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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23 (목)

벚꽃 지니 알록달록 동화나라 튤립이 반기는 아산 봄꽃 여행 [최현태 기자의 여행홀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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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나클랜드 수목원 산 뒤덮은 100만송이 튤립 장관/‘가장 아름다운 성당’ 공세리 성당엔 철쭉 활짝/정원 예쁜 외암마을 건재고택도 꼭 가봐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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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나클랜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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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의 상상력은 과연 어디까지일까. 100만 송이 튤립이라니. 산책로도 모자라 산비탈과 산꼭대기까지 산 하나를 통째로 뒤덮은 빨강, 노랑, 하양, 보라색 튤립의 물결. 가수 안치환이 사람이 꽃보다 아름답다고 노래했지만 상상을 초월한 튤립 정원을 마주하니 생각이 좀 달라진다. 누가 뭐래도, 꽃은 사람과 견줄 수 없을 만큼 그냥 예쁘다. 어린 시절 꿈속에서나 나올 법한 만화 같은 풍경 가득한 피나클랜드 수목원 꽃밭을 걷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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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일보 여행면. 편집=김창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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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일보 여행면. 편집=김창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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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0만 송이 튤립이 꾸미는 동화 속 세상

충남 아산시 영인면 월선길 관광농원 피나클랜드 수목원 입구로 들어서자 하늘을 향해 힘차게 뻗어간 메타세쿼이아 나무가 여행자를 반긴다. 누렇게 바랜 잎들을 모두 떨궈 앙상하던 가지마다 새로 돋운 싱그러운 초록들이 어느새 무성하다. 늦가을 다시 오면 담양 메타세쿼이아 길처럼 낭만으로 가득한 풍경을 선사할 것 같다. 나무 밑동을 따라 다양한 색상의 튤립이 빽빽하게 심어져 봄날을 더욱 화사하게 꾸민다. “어머머! 튤립 좀 봐” 오랜만에 동창들과 나들이 나온 60대 아주머니들이 입구부터 사진 찍느라 바쁘다. 하지만 아직 탄성은 이르니 좀 아껴둬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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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나클랜트 입구 메타세쿼이아 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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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나클랜드.


매표소를 지나 오른쪽 사계광장으로 들어서자 넓은 잔디광장 주변으로 본격적인 튤립꽃밭이 시작된다. 색상과 모양이 다양한 튤립이 광활하게 펼쳐진 풍경은 네덜란드의 한 마을로 순간이동한 듯하다. 삼각대까지 준비한 남친은 여친의 가장 예쁜 표정을 담으려 애쓴다. 하지만 튤립꽃밭이 비현실적인 동화 속 세상처럼 화사하니 사람을 꽃보다 아름답게 담기란 쉽지 않아 보인다. 갑자기 한 무리의 아이들이 잔디광장으로 쏟아져 들어오더니 선생님 율동에 맞춰 노래 부르며 재롱잔치를 펼친다. 아이들은 꽃놀이에는 별 관심이 없나 보다. 친구들과 장난치고 재잘대기 바쁜 모습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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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나클랜드 레이크카페 분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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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나클랜드 산책길.


사계광장을 지나면 차 한잔하며 쉬어가는 레이크카페를 만난다. 어른 팔뚝만 한 비단잉어가 신나게 헤엄치는 연못에선 시원한 분수가 뿜어져 나오고 그 뒤로도 어김없이 튤립이 가득 심겨 있다. 연못과 언덕 너머로 놀라운 풍경이 펼쳐진다. 산 전체에 빈틈이 없어 보일 정도로 튤립을 가득 심어 놓았다. 태어나 처음 보는 꽃밭에 입이 다물어지지 않는다. 우리나라에서 이렇게 튤립이 많은 곳은 처음이다. 네덜란드에 여행 다녀왔다는 일행은 그곳에서도 이 정도로 많은 튤립이 산에 가득한 풍경은 보지 못했다며 혀를 내두른다. 더구나 산속 꽃밭은 하얀 자작나무와 어우러져 신비로움을 더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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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나클랜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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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나클랜드.


