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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22 (수)

[최재붕의 디지털 신대륙] AI 동영상 기술 확인한 ‘아바타’ CG社의 탄식… “이제 우린 뭘 하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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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일보

그래픽=백형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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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은 ‘근로자의날’이다. 디지털 신대륙에는 노동이 어떻게 바뀌고 있는지 살펴보자. 근로의 방식을 바꾼 건 코로나의 역할이 컸다. 이때 사람들은 집에서도 근무가 가능하다는 사실을 확인했고 급격하게 ‘재택 근무’가 확대되기 시작했다. IT 산업의 핵심 도시인 샌프란시스코는 오피스 공실률이 29%(2023년 3월 기준)를 넘어 커다란 사회문제를 만들었다. 도심 인구가 줄자 백화점과 상가가 모두 철수해버렸고 그 빈 공간에 노숙자와 마약 중독자들이 자리를 잡아 도심지를 황폐하게 만들고 있는 중이다. 또 하나가 국경 없는 노동의 시작이다. 최근 뉴욕의 한 식당에서 필리핀 현지인을 안내와 계산을 담당하는 직원으로 고용해 많은 이들을 놀라게 했다. 식당에 찾아와 예약 테이블을 찾거나 메뉴에 대해 묻는 고객, 계산을 하려는 고객 등을 화면으로 응대하는 것이다. 거의 모든 지구인들이 쓰는 원격 화상 서비스 ‘줌’을 활용한다. 업주는 뉴욕주 인건비의 급상승으로 이런 고육지책을 채택했다고 한다. 뉴욕 현지인의 시간당 최저임금은 20달러가 넘지만 필리핀 현지인은 3달러에 고용할 수 있다. 이 모든 것이 2020년 1월 코로나 발생 이후 형성된 디지털 신대륙의 근무 환경이 만들어낸 노동의 변화다. 여기 AI가 또 태풍의 눈이 되고 있다.

2023년 할리우드 작가협회는 챗GPT 사용 금지를 내걸고 파업을 벌였다. 그도 그럴 것이 챗GPT를 활용하면 대본 작업을 할 때 인건비를 거의 절반 이하로 줄일 수 있다. 아침 드라마 대본 작업을 한다고 상상해보자. 일반적으로 메인 작가가 “이 대목에 이런 장면을 넣어 보자”고 아이디어를 내면 보조 작가들이 디테일을 완성해가는 식으로 진행한다. 그런데 챗GPT는 이럴 때 여러 명의 보조 작가 역할을 톡톡히 해낸다. 복잡한 인사 관리 문제도 없다. 이러니 보조 작가 일감이 대폭 줄어 들고 파업의 핵심 쟁점이 되는 것이다. 그런데 이것도 시작에 불과하다. 30년 치 아침 드라마 대본만 학습한 AI가 있다고 상상해보자. 그러면 더 맛깔나는 내용을 더 빠르게 제공할 것이 분명하다. 이미 오픈AI는 이를 위해 GPTs 라는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우리나라 네이버와 많은 스타트업들이 이런 전문적인 AI 서비스에 뛰어들고 있다.

가장 타격이 큰 분야 중 하나가 광고 마케팅이다. 재스퍼(Jasper)라는 AI 서비스는 광고 마케팅 문구만 30년 치를 학습한 AI인데 새로운 상품의 특징을 알려주고 한 줄짜리, 두 줄짜리, 열 줄짜리 등등 원하는 광고 문장을 만들어 달라는 요구에 수십 개씩 바로바로 아이디어를 내놓는다. 인스타그램, 틱톡, 유튜브, 페이스북 등 다양한 매체에 광고 미디어를 올려야 하는 기업들에 이 서비스는 당연히 필수적이다. 월 급여도 30만원을 넘지 않는다. 카피뿐이 아니다. 미드저니라는 AI 서비스는 인간이 상상하지 못했던 아이디어까지 쏟아내며 기업 광고나 이벤트 포스터 제작의 신세계를 보여 주고 있다. 오픈AI는 올해 소라(Sora)라는 서비스를 선보이며 이 새로운 세상을 동영상으로까지 확장했다. 소라는 지구상에 존재하는 모든 물리적 법칙까지 모두 학습했다고 하는데 정말 이것이 만들어낸 동영상이 맞는지 의심스러울 만큼 완벽한 영상을 구현한다. 영화 아바타의 CG 효과를 담당했던 회사의 직원들은 이걸 보고 ‘이제 우리가 할 일은 더 이상 없는 것 같다’고 탄식을 했다. 앞으로 미디어 산업 분야의 노동은 AI를 빼곤 상상도 할 수가 없게 된 것이다.

