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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19 (일)

[사설] 尹 “기초연금 40만원”, 정권마다 10만원 인상 현실화되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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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일보

어버이날 기념식에 참석한 윤석열 대통령./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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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석열 대통령이 어버이날 기념식에 참석해 기초연금을 임기 내 40만원까지 늘리겠다고 했다. 지난 대선 때 공약을 재확인한 것이긴 하지만 기초연금을 인상하려면 고려해야 할 사항이 한둘이 아니라는 점도 짚고 넘어가지 않을 수 없다.

65세 이상 중 소득 하위 70%가 받는 기초연금은 1인가구에 최대 33만4810원, 부부가구에는 53만5680원을 주고 있다. 2008년 제도 도입 당시 10만원 안팎에서 출발했지만, 대선 때마다 10만원씩 올라 40만원 지급을 약속하는 데 이르렀다. 기초연금을 받는 사람은 2014년 435만명에서 올해 701만명까지 늘어났다. 올해 기초연금 예산만 24조원이다. 월 40만원으로 올릴 경우 노인 인구와 금액 증가를 고려하면 연간 최소 30조원 이상이 필요할 것이다.

더 큰 문제는 기초연금에 한 해 수십조원을 쏟아부어도 노인 빈곤율이 좀처럼 줄지 않는다는 점이다. 우리나라 노인 빈곤율은 아직도 30%대 후반에 머물러 OECD 국가 평균의 3배 수준이다. 소득 수준을 가리지 않고 기초연금을 소득 하위 70%에 똑같은 액수를 주기 때문에 생기는 문제다. 많은 전문가들이 빈곤율이 높은 75세 이상과 여성 등 취약계층에 기초연금을 더 두껍게 지원하는 방향으로 제도를 개선할 필요가 있다고 말하는 이유다.

기초연금을 40만원으로 올리면 국민연금과 관계에도 문제가 생긴다. 현재 국민연금 평균 받는 액수는 62만원 정도다. 그런데 기초연금을 40만원으로 올리면 부부의 경우 20% 감액하더라도 64만원을 받는다. 기초연금은 본인이 보험료를 내지 않고 전적으로 세금으로 주는 것이다. 평생 꼬박꼬박 국민연금을 낸 사람들만 바보로 만드는 것이다. 기초연금의 당초 취지에 맞게 소득 하위 30~35%를 집중 지원하고 그 이상은 국민연금과 형평성을 고려해 조정하는 방안을 적극 검토할 필요가 있다. 무조건 소득 하위 70%인 선정 기준도 기준 중위 소득의 일정 수준 이하로 바꿔야 받는 사람 수를 점차 줄여갈 수 있을 것이다. 기본적으로 기초연금 인상은 국민연금 구조를 개편할 때 개편안의 부족한 부분, 불만이 있는 부분을 보완하는 데 긴요하게 쓸 수 있다. 불쑥 기초연금을 인상하면 이런 문제들을 논의하는 것 자체가 어려울 것이다.

[조선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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