누가 이런 수목원을 만들었을까. 얘기를 들으면 감탄사를 터뜨리며 무릎을 탁 치게 된다. 바로 그 유명한 거제 외도 보타니아 수목원을 만든 이창호 선생 작품이다. 그는 아산만 방조제 매립을 위해 채석장으로 사용된 곳을 사들여 자녀와 손수 가꾼 뒤 2006년 7월 수목원으로 문을 열었다. 이 선생은 무인도이던 외도를 30여년 동안 가꿔 섬 전체를 거대한 수목원으로 꾸민 인물. 보타니아에는 선인장, 야자수 등 아열대식물과 은환엽유카리 등 희귀식물이 가득해 거제를 대표하는 여행지로 인기를 끌고 있다. 보타니아를 가꾼 끈질긴 열정이 피나클랜드에서 또 한 번 꽃핀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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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나클랜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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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파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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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나클랜드 정상 전망대 포토존.


현재 피나클랜드는 ㈜피나클랜드농업회사법인이 운영하며 10만7300㎡ 규모에 13개 테마공간으로 꾸며졌다. 사계절 다양한 풍경으로 갈아입는 아름다운 곳이다. 봄에는 수선화, 튤립이 지천으로 피고 여름에는 수국, 가을에는 국화가 만발하며 겨울에는 별빛과 레이저 불빛이 더해진다. 산양과 알파카 등이 뛰어노는 동물마을과 자연쉼터를 지나 정상의 전망대까지 꼭 올라보길. 채석장의 모습이 그대로 남아 있는 달빛폭포를 만나고 전망대에 오르면 서해대교까지 한눈에 펼쳐진다. 피나클랜드 튤립·수선화축제는 이달 26일까지 진행되며 주말에는 버블매직쇼 솜사탕 퍼포먼스, 사물놀이, 음악회 등이 다채롭게 펼쳐진다. 알파카, 꽃사슴, 유산양 등 동물 먹이주기 체험과 구근심기 체험도 즐길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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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세리성당.


◆알록달록 철쭉 만발한 공세리성당

피나클랜드에서 차로 5분 거리엔 공세리성당이 있어 함께 묶어 여행하기 좋다. 성당 가는 길엔 알록달록 화사하게 만발한 철쭉이 여행자를 반기고 높은 언덕 위엔 붉은 벽돌로 지은 아름다운 성당이 아담하게 앉았다. 성당 왼쪽에 우뚝 선, 한눈에도 범상치 않은 거대한 고목이 눈길을 사로잡는다. 350살이 넘은 팽나무로 고풍스러운 근대식 성당 건물과 완벽한 조화를 이룬다. 2005년 한국관광공사가 한국을 대표하는 가장 아름다운 성당으로 선정한 이유를 잘 알겠다. 고즈넉하면서도 낭만적인 풍경 덕분에 ‘태극기 휘날리며’ ‘사랑과 야망’ ‘에덴의 동쪽’ ‘미남이시네요’ 등 많은 영화와 드라마의 선택을 받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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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세리성당.


가지를 무성하게 펼친 팽나무 그늘에는 단체로 나들이 나선 어르신들이 앉아 한가로이 봄바람을 즐긴다. 공세리성당은 평일에도 단체버스로 많은 천주교 신자들이 찾는다. 이유가 있다. 신유, 병인박해 때의 순교자 32인을 모신 천주교 성지이기 때문이다. 내포지역은 ‘신앙의 못자리’라 불릴 만큼 한국 천주교 역사에서 중요한 중심지 역할을 했는데 공세리성당은 이 내포지역 입구에 자리 잡고 있다. 1890년에 건립돼 120년이 넘은 역사가 담긴 공세리성당 부지는 성종 9년(1478년)부터 영조 38년(1762년)까지 300년 가까이 충청도 일대에서 거둬들인 세곡을 저장하던 공세 창고가 있던 곳으로 전해진다. 공세리성당을 지은 에밀 드비즈 신부는 특이한 업적을 남겼는데 바로 유명한 ‘이명래 고약’이다. 어린 시절 몸에 종기가 나면 어머니가 늘 발라주던 바로 그 고약을 드비즈 신부가 처음 개발해 무료로 나눠줬다고 한다. 비법은 신부를 돕던 이명래(요한)에게 전수돼 전국으로 보급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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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산외암마을.


