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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9.13 (금)

대만·홍콩, 외국인 가사도우미는 ‘최저임금 적용’ 제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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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Q] 필리핀 돌봄 인력 계기 구분적용 논란 확산 5Q

조선일보

‘외국인 가사관리사 시범사업’에 지원한 필리핀 국적의 가사 도우미 100명이 지난 6일 인천국제공항을 통해 우리나라에 도착한 모습. 이들은 고용허가제(E9)를 통해 입국한 첫 외국인 가사 도우미다. 특화 교육 기간을 거쳐 다음 달 초부터 투입된다. /공항사진기자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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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국인 근로자에 대한 최저임금 구분 적용이 논란이다. 저출생 현상이 심화하며 서울시가 돌봄 부담을 덜어주기 위해 ‘필리핀 외국인 가사관리사(도우미)’ 시범 사업을 최근 시작했는데, 이들에게 내국인과 똑같은 최저임금이 적용되면서 “비용 부담이 너무 크다”는 반응이 시발점이였다. 이 논의는 정치권으로까지 번졌다. 지난 21일 열린 국민의힘 토론회에서 “외국인 근로자 최저임금을 차등(구분) 적용해야 한다”는 주장이 제기됐고, 같은 날 유혜미 대통령실 저출생대응수석도 “(필리핀 가사도우미 관련) 비용 축소 방안을 고민해야 한다”고 했다.

조선일보

그래픽=양인성


‘최저임금 구분 적용’은 모든 근로자에게 일괄적으로 적용하는 것이 아니라, 업종·지역·국적 등으로 나눠 다르게 정하는 방식이다. 지난해 기준 주요 41국 중 미국·독일 등 22국에서 시행 중이다. 우리는 노동계 등의 반발로 구분 적용이 도입돼 있지 않다. 이를 채택한 나라들도 상황에 따라 방식이 다양하다. 영국은 ‘적게 벌더라도 일해본 경험이 중요하다’며 연령별로 임금을 나눠 10대에게 적은 임금을 지급하고, 스위스에선 농업과 화훼업에 대해 구분 적용을 하고 있다. 최근 화두가 된 외국인 근로자 최저임금 구분 적용에 대한 5가지 궁금증을 정리했다.

1Q 왜 외국인 최저임금 구분 적용이 거론되나.

비용 때문이다. 서울시가 도입한 필리핀 가사도우미의 월급은 238만원 수준으로 추정된다. 30대 연령의 가구 중위소득(509만원)에서 절반에 이르러 부담이 크고, 해외와 비교해서도 높다는 것이다. 이와 함께 제조업 현장에서도 외국인 근로자가 많아지고 인건비 부담이 커지며 구분 적용을 주장하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2Q 도입 반대의 논리는 무엇인가.

우리나라는 국제노동기구(ILO) 가입국으로, ILO 차별 금지 협약을 지켜야 한다. 또 근로기준법 등도 국적에 따른 차별 대우를 금지하고 있다. 한·EU 자유무역협정(FTA) 등 여러 국가 간 협정에서도 “ILO 핵심 협약 비준에 노력한다”는 내용이 포함돼 있다. 이 때문에 그간 외국인 최저임금 구분 적용은 ‘득보다 실이 많은 정책’으로 여겨졌다.

3Q 해외는 어떤가.

상당수 국가가 국적이나 인종 등에 따른 최저임금 구분 적용을 허용하지 않는다. 다만 대만·홍콩·싱가포르 등 일부 국가는 외국인 가사도우미의 경우 내국인과 같은 최저임금 적용을 하지 않는다. 홍콩에선 외국인 가사도우미에게 월 최소 77만원, 싱가포르에선 40만~60만원만을 지급하고 있다. 오스트리아에선 외국인 간병인이 자영업자로 분류돼 내국인 돌봄 근무자보다 낮은 임금을 받고 있다.

또 일부 국가에선 최저임금 자체에 업종별·지역별·연령별 구분 적용을 도입해 간접적으로 고용주의 인건비 부담을 줄여주고 있다. 외국인 근로자가 많은 업종은 뿌리 산업처럼 통상 인건비 부담이 큰 곳이 많은데, 이런 업종에 최저임금을 구분 적용하는 방식이다.

4Q 한국에서는 적용이 불가능한가.

ILO 협약은 법적 구속력은 없지만, 이를 준수하지 않을 경우 국제사회의 비판을 받을 수 있어 함부로 어길 수 없다는 것이 중론이다. 다만 국내법 개정을 통해 외국인 최저임금 구분 적용 합법화를 추진할 수 있다. 하지만 노동계의 반발을 피할 수 없고, 여야 합의도 필요하다.

뿌리 산업같이 외국인 근로자가 많은 산업에 ‘업종별 구분 적용’을 도입하는 방법도 있다. 이는 법 개정 없이도 가능하다. 업종별 구분 적용이 어렵다면, 임금 일부를 삭감할 수 있는 ‘법정 수습 기간’을 외국인 근로자에 한해 대폭 늘리는 대안도 있다는 게 전문가들의 제안이다.

5Q 구분 적용하면 불법 체류자가 늘어난다는데.

그럴 가능성이 있다. 고임금 업종에만 사람이 쏠릴 수 있고, 이 때문에 특정 업종에서만 일할 수 있는 비자를 가진 외국인 근로자들이 고임금 업종으로 옮겨가기 위해 불법 체류자가 될 가능성도 커진다. 저임금 가사도우미로 일하느니 고임금에 추가 수당도 많은 숙박업소에서 일하겠다는 외국인이 는다는 것이다. 이미 우리나라엔 주요국과 비교해 훨씬 많은 수준인 40만명 이상의 불법 체류자가 있는 것으로 추정되는데, 국가의 관리 시스템 밖 외국인이 더 늘면 많은 사회적 비용이 든다.

또 장기적으로 ‘글로벌 인력 쟁탈전’에서 경쟁력을 잃을 수 있다. 지금도 아세안 국가의 근로자를 두고 저출생 현상을 겪는 여러 선진국이 경쟁하고 있는데, 우리나라에서 외국인에게 적은 임금을 주고 이에 따른 차별이 만연한다면, 해외로 외국인 근로자를 빼앗길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강다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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