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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9.09 (월)

[사설] 대한민국 헌법·대법 판결 저버리고 일본 편든 윤 정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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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겨레

유네스코 세계유산으로 등재된 일본 니가타현 사도광산 출입구에 28일 ‘축 세계문화유산 결정’이라고 적힌 펼침막이 걸려 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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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석열 정부가 일본이 니가타현 사도광산에서 조선인 ‘강제노동’이 이뤄졌음을 사실상 부정하는데도 이 시설이 유네스코 세계유산에 등재될 수 있도록 찬성한 것은 그냥 넘길 수 없는 중대한 ‘외교 참사’다. 이 결정으로 윤 정부는 일본의 역사왜곡에 가담하고 이를 국제적으로 공인까지 했다는 비판을 면할 수 없게 됐다. 윤 대통령은 왜 이런 일이 되풀이되는지 국민들 앞에 설명하고, 나아가 자신이 대한민국의 대통령직을 수행하기에 적합한 역사인식을 갖고 있는지 심각하게 자문해야 한다.



가노 다케히로 주유네스코 일본 대사는 27일(현지시각) 인도 뉴델리에서 열린 세계유산위원회 심의에서 “조선반도 출신 노동자를 성실하게 기억하면서 한국과 긴밀히 협의해 ‘사도광산’의 전체 역사를 포괄적으로 다루는 설명·전시전략 및 시설을 강화하겠다”고 말했다. 일본은 2015년 7월 군함도(하시마섬) 등재 과정에선 “수많은 조선인 등이 자신의 의사에 반하여 연행되어 가혹한 환경에서 노동을 강요당했다”는 사실을 분명히 인정했다. 유네스코 세계유산 등재 결정은 만장일치로 정하는 게 관례로 굳어져 있다. 정부가 이런 사실을 지렛대 삼아 충분한 ‘외교적 노력’을 기울였다면 최소한 2015년과 비슷한 수준의 언급을 끌어낼 수 있었다.



1940년부터 사도광산에 끌려간 조선인 노동자 1519명이 어떤 끔찍한 취급을 당했는지는 한·일 시민 공동조사보고서 ‘사도광산과 조선인 강제동원’ 등에 자세히 기록돼 있다. 이들은 일본 정부가 합법적으로 동원한 가련한 노동자들이 아니다. ‘임시정부의 법통을 잇는’ 대한민국의 헌법 정신에 따르면, “불법적인 식민지배·침략전쟁의 수행과 직결된 일본 기업의 반인도적인 불법행위를 전제로 하는 강제동원 피해자”(2018년 10월 대법원 판결)들이다. 대한민국 정부라면 이 사실이 전시물 등에 반영되도록 최선의 노력을 다했어야 했다. 그게 정부가 지고 있는 최소한의 ‘헌법적 책무’다.



일본 정부는 2018년 11월부터 식민지배는 합법이며 조선에서 실시한 노동력 동원은 ‘강제노동’이 아니라는 의미를 담아 ‘조선반도 출신 노동자’라는 말을 써왔고, 2021년 4월엔 ‘강제연행’, ‘강제노동’ 등의 표현이 부적합하다고 각의 결정했다. 대한민국의 정체성과 관계되는 이 핵심 문제에서 윤 정부는 대한민국의 헌법과 대법원 판결을 배신하고, 일본 정부의 견해를 국제적으로 공인했다. 이러고도 대한민국 정부라 할 수 있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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