조선일보

그래픽=백형선


로봇도 생성형 AI로 빠르게 업그레이드 중이다. 테슬라가 옵티머스2라는 로봇을 선보였는데 생성형 AI 도입으로 계란까지 가볍게 옮기는 섬세한 동작을 구현했다. 로봇 스타트업 피겨(Figure)는 챗GPT를 활용해 로봇을 디자인했다. 이 로봇은 챗GPT처럼 사람과 대화를 할 수 있을 뿐 아니라 인간이 음성으로 요구하는 행동을 즉석에서 컴퓨터 코드로 전환해 행동에 옮길 수 있도록 프로그램되었다. 이렇게 되면 인간 작업자가 로봇에게 ‘너, 뒤에 있는 창고에 가서 30번이라고 쓰여있는 박스 좀 가져와’라고 이야기하면 ‘네, 알겠습니다’라고 대답한 뒤 그걸 위해 필요한 행동을 ‘기계어’로 번역해 즉시 동작에 반영시킬 수 있다. 기존에 프로그램된 행동만 하던 로봇이 제대로 인간의 일손을 도울 수 있게 된 것이다. 이 로봇이 올해 말이면 BMW 미국 공장에서 일을 시작한다고 한다. 현대자동차도 다급하게 올 뉴 아틀라스라는 일하는 로봇을 개발해 데모 영상을 내놓았다. 일론 머스크는 이런 로봇을 개발 중이며, 2030년까지는 테슬라 공장의 인력 50%를 로봇으로 대체한다고 큰소리치는 중이다. 중국 정부는 옵티머스를 카피한 로봇을 무려 3500만대까지 생산하겠다고 선언했다. 세계적으로 생성형 AI와 로봇에 투자되는 자본은 실로 엄청나다. 결국 노동자를 대체하는 로봇은 정해진 미래다. 모든 분야에서 노동의 개념이 달라지는 것이다.

최근 학생 간담회에서 이런 질문이 쏟아졌다. “교수님, 최근 커뮤니티를 보니까 디자인 분야에서는 미드저니나 챗GPT 같은 AI 서비스를 잘 쓸 줄 알아야 취업이 잘된다고 하는데 혹시 어떤 교육 계획이 있으신가요?” 할 말이 없다. 그런 과목은 아직 계획조차 없다. 그런 인기 과목을 열었다가 잘못하면 내 과목이 폐강되지 않을까 하는 두려움이 먼저 머릿속을 어지럽힌다. 이것이 어쩌면 지금 우리 사회 전체가 디지털 전환이나 AI 등장에 규제 일변도로 대응하는 이유가 아닐까? 어른들의 생존을 위해 정해진 미래까지 외면하고 있는 것은 아닌지 요즘 우리 사회를 보면 매우 걱정스럽다. 학생들은 챗GPT는 물론이고 이런저런 AI 서비스를 경험하며 세상의 변화를 실감하는 중이다. 어느새 국경 없는 유튜브가 이들의 놀이터인 동시에 세상을 알려주는 스승이 되었다. 아이들에게 닮고 싶지 않은 어른이 될까봐 두려운 ‘근로자의날’이다.

[최재붕 성균관대 기계공학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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