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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18 (토)

‘혁신 아이콘’이 AI 지각생 됐다, 넉달새 시총 10% 증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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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I 전환기, 기로에 선 애플

지난 20년 가까이 세계 테크 산업의 중심에 있었던 애플이 인공지능(AI) 대전환기를 맞아 기로에 섰다. 2022년 11월 생성형 AI인 챗GPT의 등장과 함께 시작된 ‘AI 열풍’에 마이크로소프트(MS)와 구글은 과감한 투자로 발 빠르게 편승했다. 반면 애플은 지금까지 AI와 관련해 이렇다 할 비전을 제시하지 못하고 있다. 애플의 실적 하락이 챗GPT가 등장한 2022년 4분기부터 시작된 것은 공교롭다.

워싱턴포스트는 2일 “10년 전만 해도 전 세계 애플 매장은 최신 제품을 가장 먼저 손에 넣기 위해 며칠씩 줄을 서는 고객들로 장사진을 이뤘지만 최근에는 열기가 시들었다”고 했다. AI 혁신 경쟁에서 뒤떨어진 애플에 소비자들이 매력을 느끼지 않는다는 것이다.

조선일보

그래픽=이철원


◇”싱싱하던 애플이 시들고 있다”

애플과 MS의 최근 상황은 AI가 테크 산업에 미치는 영향과 파괴력을 단적으로 보여주고 있다. 애플은 올 초 MS에 전 세계 시가총액 정상 자리를 내주고 2위로 내려왔다. 애플은 2007년 1월 아이폰을 내놓으면서 세계 테크 산업을 PC 중심의 온라인 생태계에서 모바일 중심의 앱 생태계로 뒤바꿨다. MS는 애플이 몰고 온 모바일 시대에 대처를 제대로 하지 못해 ‘잃어버린 20년’을 보내야 했다.

MS는 AI 전환기를 맞아 애플을 다시 앞섰다. MS는 지난해 1월 챗GPT 개발사 오픈AI에 선제적으로 100억달러(약 13조6000억원) 이상을 투자해 AI 시대의 주도권을 잡았다. 이후 AI 챗봇 ‘코파일럿’을 만들어 검색 엔진 빙, MS오피스 등 자사 소프트웨어에 탑재했다. 생성 AI 붐이 일면서 MS 매출액의 40%를 차지하는 클라우드 애저에 대한 수요가 늘어났다. IT 시장조사 업체 델오로의 추산에 따르면 애플은 전 세계에 26개의 데이터 센터를 운영 중인 반면, MS, 구글, 아마존은 각각 300개 이상의 데이터 센터를 보유하고 있다.

AI 전환기를 놓친 결과는 주가로도 확인된다. 2일 현재 미 증시에서 시가 총액 3위에 오른 엔비디아는 AI 반도체 시장을 장악한 덕분에 연초보다 기업 가치가 약 80% 늘었다. AI 개발에 직접 뛰어들거나 데이터 센터 사업을 하는 MS(1위), 구글(4위), 아마존(6위)도 올 들어 기업 가치가 두 자릿수 성장을 기록했다. 애플만 연초보다 기업 가치가 약 10% 떨어졌다. 조대곤 KAIST 경영공학부 교수는 “애플은 최근 혁신보다는 효율적인 경영에 중점을 두다 보니 AI 혁신 경쟁에서 애플이 탈락하게 된 것”이라고 말했다.

◇AI로 난관 타개할 수 있을까

애플은 올 들어 다른 악재에도 시달렸다. 고가의 가상현실(VR) 헤드셋 ‘비전 프로’는 판매가 저조하다. 수년간 해온 자율 주행차 개발도 포기했다. 시장 지배력을 남용하고 있다는 이유로 유럽연합(EU)의 규제 당국으로부터 조사를 받고 있고, 미국 법무부로부터 소송을 당했다.

애플은 뒤늦게나마 AI 투자에 나서고 있다. 올 초 온디바이스(내장형) AI 개발 기술을 갖춘 캐나다 AI 스타트업 ‘다윈AI’를 인수했다. 스위스 취리히에 ‘비밀 연구소’를 만들고 구글에서 인재를 적극적으로 영입해 온 사실도 최근 알려졌다. 애플은 다음 달에 열리는 세계개발자대회(WWDC)에서 새로운 AI 기능을 공개한다고 예고했다. 모건 스탠리의 애널리스트인 에릭 우드링은 “애플이 WWDC에서 소비자들에게 선보일 AI 기능이 게임 체인저가 될 수 있을 것”이라고 했다. 반면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애플은 여전히 AI와 관련한 네트워크 규모와 투자에서 다른 빅테크에 뒤처져 있다”고 했다.

[변희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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