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건의료노조 소속 병원 62곳 중 59곳 교섭…파업철회
조선대병원만 조정중지 후 파업, 2곳은 노사 조정 연기
간호법 통과 영향 커…간호사 “PA간호사 부담 덜었다”
의사협회 “총파업” 시사, 사직 전공의 “돌아갈 이유 없다”
의료공백 사태 장기화로 전국보건의료산업노동조합(보건의료노조)이 예고한 총파업이 사실상 타결됐다. 사진은 서울 중구 국립중앙의료원에 보건의료노조 총파업 현수막이 붙어있는 모습. [연합]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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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헤럴드경제=김용재·안효정 기자] 간호사들이 주축인 전국보건의료산업노동조합(보건의료노조)가 사실상 총파업을 철회했다. 파업이 예정됐던 의료기관 62곳 중 59곳의 노사 교섭이 타결됐다. 전날 국회 본회의에서 진료지원(PA) 간호사의 의료 행위를 내년부터 합법화하는 ‘간호법’이 통과된 것이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 간호사들은 간호법 통과에 ‘대환영’이라는 입장을 내놨다. 이에 반해 의사단체인 대한의사협회(의협)는 간호법 통과에 반발했다.
보건의료노조 소속 병원 62곳 중 59곳 파업 철회…간호법 통과 영향29일 보건의료노조에 따르면 한양대의료원 등 병원 59곳이 조정안을 수락해 임금 및 단체협약에 극적 합의했다. 이들은 오전 7시로 예정돼 있던 파업을 철회하고 정상 근무 중이다. 이들이 합의안에는 ▷의사 진료공백에 따른 일방적인 책임 전가 금지 ▷임금 인상 ▷불법의료 근절 ▷업무범위 명확화 ▷주4일제 시범사업 실시 등이 담겼다.
올해는 전공의 집단 이탈로 인한 인력난과 악화된 병원 경영사정으로 노사간 입장차를 좁히기 쉽지 않았다. 조정이 성립되지 않고 보건의료노조가 파업에 돌입했을 경우 병원 전체가 ‘셧다운’ 되는 의료대란이 우려됐으나, 임단협이 타결되면서 정부는 한숨을 돌렸다. 보건의료노조는 간호사를 중심으로 의료기사, 요양보호사 등 보건의료 부문에서 일하는 노동자들이 가입한 산별노조다. 지난해에는 140곳 사업장에서 이틀 간 총파업을 벌였다.
28일 오후 광주 동구 조선대병원 로비에서 전국보건의료산업노동조합 광주·전남본부 조선대병원지부 조합원들이 총파업 보고대회를 하고 있다. [연합]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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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대병원만 파업 돌입, 호남권역재활병원·노원을지대병원 조정 진행이번 협상에서 제외된 병원은 조선대병원, 호남권역재활병원, 노원을지대병원 등 3곳이다. 2곳은 조정이 성립되지 못했고, 1곳은 조정이 진행 중이다. 조선대병원은 노사 간 이견을 좁히지 못해 노동위원회가 조정중지를 결정함에 따라 이날 오전 8시 병원 로비에서 파업 출정식을 갖고 파업에 돌입한다.
보건의료노조에선 전날 국회 본회의에서 통과된 간호법이 각 사업장의 임단협 교섭에도 긍정적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고 있다. 간호법 제정안은 간호사·간호조무사 등 간호 인력에 관한 규정을 담고 있다. 간호법 제12조는 ‘간호사는 병원급 의료기관에서 진료 지원업무를 수행할 수 있도록 한다’고 규정했다. 업무의 구체적인 기준과 내용 등은 보건복지부령으로 정해진다.
그간 전공의들이 떠난 의료현장에서 PA 간호사들은 수술 보조나 진단서 작성 등 의사가 해야 하는 업무를 담당해 왔다. 국내 약 1만6000명이 PA 간호사 업무를 하는 것으로 알려졌는데, 업무 범위가 모호하다 보니 의사·약사의 영역을 침해한다는 우려도 있었다.
정부 의대증원에 반발하며 의료현장을 떠난 전공의들이 복귀하지 않으며 의료공백이 이어진 21일 서울 시내 한 대형병원에서 의료관계자들이 휴식하고 있다. [연합]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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간호사들 한 목소리 “환자들도 인정받는 간호사에 치료 받아 좋을 것”현장 간호사들은 간호법 통과에 환영의사를 내놨다. 이날 신촌세브란스병원에서 만난 PA간호사 A씨는 “PA간호사들의 부담감이 솔직히 많이 컸다”라며 “간호법 통과로 우리 일이 합법적으로 보호 받게 되었기 때문에 적극적으로 환영하는 바”라고 말했다.
강동경희대병원에서 만난 간호사 B씨는 “(간호법 통과에 대해)이제야 병원이 정상화 되었다고 생각한다”라며 “환자들도 제대로 인정받는 간호사들에게 치료받는 것이 더 좋지 않나 생각한다”라고 했다. 대한간호협회 역시 “간호 돌봄체계 구축과 보편적 건강보장을 실현해 나가는 길이 열리게 됐다”는 성명을 내놨다.
의사들은 간호법 통과로 ‘의료 사고가 늘 것’이라며 반발하고 있다. 임현택 의협 회장은 “간호법은 간호사가 진단하고, 간호사가 투약 지시하고, 간호사가 수술하게 만들어주는 법”이라며 “간호사들의 불법 의료행위로 인한 피해 신고센터를 운영할 것”이라고 했다.
진료지원(PA) 간호사의 의료 행위를 법으로 보호하는 것을 골자로 한 간호법 제정안이 국회를 통과한 28일 오후 서울 용산구 대한의사협회에서 3일째 단식을 이어가는 임현택 의협 회장이 의대생 학부모와 대화를 나누고 있다. [연합]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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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의사협회, 총파업 시사…전공의들 “돌아오지 말라는 소리”의협은 총파업 가능성도 내비쳤다. 임 회장은 긴급 시국선언을 통해 “(간호법이 통과된다면) 의료를 멈출 수밖에 없다”고 말한 바 있다. 의협이 반발하는 배경에는 간호법 이후 다른 직업군에 관한 법안 발의가 이어질 수 있다는 우려가 깔려 있다. 의협은 “의료법 안에서 유기적으로 돌아가던 여러 직업군까지 권리 확보를 위해 단독법 제정을 요구하고 나설 가능성이 크다”고 주장하고 있다.
전공의들 사이에선 복귀할 여지조차 없다는 말도 나오고 있다. 사직한 한 전공의는 “간호법 통과는 정부에서 전공의들 돌아오지 말라고 소리치고 있는 것과 다름 없다”라며 “정부가 전공의 없이 간호사들로 대형 병원을 운영하겠다는 것인데, 우리로서도 이제는 돌아갈 이유가 없어졌다”라고 호소했다.
박단 대한전공의협의회 비대위원장은 본인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간호법은 대한민국 의료체계를 왜곡하는 또 하나의 재앙이 될 것”이라며 “결국 몇몇 고위 관료들과 간호협회, 그리고 병원장들만 노났다”고 썼다.
간호법 제정안은 공포 후 9개월이 지난 날부터 시행된다. 다음 달 국무회의를 거쳐 이르면 내년 6월 시행이 예상된다. 교육과정 양성에 대한 규정은 공포일로부터 3년의 유예기간을 둘 수 있도록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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