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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19 (토)

이슈 로봇이 온다

사업보고서에만 “메타버스·AI·로봇…” 상장사 129개사, 실제론 사업 안 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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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개 테마업종 사업목적 추가한 상장사 233개사 중

55%는 관련 사업 추진현황 없어

당국 "자본시장 신뢰 훼손…필요 시 수사기관 통보"

메타버스나 인공지능(AI) 등 증시 테마업종을 신규 사업목적으로 추가하고서 실제 사업은 추진하지 않은 상장사가 130개사에 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실제 사업 추진 의사나 역량이 없는데도 시장을 달군 주요 테마를 내세우며 투자자를 기망한 것이다. 금융당국은 이 같은 행위를 자본시장 신뢰도를 훼손하는 중대 위법행위로 간주하고, 필요 시 감리전환, 기획조사 실시 등 엄정 대응에 나선다는 방침이다.

19일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올해 메타버스, 가상화폐·NFT, 2차전지, AI, 로봇, 신재생에너지, 코로나 등 주요 7개 테마업종을 신규 사업목적으로 추가한 상장사 233개사 가운데 전체의 55%인 129개사가 현재까지 관련 사업 추진현황이 전혀 없는 것으로 나타났다.

앞서 금감원은 지난 4월 신사업 진행경과 공시 및 허위 신사업 추진 관련 조사 강화 방안을 발표하고, 6월엔 정기보고서상 신사업 진행 경과 기재를 의무화하도록 기업공시 서식을 개정했다.

신사업 미추진 기업은 관리종목 지정해지, 상장폐지 모면 등을 위해 부적절한 회계처리의 유혹에 빠지기 쉬운 상황이라고 금감원은 진단했다. 실제로 신사업 미추진 기업의 42.6%는 2020~2022년 새 3년 연속 영업손실을 냈다. 신사업 추진 기업의 3년 연속 손실 비중(14.4%)을 크게 웃돌았다. 신사업 미추진 기업의 자본잠식 비중과 관리종목 상폐사유 발생 비율도 각각 11.6%, 21.7%로 높았다. 신사업 추진 기업의 해당 비율이 각각 4.8%, 2.9%에 그친 점과 대조를 보인다.

불공정거래 의심사례도 적지 않았다. 일부 기업에선 신사업 추진 발표로 주가를 띄운 후, 대주주 관련자가 CB 전환 및 주식 매도 등을 통해 대규모 차익을 실현하는 식의 부정거래 혐의가 발견됐다. 사업 추진역량 없이 ‘보여주기식’의 신사업 추진 사례도 다수 드러났다.

세계비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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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융감독원 제공


신사업 미추진 기업의 공시 충실도가 크게 낮았다는 점도 문제다. 정기보고서·주요사항보고서 미제출 등으로 과징금, 과태료, 경고, 증권발행제한조치와 같은 공시위반 제재 이력이 있는 기업은 25%(31개사)로 집계됐다.

금감원은 신사업 미추진 기업에 대해 심사·감리 역량을 집중한다는 방침이다. 현재 금감원은 회계분식 위험요소를 고려해 총 18개사를 심사대상으로 선정해 회계처리 적정성을 집중 점검하고 있다. 허위 신사업 추진과 관련해 불공정거래 개연성이 포착된 일부 기업에 대해선 조사에 착수한 상태로 여타 기업에 대한 모니터링도 강화할 계획이다. 금감원 관계자는 “향후 주요 신사업 발표 회사에 대해선 주가급등 시기의 매매동향을 면밀히 점검하고 이상매매 발견 시 신속하게 조사에 착수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또 금감원은 신사업 미추진 기업이 자금조달을 위해 증권신고서를 제출하는 경우 과거 발표한 신사업 진행실적 및 향후 계획을 정확히 작성하도록 하는 등 중점 심사하고, 불공정거래, 허위 회계처리, 횡령·배임 등 위법사항 발견 시 수사기관 통보 등 후속조치도 진행하기로 했다.

오현승 기자 hsoh@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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