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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22 (일)

[IFA 2024] 中 기업의 도 넘은 한국 베끼기...삼성·LG AI가전·연결성으로 차별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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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CL·하이센스·하이얼·메이디 노골적 벤치마킹...패스트 팔로어 전략

삼성·LG OLED TV 대응해 중저가 초대형 TV 선보여

한국 기업은 차별화된 고객 경험 강조...AI가전·연결성 전략

아주경제

IFA 2024 삼성전자 전시관을 찾은 관람객의 모습. [사진=삼성전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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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CL·하이센스·하이얼·메이디 등 중국 4대 가전 기업의 노골적인 한국 기업 베끼기에 삼성전자, LG전자 등이 경계 눈길을 보내고 있다. 두 회사는 유럽 최대 가전 전시회 IFA 2024에 대규모 전시장을 꾸리고 인공지능(AI)·연결성·8K 등 중국 기업이 흉내 내기 어려운 차별화된 경쟁력을 강조했다. 과거 자만과 방심으로 한국 기업 추격을 허용했던 일본 기업들의 우(愚)를 범하지 않겠다는 게 한국 기업들의 각오다.

8일 업계에 따르면 TCL·하이센스·하이얼·메이디 등 중국 기업은 IFA 2024에 대규모 부스를 꾸리고 유럽 시장 공략에 대한 강한 의지를 드러냈다.

이들의 가전 전략은 한마디로 '한국 따라 하기'다. 한국 기업이 연초 미국 CES(소비자가전전시회) 행사에서 선보인 제품과 콘셉트를 그대로 베껴서 IFA 행사에서 시연했다.

TCL은 8K 초고해상도 TV와 예술품을 결합한 가전(어플라이언스)을 강조했다. 삼성전자와 LG전자가 CES에서 선보인 콘셉트다. 하이센스는 LG전자가 전 세계 점유율 1위를 차지하고 있는 텔레매틱스 시장에 도전장을 내고 CES에 이어 IFA에서도 관련 전장(자동차 전자장비) 장비를 시연했다.

하이얼은 초기 단계이지만 AI홈 플랫폼인 '에이치온(hOn)'을 선보였다. 이달 홍콩 증시 상장을 준비 중인 메이디의 전시장은 저가 가전 잡화점을 방불케 했다. 특별한 콘셉트 없이 자사 모든 제품을 시연하면서 경쟁사보다 저렴하다는 점을 강조했다.

중국 전시장을 둘러본 한 가전 업계 고위 관계자는 "AI가전과 연결성이라는 확고한 전시 콘셉트가 있는 한국 기업과 달리 중국 기업의 전시장은 특별한 콘셉트가 있기보다는 자사 제품을 사소한 것까지 모두 (유럽에) 알리는 데 집중했다"며 "굳이 평가하자면 가전 백화점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이를 두고 업계에선 패스트 팔로어 전략으로 일본 기업을 따라잡고 결국 넘어섰던 한국 기업을 연상케 한다고 분석했다. 과거 한국 기업과 중국 기업의 기술력 격차는 1년 이상 벌어져 있다는 게 중론이었지만 이제는 격차가 6개월 수준으로 좁혀졌다는 평가마저 나오고 있다.

중국 기업들은 흉내 내지 못하는 것은 철저하게 감추는 용의주도함도 보였다. 예를 들어 대형 OLED(유기발광다이오드) TV 기술력이 떨어지는 TCL과 하이센스는 그 자리를 80인치 이상 중저가 초대형 미니LED TV로 채웠다. 한국과 기술력 격차가 큰 OLED TV는 과감히 포기하고 대신 미래 TV 핵심 기술로 여겨지는 '마이크로 LED'에 집중하며 관련 제품을 시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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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말을 맞아 IFA 2024 LG전자 전시관이 관람객들로 북적이고 있는 모습. [사진=LG전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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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러한 중국 기업의 가전 굴기에 삼성전자와 LG전자는 차별화된 기술 경쟁력과 고객경험을 강조하며 격차 벌리기에 나섰다.

삼성전자와 LG전자는 각각 메세베를린과 시티큐브 베를린에 대형 전시장을 만들어 유럽 고객을 맞이했다. 북쪽 입구로 들어오면 LG전자 전시장을, 남쪽 입구로 들어오면 삼성전자 전시장을 우선 둘러보는 구조다.

두 회사는 AI 기술과 연결성을 전면에 내세웠지만 지향점은 조금 달랐다. 삼성전자는 가전 연결 플랫폼 스마트싱스를 활용해 고객과 AI 가전의 접점을 확대하는 데 집중했다. 스마트싱스는 2014년 삼성전자 인수 후 가입자 수만 3억5000만명을 넘어설 정도로 대표적인 가전 플랫폼으로 성장했다.

삼성전자는 스마트싱스 앱을 활용해 가전 에너지 소비를 줄이는 'AI 절약 모드'와 저녁 피크 시간대에 에너지 절감을 돕는 '플렉스 커넥트' 기능으로 관람객 눈길을 사로잡았다. 전기차 배터리 충전 상태를 확인하고 전력 소모량을 줄이는 '스마트싱스 에너지' 기능을 홍보하기 위해 파트너사인 테슬라의 전기차도 전시장에 들여놨다.

AI 음성 비서인 '빅스비'도 자연어 기반으로 맥락을 이해하고 과거 대화 내용까지 기억해 답변하도록 기능을 강화했다. 예를 들어 빅스비에 "집안일을 해줘"라고 말하면 설거지, 청소, 빨래 등을 집안일로 인식하고 식기세척기, 로봇청소기, 세탁기 등을 켜준다.

8K 초고해상도 QLED TV에 탑재한 실시간 AI 화질 강화 기능을 알리는 데도 집중했다. 중국 TV는 아직 4K 해상도에 머무르거나 8K 초고해상도 TV도 AI로 화질을 실시간 강화하지 못해 실제 시청에 애로사항이 있는 것과 대조적이다. 마이크로 LED 기술력을 강조하기 위해 64개의 모듈을 이어 붙인 초대형 투명 마이크로 LED도 관람객의 눈길을 사로잡았다.

LG전자는 전시장 콘셉트를 AI가전으로 고객의 사용 편의성을 높이는 것으로 잡았다. 예를 들어 세컨드 유스 홈에선 은퇴한 부부가 LG전자 제품을 활용해 가사 부담을 더는 모습을 알리는 데 집중했다.

고객과 AI가전을 연결하는 허브인 'LG 씽큐 온'도 유럽 고객들에게 처음 공개했다. 오픈AI의 '챗GPT-4o' 기반 생성 AI를 탑재한 씽큐 온은 다양한 이용자 요구를 빠르게 이해하며 AI가 탑재되지 않은 구형 커넥티비티(연결형) 가전도 제어할 수 있는 게 특징이다.

이어 씽큐 온에 연동된 이동형 AI홈 허브(코드명 Q9)를 활용해 자녀 방을 수면 모드로 바꾸거나 창작한 동화 또는 책을 읽어주는 모습도 관람객들에게 많은 호평을 받았다.

아주경제=베를린(독일)=강일용 기자 zero@aju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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