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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20 (월)

“노후 대비로는 최고였는데”... 이젠 낙찰률 10%대로 떨어진 ‘미운오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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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실률 상승→임대료 하락→대출 체납
결국 경매로 내몰리는 상가
지난달 서울 상가 낙찰률 15.9%
3개월 연속 10%대로 저조
“시장 개선 어려워 경매물건 더 늘것”


매일경제

임대 현수막치 붙은 상가 모습 [사진 =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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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퇴 세대의 수익형 투자이자 자산가들에게 종합부동산세 등을 절세하는 재테크 수단으로 활동되던 상업시설에 경고등이 켜졌다. 고금리 시장이 길어지면서 거래시장이 얼어붙은 가운데 아파트 등 주거시설은 정부의 실수요자 특례 대출에 힘입어 가격 하락을 방어하고 있지만 상업시설은 여전히 침체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특히 무리하게 대출을 받아 투자했다가 대출 원리금 상환 부담에 짓눌린 투자자들의 매물이 경매 시장에 쌓이고 있지만, 물가 폭등의 영향으로 외식·쇼핑을 줄이는 불황형 소비 현상이 심화되면서 경매시장 나온 상가가 외면받고 있다.

7일 지지옥션에 따르면 지난달 법원 경매에서 서울 상가 208건 중 33건(지난달 30일 기준)이 낙찰돼 15.9%의 낙착률을 기록했다. 서울의 상가 낙찰률은 지난 1월 21.5%에서 2월 15.0%로 떨어진 데 이어 3월 17.1%, 4월 15.9% 등으로 3개월 연속 10%대를 기록했다.

수도권의 다른 지역도 사정은 비슷하다. 지난달 인천 상가는 62건 중 10건만 낙찰돼 낙찰률이 16.1%였으며, 경기 상가 낙찰률은 19.7%로 전달(19.0%)에 이어 10%대에 머물렀다.

이처럼 저조한 상가 낙찰률은 경기 침체와 이에 따른 소비 심리 저하 등으로 상가 공실률은 오르고 임대료는 하락한 데 따른 것으로 보인다.

한국부동산원의 ‘1분기 상업용 부동산 임대동향조사’ 자료를 보면 1분기 전국의 소규모 상가 공실률은 7.6%로 전 분기보다 0.3%포인트 올랐다. 중대형 상가 공실률도 전 분기보다 0.2%포인트 상승한 13.7%를 기록했다.

소상공인 점유율이 높은 집합상가 공실률(10.1%)은 전 분기보다 0.2%포인트 오르는 등 상가 모든 유형에서 공실률이 상승했다.

공실률 상승에 따라 임대가격지수는 하락세다. 소규모 상가의 임대가격지수는 전 분기보다 0.13% 하락했고, 중대형 상가와 집합상가도 각각 0.04%, 0.07% 내렸다.

오른 공실률은 투자 수익률 하락으로 직결되고 있다. 지난해 중대형(3층 이상·연면적 330㎡ 초과) 상가의 투자 수익률은 3.18%로 전년 대비 2.36%포인트 내렸다. 같은 기간 소규모(2층 이하·연면적 330㎡ 이하) 상가와 집합상가 투자 수익률은 각각 2.20%포인트와 1.70%포인트 내린 2.80%, 3.96%를 기록했다.

경매 상가 늘어나는데, 낙찰률은 뚝뚝
올해 1분기 서울 상가의 경매건수는 531건으로 낙찰건수는 98건에 불과했다. 이는 지난해 같은 기간에 경매진행건수가 325건, 낙찰건수가 79건이었음을 감안하면 경매물건이 대폭 늘고 있는 상황이다. 지난해 20%대 수준이었던 낙찰률도 17.87%로 떨어졌다.

일례로 서울 중구 을지로6가 동대문패션티브이 상가 전용 8㎡는 감정가가 8360만원이었지만 2200만원에 매각됐다. 6차례 유찰되면서 낙찰률은 26.30%에 불과했다.

입지 좋은 상가도 상황은 비슷하다. 서울 용산구 한남동 한남빌딩 전용 135㎡는 감정가가 56억8040만원이었지만 4번 유찰끝에 23억4555만원에 매각됐다. 낙찰가율은 41.30% 수준이다. 송파구 장지동 아이온스퀘어 전용 51㎡ 역시 3차례 유찰되면서 감정가 2억9700만원의 64%수준인 1억9008만원에 낙찰됐다.

서울 종로구 효성주얼리시티 지하 1층 상가도 감정가 1억5200만원에 경매로 나왔으나 13차례 유찰된 끝에 988만원에 팔렸다. 낙찰가율은 감정가의 6.5%에 그쳤다.

시장에서는 고금리 장기화와 내수 경기 침체, e커머스 시장 확대 등이 복합적으로 작용하면서 수익형 부동산 시장이 위축됐다고 보고 있다. 거래절벽이 이어지면서 임차인을 구하지 못하고 고금리 대출 이자도 감당하지 못한 임대인들이 경매로 내몰리고 있다는 것이다.

전문가들은 경매 시장에 상가 매물이 급증하고 있지만 여전히 리스크가 크기 때문에 주의해야 한다고 조언한다. 금리 불확실성과 내수 경기 침체 우려가 변수로 작용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주현 지지옥션 선임연구원은 “경기가 침체된 영향도 있지만 금리가 워낙 높기 때문에 세입자가 있어도 수익성을 맞추기 어려운 상황”이라며 “대출을 받고 사려고 해도 수익성이 안나와 매수심리도 위축된 상황이어서 시장에서 소화되지 못한 물건들이 경매시장으로 나오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상가 뿐만 아니라 지식산업센터, 중대형 오피스텔 등 수익형 부동산 전반적으로 타격을 받고 있다”고 말했다.

최근 몇 년 사이 대출을 받아 상가를 구입한 경우 금리가 두 배 가까이 올라가면서 임대수익으로 충당이 안돼 이자를 본인 자금을 추가로 넣어야 하는 상황도 속출하고 있다. 아파트는 주거가 가능하고 차익도 기대할 수 있는 데 비해, 상가의 경우 노후화될수록 시세차익을 기대하기 어려운 것이 일반적이다.

이주현 지지옥션 선임연구원은 “최근 5년간의 경매 시장 거래 흐름에서 상가 시설을 포함한 수익형 부동산 매물이 올해 들어 크게 두드러지고 있다”며 “경매 진행 건수가 늘고 있다는 것은 그만큼 경기침체 타격이 크고 고금리에 따른 임대 수익률 악화가 깊다는 것을 의미한다”고 말했다. 이어 “더 큰 문제는 이러한 시장 상황이 개선될 것이라는 요인과 전망 자체가 보이지 않는다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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