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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22 (금)

이슈 선거와 투표

중립·선수 우선 전통 모두 파괴… ‘친명 줄서기’ 된 국회의장 선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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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선 추미애·조정식 경쟁에

5선 정성호·우원식 도전장

22대 국회 첫 국회의장 선거가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에 대한 충성 경쟁, ‘정치적 중립’ 파괴로 흐르고 있다. 국회의장은 대통령에 이어 국가 의전 서열 2위의 지도자에 해당하는 영예로운 자리다. 하지만 민주당 총선 압승 분위기 속에 입법부 수장마저 ‘친명 줄서기’로 전락했다는 비판이 나온다.

통상 국회의장은 원내 1당의 최다선 의원이 맡아왔다. 최다선이 여럿일 경우 상호 조정 작업을 거쳐 형식적인 경선을 거치는 게 일반적이었다. 21대 국회에서는 6선인 박병석 의원이 전반기 의장을, 5선 중 연장자인 김진표 의원이 후반기 의장을 맡았다. 민주당 관계자는 “의원들 간의 친소 관계나 정치적 무게, 상징성을 감안하면 순서가 뒤바뀔 수도, 누군가 양보할 수도 있지만 통상 의장직 경선은 잡음 없이 진행되는 게 관례”라고 말했다.

하지만 이번 22대 국회 전반기 의장직을 두고는 4·10 총선 전부터 레이스가 시작됐다. 경기 하남갑에서 당선돼 6선 고지에 오른 추미애 당선자가 총선 전 인터뷰에서 “혁신의장”이라는 신조어를 제시하며, ‘정치적 중립’은 중요치 않다는 취지의 언급을 했다. 추 당선자는 “기계적 중립은 배제하겠다”며 강성의 국회의장을 표방했다. 이재명 체제에서 사무총장을 지낸 조정식 의원도 6선이 되면서 국회의장에 도전장을 냈다. 조 의원은 그간 이 대표와 호흡을 맞춰왔다는 것을 내세우며 “명심(明心)은 당연히 나”라고 주장하고 있다. 최다선 두 명 모두 이 대표와의 인연과 선명성을 앞세우고 있는 것이다.

5선이 되는 정성호·우원식 의원도 국회의장 경선에 나선다. 친명계 좌장으로 불리는 정 의원은 이 대표와 개인적으로 가장 오랜 인연을 이어왔고, 여러 현안에 대해 조언을 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상대적으로는 여야를 두루 아우르는 협상파로 분류된다. 우원식 의원은 전당대회 후보군으로도 거론됐으나 이 대표 연임론에 무게가 실리면서 국회의장으로 방향을 틀었다는 해석이 나온다. 우 의원은 “중립의 협소함을 넘겠다. 국민과 함께 (개헌저지선인 200석의) 8석 부족을 넘어서겠다”며 선명성을 강조했다.

국회의 최다선 그룹이 중립·선수(選數) 우선 전통을 무시하며 이 대표에 대한 충성만 강조하는 것에 대한 비판도 크다. 박지원 당선자는 “법 정신이 국회의장의 중립성이며, 이것을 강조해주는 것이 정치”라고 말했고, 조응천 개혁신당 의원은 “국회의장의 위상을 뿌리부터 흔들고 있다”고 했다.

[김경화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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