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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9.12 (목)

[사설] ‘그냥 쉰다’는 청년 44만 명…노동시장 이중구조 고쳐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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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앙일보

지난달 '그냥 쉬었다'는 청년층이 44만3000명으로 7월 기준으로는 역대 최고치를 기록했다. 사진은 지난 3월 서울 시내의 한 고용복지플러스센터에서 한 구직자가 구인게시판을 살펴보는 모습. 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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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하고 싶어도 임금·근로조건 눈높이 안 맞아





기업 간 격차 줄이고, 큰 틀의 노동개혁 시급



‘한국판 탕핑(躺平)족’이 늘고 있다. 탕핑은 가만히 누워 아무것도 하지 않는다는 뜻으로, 경제 성장세가 둔화하고 빈부 격차가 커지면서 청년층의 미래가 불확실해지자 중국에 등장한 신조어다. 중국판 ‘니트(NEET·일하지 않고 일할 의지도 없는 무직자)족’으로, 개인의 노력으로 극복하기 어려운 사회·경제적 현실을 뜻하는 용어로 쓰인다.

통계청에 따르면 일도 하지 않고 구직활동도 하지 않은 채 ‘그냥 쉬었다’는 니트족인 청년(15~29세)이 지난달 44만3000명을 기록했다. 7월 기준 역대 최대치다. 청년층 인구가 줄면서 ‘그냥 쉰 청년’ 비중(5.4%)도 역대 최고 수준이다. ‘그냥 쉬었다’는 취업자나 실업자가 아닌 비경제활동 인구 중 중대한 질병이나 장애는 없지만 막연히 쉬고 싶은 상태인 경우다.

늘어난 숫자보다 더 걱정스러운 건 일할 의사가 없다는 대목이다. 그냥 쉰 청년 중 75.6%(33만5000명)는 “일할 생각이 없다”고 했다. 일할 생각이 있어도 경제활동에 나설 가능성도 크지 않아 보인다. 원하는 임금 수준이나 근로 조건에 맞는 일자리가 없어서(42.9%) 그냥 쉬었기 때문이다. 일거리가 없거나(18.7%), 교육·기술 경험이 부족(13.4%)해서 쉰 경우보다 눈높이에 맞지 않는 일자리 부족이 문제였다.

청년 니트족의 증가는 한국 사회가 안고 있는 다양한 문제의 집약체다. 청년층의 학력 수준은 높아지고 있지만 심화하는 일자리 양극화는 청년들의 경제활동을 주저하게 한다. 대기업과 중소기업의 임금 격차가 주요 원인 중 하나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에 따르면 2022년 기준 한국 근로자의 월평균 임금(세전)은 대기업 591만원, 중소기업은 286만원이었다. 배 이상 차이가 났다. 청년층이 양질의 일자리를 뚫기도 어렵다. 일부 대기업 노조는 정년 연장을 요구하고 있고, 기존 기업은 경력직 위주 채용을 선호하면서 그야말로 바늘구멍을 뚫어야 해서다.

청년 니트족의 증가는 사회·경제적 손실로 이어진다. 청년층의 능력과 잠재력이 사장되고, 노동인력 활용에도 문제가 생길 수 있다. 청년들이 좋은 일자리를 구하지 못하면서 연애와 결혼·출산 등을 포기하고, 이들의 소득 감소에 따른 소비 부진 및 그로 인한 내수 위축까지 경제와 사회 전반의 활력이 떨어지게 된다. 최근 사회적 문제로 부각되는 ‘청년 고독사’도 심화할 수 있다.

청년의 경제활동 참여를 위해서는 대기업과 중소기업, 정규직과 비정규직 등으로 갈리는 노동시장의 이중구조를 고쳐야 한다. 이를 위해서는 노동개혁과 산업구조 재편이 필수다. 단기적으로는 청년층이 실무 능력을 키울 수 있는 효율적 프로그램 등을 제공해야 한다. 청년 고용이야말로 국가 성장의 원동력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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