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란 주유엔 대표부 "우린 관여 안해…러·우에 무기 보내는 것은 비인도적"
이란이 러시아에 단거리탄도미사일(SRBM) 수백 개를 보낸 것으로 알려졌다. 미사일 전달을 만류해 온 서방의 경고를 무시하고 무기 지원을 단행한 것으로, 이란은 이 같은 소식을 전면 부인했다. 이란의 탄도미사일 제공이 우크라이나 전쟁, 나아가 이스라엘과 이란을 둘러싼 중동 정세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주목된다.
8일(현지시간) AP통신은 사안에 정통한 2명의 관계자를 인용해 “미국은 이란이 우크라이나 전쟁을 위해 러시아에 SRBM을 전달했다는 것을 동맹국들에 통보했다”고 보도했다. 무기 전달 시기와 분량 등 세부 사항은 알려지지 않았다. 뉴욕타임스(NYT) 역시 전날 “익명의 미국과 유럽 당국자들은 수개월간의 제재 경고에도 이란이 수백 발의 SRBM을 러시아로 선적한 사실을 확인했다”고 전했다.
로이터통신은 지난달 초 러시아군 관계자 수십 명이 이란에서 위성 유도 단거리 전술 탄도미사일 ‘파타흐-360’(Fath-360) 등의 사용법을 훈련받고 있으며 곧 수백 발의 미사일이 러시아로 선적될 것이라고 보도하기도 했다.
우크라이나 매체 키이우 인디펜던트에 따르면 이란제 미사일 중 가장 사거리가 짧은 탄도미사일도 러시아 국경과 불과 30㎞ 떨어져 있는 우크라이나 제2 도시 하르키우를 타격할 수 있다. 이 매체에 따르면 이란이 러시아에 제공한 것으로 알려진 파타흐-360과 아바빌 탄도미사일의 사정거리는 각각 120㎞, 86㎞인 것으로 전해졌다.
이란은 러시아에 무기를 제공했다는 의혹을 부인했다. 이란 주유엔 대표부는 성명을 내고 “이란은 갈등에 연루된 당사자들에게 군사 지원을 제공하는 것을 비인도적이라고 생각한다”며 “이란은 그런 행동에 관여하지 않고, 다른 국가들에도 갈등에 연루된 당사자들(러시아·우크라이나)에게 무기 공급을 중단할 것을 촉구한다”고 밝혔다.
윌리엄 번스 미 중앙정보국(CIA) 국장은 러시아, 중국, 이란, 북한이 연루된 방위 관계에 대해 경고했고, 이는 우크라이나와 중동에 있는 서방 동맹국들을 위협한다고 말했다.
백악관은 북한이 러시아에 우크라이나를 상대로 사용할 탄약과 미사일을 보냈다는 정보를 반복적으로 공개했다. 또 이란이 러시아에 공격 드론을 공급하고 드론 제조 공장을 지원하고 있다고도 했다. 이란은 2022년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이후 러시아에 수천 대의 샤헤드 자폭 무인기(드론)를 제공했다.
우크라이나 외교부는 7일 이란 측에 탄도미사일을 러시아에 공급하지 말 것을 공개적으로 촉구했다. 그러면서 “이란과 러시아가 협력을 강화한다면 유럽과 중동, 전 세계의 안보가 위협받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숀 세이벳 미 백악관 국가안전보장회의(NSC) 대변인도 “러시아에 대한 이란제 탄도미사일 전달은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전쟁에 대한 이란의 지원 수준을 극적으로 높이고 더 많은 우크라이나 민간인의 죽음을 초래할 수 있다”고 말했다.
러시아와 우크라이나의 소모전이 장기화하면서 우크라이나는 심각한 포탄 부족을 겪어 왔다.
지난달 우크라이나군이 러시아 본토를 기습 공격한 후 러시아의 대대적인 공세를 막아내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우크라이나군의 방공망은 한계를 드러내고 있는 모습이다. 이에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은 장거리 미사일 능력을 갖게 해달라고 서방에 요청하고 있다.
미국을 비롯한 서방이 이번 사안에 어떻게 대응할지는 현재로서는 불투명하다. 유럽에서는 이란 국적 항공사의 유럽 공항 이용 금지 가능성이 거론되고 있지만 항공 외에 경제·금융 제재와 관련해서는 큰 움직임은 감지되지 않고 있다.
이란 외교에 공을 들여온 미국도 적극적인 대응이 쉽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바이든 행정부는 팔레스타인 무장정파 하마스와 이스라엘의 전쟁이 주변국으로 확전하는 상황을 막기 위해 이란과의 외교에 집중하고 있었다. 이런 가운데 이란에 추가적인 고강도 제재가 이뤄지면 휴전 협상은 물론 중동 정세에도 악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이란은 지난 7월 31일 하마스 최고 정치지도자 이스마일 하니예가 자국 수도인 테헤란에서 암살되자 이스라엘에 대한 대대적인 보복을 예고해 왔다. 그러나 이스라엘과 하마스 간 가자지구 휴전 협상 추이를 지켜보며 현재까지 보복 공격을 단행하지 않고 있다.
아주경제=조재형 기자 grind@aju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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