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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9.17 (화)

“흉기가 된” 검찰 수사가 맺어준, 민주당의 ‘전략적 연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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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겨레

문재인 전 대통령과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 등이 8일 오후 경남 양산시 하북면 평산마을 문 전 대통령 사저에서 만나 이야기를 나눈 뒤 집 밖으로 나와 취재진과 지지자들을 향해 손을 들어 인사하고 있다. 김경호 선임기자 jija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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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일 문재인 전 대통령의 경남 양산 자택에서 만난 문 전 대통령과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검찰이 다른 세력을 탄압하는 흉기가 되고 있다”는 데 공감하면서 검찰수사에 맞선 민주당 내 구심력이 커질 전망이다. 4월 총선 이후 사실상 ‘심리적 분당’에 이르렀던 주류와 비주류가 검찰의 문 전 대통령 일가 수사를 계기로 공동 전선을 형성하게 된 것이다.



대통령 재임 시절 ‘사위 특혜채용 의혹’으로 일가가 검찰의 전방위적 수사를 받게 된 문 전 대통령은 이날 이 대표 등 민주당 새 지도부와의 비공개 차담에서 전에 없이 검찰 수사를 직접 거론하며 이 대표와 보폭을 맞췄다. 조승래 민주당 수석대변인은 차담 뒤 브리핑에서 “두 분이 검찰이 다른 세력을 탄압하는 흉기가 되고 있다는 사실에 공감했다”고 밝혔다. 2022년 5월 정권교체 이후 이 대표와 그의 측근들은 ‘대장동 개발특혜 의혹’ 수사 등으로, 문재인 정부 인사들은 ‘서해 공무원 피살사건’ 수사 등으로 검찰의 먼지털이식 수사를 받았으나 문 전 대통령은 한번도 검찰 수사를 언급한 적이 없다. 민주주의 후퇴에 대한 우려를 에둘러 나타냈을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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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일 경남 양산 평산마을 문재인 전 대통령 자택 앞에서 문 전 대통령이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와 인사를 나누고 있다. 더불어민주당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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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 전 대통령은 이날 “문 전 대통령의 가족과 관련해 정부가 하는 짓이 정치적·법리적으로 전혀 이해가지 않는 상황이고, 한 줌의 지지세력을 결집하기 위한 수단이 아니냐”는 이 대표의 말에 “기본적으로 나나 가족이 감당할 일이지만 당에게 고맙게 생각한다. 당당히 강한 마음으로 임하겠다”고 답했다고 한다. 정권교체 뒤 좀처럼 현안에 대해 구체적 입장을 내길 꺼려온 문 전 대통령이 이날 비공개 자리에서나마 직접 검찰 수사를 규탄한 것은 노무현 전 대통령 당시 ‘논두렁 시계’ 보도를 연상시키는 방식으로 검찰이 망신주기 수사에 나선 데 대한 반격의 성격이 짙다.



아울러 이 대표가 측근인 김영진 의원을 중심으로 ‘전 정권 정치탄압 대책위’를 꾸려 문 전 대통령 수사에 총력 대응을 당부한 데 대한 화답의 측면도 커 보인다. 이 대표 쪽 인사들은 총선 당시 대거 낙선해 세력이 취약해진 친문재인계를 대신해 최전방에서 문 전 대통령 방어에 나서고, 문 전 대통령은 그동안 대장동 의혹과 공직선거법 위반 수사 등으로 당 안팎의 공격을 혼자서 받아온 이 대표에게 ‘동병상련’의 처지에서 힘을 실어준 셈이다. 문 전 대통령은 차담에서 “이재명 대표를 중심으로 당이 강하게, 일사분란하게 결집되는 게 보기 좋다. 우리 내부를 위협하는 ‘가짜뉴스’와 관련해서 잘 대응해달라”고 당부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런 연대는 10월 공직선거법 위반·위증교사 혐의 재판 1심 선고를 앞두고 있는 이 대표에게도 적잖은 힘이 될 것으로 예상된다. 정치권에선 최근 김경수 전 경남지사의 8·15 복권 이후 김동연 경기지사, 김부겸 전 국무총리 등을 중심으로 비주류가 이 대표의 10월 선고 결과를 계기삼아 결집할 수 있다는 말이 나왔다. 그러나 문 전 대통령 수사로 ‘(이재)명-문(재인) 연대’가 굳건해진 탓에, 적어도 내년까지 단일대오가 유지될 것으로 보인다. 윤석열 정부의 수사로 두 세력 사이에 사실상 시한을 정하지 않은 ‘전략적 제휴 관계’가 형성된 셈이다.



엄지원 기자 umkija@hani.co.kr 양산/고경주 기자 goh@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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