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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8.29 (목)

[사설] ‘21세기 정치깡패’에 판 깔아준 정치권의 책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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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일보

지난 15일 충남 천안 유관순체육관에서 열린 국민의힘 7·23 전당대회 충청권 합동연설회에 참석한 일부 유튜버와 지지자 등이 몸싸움을 벌이자 경호 요원들이 이를 말리고 있다. /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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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5일 국민의힘 전당대회 합동 연설회에서 벌어진 폭력 사태는 유튜버들의 몸싸움에서 시작됐다. 연설회를 현장 중계하던 한 유튜버가 먼저 한동훈 후보에게 “배신자”라며 고함을 질렀고, 한 후보를 지지하는 다른 유튜버가 이를 제지하면서 몸싸움이 벌어졌다. 여기에 원희룡 후보 지지 유튜버가 가세하면서 싸움이 커졌다. 국민의힘 선관위는 이들 3명에게 전당대회 행사장 출입 금지 조치를 취하고 업무방해 혐의로 고발했다.

전당대회에서 폭력까지 휘두른 극렬 유투버들은 혐오 정치를 자양분 삼아 돈벌이를 해왔다. 특정 정치인이나 정치 세력을 지지하거나 반대하는 방송을 하며 조회 수를 높이거나 후원금을 요구했다. 방송 내용이 자극적이거나 음모론에 가까울수록 수입도 증가한다. 전당대회장이나 기자회견장에 나타나 욕설을 하거나 고함을 지르면서 스스로 사건을 만들기도 한다. 1960년대 정치에 폭력으로 개입했던 정치 깡패들이 이제는 유튜브라는 신종 무기를 들고 21세기 정치판에 등장한 것이다. 지난 총선 때는 사전 투표소에 몰래 들어가 카메라를 설치한 유튜버가 구속된 일도 있었다.

극렬 유튜버들의 정치 폭력은 민주당도 마찬가지다. ‘개딸’로 불리는 이재명 전 대표 극렬 지지층들은 작년에 비명계 핵심 의원들의 지역구 사무실 앞에서 ‘수박 규탄 집회’를 열고 이를 유튜브로 생중계했다. 이들은 비명계 의원 지역구 간담회장까지 들어와 고성과 욕설을 하며 행사를 방해했다. 이 전 대표의 법정 출두나 기자회견 때는 수십 명의 유튜버들이 따라다니며 지지 구호를 외치며 이를 생중계하고 있다.

폭력을 휘두른 일부 유튜버들에게 정치 행사 출입 금지 조치를 취한 것은 임시방편에 불과하다. 여야 일부 정치인들은 자신들을 지지하고 상대 정파를 반대하는 극단적 유튜브에 출연하거나 협조하는 방식으로 사실상 공생 관계를 유지해왔다. 당장의 정치적 목적을 위해 팬덤 정치와 증오 정치에 편승한 것이다. 처음에는 돈을 벌기 위해 자극적 내용이나 음모론을 펴던 정치 유튜버들은 조회 수가 늘어나게 되면 특정 진영의 스피커를 자처하며 정치권에 영향력까지 행사하고 있다. 지금 민주당의 ‘호메이니’라고도 불리는 인물도 유튜버다. 정치 유튜버들에 의한 폭력 사태는 이들이 활개 칠 수 있는 운동장을 깔아준 정치인들의 자업자득이다.

[조선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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