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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8.23 (금)

"본인이 안 마셨다고 해서"…'음주측정 거부' 공무원 승진시킨 남원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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머니투데이

전북 남원시청 전경/사진=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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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북 남원시가 음주 측정을 거부해 현행범으로 체포된 공무원에 대한 승진 인사를 단행해 논란을 샀다. '인사 참사'라며 시민들의 항의가 빗발치고 있다.

16일 남원시에 따르면 시는 최근 정기인사를 발표하면서 6급 공무원 A씨(여)를 5급 사무관으로 승진시켰다. 아울러 과장급에 해당하는 4급 국·실장 직무대리 자리에 임명했다.

문제는 A씨가 지난 5월31일 음주 측정을 거부해 현행범으로 체포된 인물이란 점이다.

그는 당시 새벽 1시쯤 광주~대구고속도로 하행선에서 갓길에 차량을 세우고 잠들어 있다가 경찰에 붙잡혔다. 경찰은 술 냄새가 나 음주 측정을 세 차례 시도했지만 A씨가 거부해 현행범으로 체포됐다. 그는 경찰 조사에서 "술을 마시지 않았다"고 진술한 것으로 전해졌다.

경찰은 여전히 음주운전을 의심하고 있다. 만약 음주운전을 하고 음주 측정에 불응했다면 '지방공무원 징계규칙'에 명시된 '음주운전 징계기준'에 따라 정직~해임에 해당하는 중징계에 처한다.

그런데 남원시는 사건이 발생한 지 두 달도 지나지 않은 시점에 A씨에 대한 승진 인사를 단행한 것이다. 남원시는 "본인이 술을 마시지 않았다고 주장해 '무죄 추정 원칙'에 따라 인사를 단행했다"고 해명했다. 아울러 수사 결과가 나오면 이에 맞는 징계 조치를 하겠다는 입장이다.

A씨는 YTN 취재진이 음주 여부 등을 재차 물었으나 답변을 피하면서 빠르게 걸음을 옮겼다. 또 최경식 남원시장은 음주 측정 거부와 관련한 내용은 알고 있었다면서도 인사 경위에 대해서는 "인사팀에 이야기하라"며 책임을 회피했다. 인사팀은 YTN에 "범행 사실을 몰랐고 절차적으로 문제 없는 인사"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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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판 글로 도배된 남원시청 홈페이지 시민참여 자유게시판/사진=남원시청 홈페이지 캡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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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에 공무원노조와 시민들은 "부적절한 인사", "인사 참사"라며 반발했다.

전국공무원노조 전북지역본부 남원시지부는 성명을 내고 "트라우마로 남을 역대급 인사 참사에 대해 남원시장은 답하라"고 밝혔다.

노조는 "해당 공무원을 징계가 아닌 승진을 한 이유가 무엇이냐"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지방공무원법에 따라 남원시는 인사위원회를 구성해 운영하는데 일부 위원을 고의적으로 배제한 이유는 무엇이냐"고 했다.

노조는 "역대급 엉망진창 인사 참사 앞에 남원시 공직사회는 할 말을 잃었다"며 "범죄 피의자를 감싸고 알 수 없는 기준으로 공직사회를 패닉 상태에 빠뜨렸다"고 비판했다.

남원시청 홈페이지 시민참여 자유게시판은 비판 글로 도배됐다. 남원 시민들은 "음주측정 거부는 범죄인데 범죄자 월급 주는 남원시민들이 불쌍하다", "전국의 음주운전자는 남원시로 모이면 되느냐", "음주운전 범죄를 하나의 능력으로 보는 것이냐"고 꼬집었다.

또 시민들은 "음주 측정 3회 거부자 승진시켜주는 정 많은 남원 칭찬한다", "벌금 많이 낼까봐 월급 한 푼이라도 더 주려는 것 같은데 직원에 대한 시장의 사랑이 각별하다", "제2의 밀양이 될 것 같다"고 비꼬았다.

양성희 기자 yang@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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