◆시간이 멈춘 건재고택을 거닐다

아산여행에서 외암마을을 빼놓을 수 없다. 실개천을 건너 마을로 들어서자 시간이 멈춘 듯한 고즈넉한 풍경이 펼쳐진다. 보라색 꽃이 무성한 박태기나무와 600살이 넘은 높이 21m, 둘레 1.7m 느티나무를 지나면 아름다운 돌담길이 이어진다. 설화산 남서쪽 기슭 언덕에 자리 잡은 마을은 500여년 전에 생긴 예안이씨의 집성촌으로 지금도 80여채가 남아 있다. 마을의 돌담길을 모두 합치면 5.3㎞나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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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산외암마을 돌담길.


마을을 대표하는 건재고택으로 들어서자 고고한 자태를 뽐내는 키 낮은 소나무가 멋지게 ‘ㄱ’자로 꺾이며 마당 한가운데를 차지하고 앉았고 그 너머로 사랑채가 놓였다. 툇마루에 앉으니 들리는 것은 새소리와 바람이 연주하는 나뭇잎 부대끼는 소리뿐이니 마음은 고요하고 평화롭다. 많은 고택을 가봤지만 이토록 아름다운 정원은 처음이다. 조선 때 성리학자 외암 이간이 태어난 곳으로 지금의 고택은 후손인 건재 이상익이 고종 6년(1869년)에 지었다. 설화산에서 흘러 내려오는 계곡물을 마당으로 끌어들여 아름답게 굽이쳐 흐르는 수로를 만들었고 연못, 폭포, 돌다리까지 더한 점이 돋보인다. 비가 내리는 날이면 수로를 통해 물이 힘차게 흘러간다니 비 오는 날 하룻밤 머물면 운치를 더할 것 같다. 소나무, 단풍나무 등 키 큰 나무와 영산홍 등 키 작은 관목을 어울리게 심어 계절의 변화를 잘 느끼도록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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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산외암마을 건재고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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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산스파비스.


중부권의 소문난 휴양지 아산스파비스는 대대적인 리뉴얼을 마치고 지난달 재개장해 손님을 맞고 있다. 깔끔하게 꾸민 입구를 지나 야외온천풀로 들어서자 외국의 휴양지에 온 듯 이국적 풍경이 펼쳐진다. 사우나, 야외온천풀, 야외 익사이팅리버, 파도풀 등 전체를 리뉴얼해 마치 새로 조성한 놀이시설에 온 듯하다. 워터파크에서 사용하는 물은 100% 천연 온천수. 특히 파도풀은 1500명을 동시 수용할 수 있는 충청권 최대 규모여서 올여름 큰 인기를 끌 것으로 보인다. 어린이날에는 페이스페인팅, 풍선·보물찾기 등 다양한 이벤트가 준비되고 5∼9월 주말과 연휴에는 별빛 스파가 운영된다. 파도풀과 슬라이드는 6∼9월에 이용할 수 있다. 아산스파비스는 언덕에 프라이빗한 ‘신상 캠핑장’ 스파포레도 잘 꾸며놓았다. 개별 온수풀을 갖춘 글램스파 3개 동, 글램포레 28개 동, 코치맨 10개 동이 마련돼 맛있는 바비큐를 즐기며 편안한 휴가를 보내기 좋다.

아산=글·사진 최현태 선임기자 htchoi@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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