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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6.27 (목)

대학 손잡고 학과 개설, AI 공동연구센터까지… 기업들 인재난 자구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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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LG·SK… “임시방편일 뿐”

조선일보

전경훈(왼쪽) 삼성전자 DX부문 CTO겸 삼성리서치장이 17일 서울 관악구 서울대 글로벌공학교육센터에서 김영오 서울대학교 공과대학장과 'AI 공동연구센터' 설립을 위한 위한 업무협약을 체결 후 기념 촬영하고 있다. /삼성전자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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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기업들은 인공지능(AI)·반도체 분야 인재난의 핵심 요인으로 ‘공급 부족’을 꼽는다. 대학에서 배출되는 인력의 양과 질(質)이 절대적으로 적다는 것이다. 특히 이제 막 열리기 시작한 AI 분야는 더욱 심각하다. 기업들은 자구책으로 대학에 계약 학과나 관련 강의를 개설하고 있다.

삼성전자는 17일 서울대에 AI 공동 연구 센터를 설립하기로 했다. 삼성전자가 AI 분야에서 대학에 공동 연구 센터를 설립한 것은 처음이다. 이곳에서 향후 3년간 AI 최신 기술 분야에 대한 산학 협력 연구 과제를 수행하고, 과제에 참여하는 석·박사급 연구원을 채용하는 방안도 추진한다. 전경훈 삼성전자 사장은 “미래 연구 분야의 우수 인재를 확보하기 위한 것”이라고 말했다. 삼성전자는 이미 올해 성균관대에 AI 분야 계약 학과인 채용 연계형 ‘지능형 소프트웨어 학과’를 만들어 첫 신입생도 받았다. 학·석사 통합 5년 과정에 매년 총 50명을 선발한다. 이 학과 서의성 학과장은 “좋은 인재를 확보하기 위해 전액 장학금을 지원하고, 과정 중 미국 연수, 세계 최대 IT 전시회 CES 참관 등의 혜택도 제공한다”고 말했다.

LG전자는 지난해 서강대에 인공지능학과를 개설했다. KT는 2022년 3월 한양대를 시작으로 카이스트, 포항공대에 채용을 전제로 한 AI 융합 석사 과정을 설치해 운영하고 있다. 네이버는 지난해 2학기 서울대에 ‘멀티모달 딥러닝의 이론과 응용’이라는 과목을 신설했다.

하지만 이 같은 계약 학과가 임시방편이 될지라도 근본적인 대안이 되기는 어렵다는 지적도 나온다. 이미 운영되고 있는 반도체 계약 학과에서는 합격생들이 무더기로 등록을 포기하는 사례가 속출하고 있다. 높은 점수를 받은 학생들이 의대로 대거 이탈하기 때문이다. 지난해 정시 전형 최종 합격자 등록 결과를 보면, 삼성전자 계약 학과인 연세대 시스템반도체공학과의 경우 25명 선발에 55명이 등록을 포기한 것으로 나타났다. 정원의 배가 넘는 인원이 등록을 하지 않고, 수차례 추가 모집을 통해 정원을 채웠다는 의미다. SK하이닉스의 고려대 반도체공학과는 10명 모집에 등록을 포기한 합격자가 10명이었다.

기업 입장에서도 실제 투입까지는 시차가 걸린다는 점이 한계로 꼽힌다. 올해 AI 계약 학과를 신설한 삼성전자의 경우 5년 뒤에야 첫 졸업생이 나온다. 업계 관계자는 “산업 트렌드가 시시각각 바뀌는 상황에서 미리 인재 양성을 준비하지 않으면 시차가 걸릴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이해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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