, 기준금리 인하가 사실상 예정된 상황이라 거래량이 조금 줄더라도 가격에는 큰 영향을 미치지 못할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익명을 요청한 한 부동산업계 관계자는 “최근 시중은행 들이 주담대 금리를 올리고 있지만, 하반기 기준금리 인하가 본격화되면 주담대 금리 인하 압박이 세질 수밖에 없다”며 “주담대 금리가 하락할 경우 스트레스DSR 규제 효과를 상쇄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양천구 신정동의 중개업소 대표 정모씨는 “최근 갈아타기를 하고 싶었는데 지금 살고 있는 집이 팔리지 않거나 대출 조건, 가격 등이 안 맞아 매수를 보류한 사람들이 전체 상담 손님의 절반에 가깝다”며 “매수 대기 수요가 여전히 많아 거래 환경이 조금이라도 개선될 경우 매수세가 다시 살아날 여지가 충분하다”고 설명했다.

김원 기자 kim.wo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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