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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9.09 (월)

이진숙 후보자 청문 보고서 채택 '보류'…尹 임명 강행할 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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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주경제

29일 오후 서울 국회에서 열린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 전체회의에서 최민희 위원장이 의사봉을 두드리고 있다. 이날 회의에서는 이진숙 후보자 청문보고서 채택 여부를 논의한다. [사진=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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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진숙 방송통신위원장 후보자의 인사청문 보고서 채택이 국회에서 보류됐다.

야당을 중심으로 이 후보자를 '부적격 인사'로 보고 지명 철회를 강력 주장하고 있지만 윤석열 대통령은 이르면 이번주 중 이 후보자의 임명을 강행할 것으로 예상된다.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는 29일 오후 전체회의를 열어 이진숙 방통위원장 후보자의 인사청문 경과보고서 채택을 보류하기로 의결했다.

이준석 개혁신당 의원은 "지금까지 윤석열 대통령께서 강행 임명하시는 사례를 보면 재송부 요청을 하신다"면서 "우리 위원회에서 후보자 자료 취합하는 부분도 있고, 지금은 판단하지 않는 것이 좋아 보인다"고 말했다.

최민희 과방위원장은 "채택하자는 의견과 보류하자는 의견이 나왔는데, 이럴 때엔 보류하는 게 낫다"면서 "양쪽 말씀 잘 들었고, 중재안을 내주신 이준석 위원님의 의견대로 진행하겠다"면서 "(인사청문 보고서 채택을) 보류하도록 하겠다"고 밝혔다.

앞서 과방위는 지난 24~26일 사흘에 걸쳐 이 후보자 청문회를 진행했다. 인사청문회 제도가 도입된 2000년 이후 장관급 후보자 청문회가 사흘 동안 이뤄진 건 이번이 처음이다.

이날 전체회의에서 이 후보자 청문보고서 채택이 불발된 만큼 윤 대통령은 10일 이내에 국회에 재송부를 요청하고 임명을 강행할 것으로 보인다.

실제 윤석열 정부 들어 방통위원장 모두 국회 동의 없이 윤석열 대통령이 임명했다. 윤 정부 첫 방통위원장인 이동관 전 위원장은 지난해 8월 18일 청문회를 열었지만 여야가 대립하면서 끝내 합의가 불발됐다. 이 때문에 같은 달 22일 대통령이 국회에 24일까지 청문보고서를 재송부해 달라고 요청했고, 25일에 임명했다. 청문회 개최 후 1주일 만이었다. 지난해 12월 27일 청문회를 한 김홍일 전 위원장도 다음 날 청문보고서 채택이 불발됐지만 29일에 임명이 강행됐다.

이를 고려했을 때 이 후보자에 대한 임명은 일주일을 넘기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여기에 이상인 전 방통위 부위원장 후임 임명이 다음 달 초에 이뤄지면 방통위 '2인 체제'가 조만간 다시 구성될 것으로 예상된다. 현재 후임으로는 판사 출신인 김태규 국민권익위원회 부위원장이 유력하게 검토되고 있다.
1년 넘게 '식물 방통위'…위원장 임명 후 재역할 할 지 '의문'

1년 넘게 방통위의 극단적 파행이 이어지면서 '식물 방통위'라는 비판이 나온다. 급변하는 미디어 환경 속에서 산적한 방송·통신 정책 관련 현안이 오랫동안 방치되고 있기 때문이다. 이번 이 후보자의 인사청문회도 법인카드 사적 유용과 그의 정치적 편향성·도덕성 질타에 편중되면서 현안 정책 관련 질의가 부족했다는 지적이 나온다.

이날 전체회의에서 박충권 국민의힘 의원은 "현재 방통위는 위원장 뿐 아니라 부위원장이 공석인 상태에서 정부의 민생 챙기기에 도움을 줄 수 없는 식물 방통위가 됐다"면서 "이 후보자가 임명되면 위메프 관련 이용자 보호는 물론, 쯔양 협박사건으로 불거진 미디어 크리에이터 보호 문제, 단통법과 온라인동영상서비스(OTT) 지원책 등을 살펴보길 바란다"고 말했다.

하지만 이 후보자가 임명된 후 그가 방통위 현안을 제대로 다룰 수 있을지 의문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청문회를 거치면서 이 후보자의 정책적 역량을 확인할 수 없었고, 자유·공정 등과 같은 철학적 부재도 엿보였다는 의견이 나왔다.

이준석 의원은 "이 후보자는 대부분 정책 질의에 원론적인 답변만 했고, 특히 방송 공정성에 대한 대답도 제대로 답변하지 않았다"면서 "후보자가 공정을 추구하겠다고 했으나 MBC나 언론인 생활하면서 겪었던 일을 미러링해서 되갚아주려는 의도가 보였고, 이는 위험한 징후라고 판단한다"고 언급했다.

이어 그는 "방통위원장이 된 후 산적한 현안을 다루기보다는 윤 대통령이 추구하는 방송 장악에 가까운 행위를 하기 위해 투입되는 투수가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었다"면서 "이 후보자는 OTT나 광고시장, 방송진흥, 지역방송에 대한 문제를 다룰 역량도 없고 이에 관심도 없는 사람"이라고 비판했다.

아주경제=박진영 기자 sunlight@aju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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