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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9.18 (수)

[기자의 시각] TBS의 몰락과 유튜버 김어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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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일보

2021년 2월23일 TBS 김어준의 뉴스공장에 출연한 신장식 변호사. 둘은 윤석열 대통령이 브로커의 청탁을 받아 수사를 무마해 줬다는 JTBC의 가짜 뉴스를 사실처럼 적시해 가며 방송을 진행했다. /유튜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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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394억원. ‘김어준의 뉴스공장’을 방송하던 2016~2022년 서울시가 서울교통방송 TBS에 편성한 세금이다.

9분. 서울시 감사위원회에 따르면 ‘뉴스공장’의 인기가 절정이던 2019년 TBS가 출퇴근길 교통 정보를 제공한 시간이다.

세금은 좌우 없이 걷었지만 방송은 한쪽을 향했다. 저녁 강변북로가 얼마나 막히는지는 들을 기회가 적었다. TBS는 두 숫자의 간극만큼 시민들에게 빚을 진 것일지도 모른다.

TBS는 1990년 서울시 교통방송으로 개국했다. 버스·택시 기사의 ‘길잡이’ 역할을 해 왔다. 박원순 전 시장이 취임하며 방송이 달라졌다. ‘정치 방송’ ‘편파 방송’ 논란이 끊이지 않았다. ‘뉴스공장’ 진행자 김어준은 2022년 대선을 앞두고 자기 유튜브에서 “이재명은 혼자서 여기까지 온 사람이다. 이제 당신들이 좀 도와줘야 한다”며 이재명 후보를 공개 지지했다. 방송통신심의위원회는 이런 편파 발언을 한 진행자를 계속 출연시킨 TBS에 경고 제재를 내렸다. ‘신장식의 신장개업’ 진행자 신장식 변호사는 2022년 대선 전날 ‘윤석열 커피’ 거짓 뉴스를 옹호하는 발언을 여러 차례 했다. 윤 대통령이 2011년 부산저축은행 사건을 수사하면서 대장동 대출 브로커에게 커피를 타 주고 수사를 덮었다는 것이다. 이 뉴스는 나중에 허위로 드러났다. ‘뉴스공장’은 21건 ‘신장개업’은 3건 방심위의 법정 제재를 받았다.

서울시의회는 2022년 11월 TBS에 대한 서울시의 예산 지원을 중단하는 내용의 조례안을 통과시켰다. 서울시는 지난 6월 행정안전부에 출연 기관 지정 해제를 신청했다. 이달 11일 TBS는 서울시 출연 기관 지위가 해제됐다. 더 이상 서울시 산하기관이 아닌 민간 법인이 된 것이다. 세금을 쓸 근거가 사라졌다. 연 예산 400억원의 70%가량을 서울시에 의존해 온 TBS는 폐업 절차를 밟을 가능성이 커졌다. TBS는 “일본어 방송을 해보겠다” “소상공인에게 정보를 제공하는 방송을 해보겠다”며 몸부림을 치고 있지만 때는 늦었다. 이번 달 직원 월급 줄 돈도 바닥났다고 한다.

김어준과 신장식은 2022년 말 TBS를 떠났지만 여전히 승승장구한다. 김어준은 ‘뉴스공장’ 상표를 개인 유튜브 채널명에 가져가 구독자를 끌어 모으고 있다. 총선에만 4번 도전했다 모두 실패한 신장식은 ‘신장개업’ 이후 조국혁신당 ‘영입 1호 인사’로 국회에 입성했다. 서울 시민의 세금으로 퇴직 선물까지 안겨준 모양새다. 그런데 책임을 물을 길은 없다. 이성구 TBS 대표 대행은 지난달 기자회견에서 김어준과 신장식을 겨냥해 “사재를 털어서라도 우리를 도와야 한다”고 말했다. TBS는 김어준과 이강택 전 대표에게 경영 악화 책임을 물어 손해배상 1억원을 청구했다고 한다. 물론 유튜버 김어준은 아무 반응이 없다.

[박진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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