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해경이 18일 소셜미디어에 공개한 영상. 이날 오전 필리핀 해경선이 중국 해경선에 고의적으로 부딪혔다고 주장했다./중국 해경 웨이보 |
남중국해 영유권을 두고 대립해온 중국과 필리핀의 갈등이 재점화하고 있다. 19일 벌어진 양측 해경선의 충돌 사고를 두고 두 나라가 상대방을 탓하며 정반대의 주장을 펼치고 있는 것이다. 이날 오전 3시 23분과 3시 25분 두 차례에 걸쳐 남중국해 셴빈자오(사비나 암초·필리핀명 에스코다 암초) 인근 해역에서 필리핀 해경선과 중국 해경선이 충돌했다.
중국 해경국은 성명을 내고 “필리핀 해경선 두 척이 허가 없이 셴빈자오 인근 해역에 불법 침입했다”면서 “이 중 한 척이 반복적인 경고를 무시한 채 비전문적이고 위험한 방식으로 중국 해경선과 고의로 충돌했다”고 밝혔다. 중국 측은 영상과 화면도 공개하고 “우리는 필리핀 측에 권익 침해 도발을 즉시 중단할 것을 엄정하게 통고하며, 그렇지 않을 경우 이로 인한 모든 책임은 필리핀 측이 부담해야 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필리핀은 충돌 사실은 확인하면서도 중국이 유발한 것이라고 주장했다. 필리핀 정부 부처 연합체인 ‘서필리핀해(남중국해의 필리핀 명칭) 태스크포스’는 성명에서 자국 해경선 두 척이 사비나 암초 인근에서 “불법적이고 공격적인 기동을 한 중국 선박들과의 충돌로 구조적 손상을 입었다”고 밝혔다. 또 필리핀 선박 한 척에는 13㎝ 길이의 구멍이 뚫렸고, 또 다른 선박은 경미한 손상을 입었다고 했다.
양측이 ‘물증’을 앞세워 ‘상대방의 도발로 벌어진 사고’라는 정반대의 주장을 펼치고 있는 것이다. 앞서 지난 8일에도 비슷한 상황이 벌어졌다. 필리핀군에 따르면, 당시 스카버러 암초(중국명 황옌다오·필리핀명 파나타그 암초) 상공에서 일상적인 해상 순찰을 수행하던 필리핀 공군의 NC-212i 소형 수송기를 겨냥해 중국 공군 전투기 두 대가 위험한 기동을 수행하고 플레어(미사일 회피용 섬광탄)를 발사했다. 반면 중국 인민해방군 남부전구는 성명에서 필리핀 항공기가 거듭된 경고를 받고서도 불법적으로 중국 측 공역에 침입했다고 주장했다.
중국과 필리핀이 남중국해 영유권 분쟁 암초 관련 잠정 합의에 도달한 지 한 달도 되지 않아 긴장이 고조되는 모습이다. 지난달 21일 두 나라는 대표적인 영유권 분쟁 지역인 세컨드 토머스 암초(중국명 런아이자오·필리핀명 아융인)의 물자 보급 문제를 두고 잠정 합의에 이르며 긴장 완화를 모색했다. 지난 6월 남중국해에서 중국 해경 고속보트가 필리핀의 물자 보급선에 돌진해 필리핀 병사 한 명의 오른쪽 엄지손가락이 절단되고 여럿이 부상을 입자 양측이 대화 채널을 가동한 것이다.
이때 진행된 회담을 통해 고조되던 갈등이 일단 수면 아래로 가라앉았지만 잇단 양측의 충돌을 계기로 남중국해는 ‘해상 화약고’로 다시 떠오르는 모습이다. 중국은 남중국해 약 90%에 대해 영유권을 주장하며 필리핀을 비롯해 베트남·말레이시아·브루나이 등과 마찰을 빚고 있다. 이 중 필리핀은 중국의 영유권 주장에 가장 거세게 반발하며 미국 주도 인도·태평양 반중(反中) 연대에 적극적으로 동참해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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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이징=이벌찬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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