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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7.27 (토)

[사설] 이 대표 유·무죄는 재판서 결정될 것, 국회 비정상은 이제 끝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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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명 민주당 대표에 대한 구속영장이 기각됐다. 구속영장 기각은 유무죄와 상관없는 문제다. 그러나 검찰 수사는 지장을 받을 수밖에 없게 됐다. 판사는 이 대표의 쌍방울 불법 대북 송금과 백현동 개발 비리, 검사 사칭 관련 위증 교사 혐의에 대해 “증거 인멸의 염려가 있다고 단정하기는 어렵다”고 했다. 형법은 피의자의 방어권을 보장하기 위해 불구속 수사와 재판을 원칙으로 삼고 있다. 구속은 피의자가 증거 인멸을 하거나 도주 우려가 있을 때 한다.

하지만 이번 영장 기각엔 납득하기 힘든 점이 있다. 위증하도록 시키는 것은 대표적인 증거 인멸이다. 판사는 이 대표가 검사 사칭 사건에서 “(위증 교사를 한) 혐의가 소명됐다”고 했다. 증거 인멸이 사실이라는 것이다. 그런데도 “현재까지 확보된 인적·물적 자료에 비춰 (추가) 증거 인멸의 염려가 있다고 보기 어렵다”고 했다. 그러나 한 번 증거 인멸을 한 사람은 또 한다고 보는 것이 상식적이다.

판사는 또 “결재 문건과 관련자 진술 등으로 백현동 개발 비리에 이 대표가 관여했다고 볼만한 상당한 의심이 든다”면서도 “직접 증거가 부족해 방어권을 배척할 정도는 아니다”라고 했다. 이 대표가 관련 공무원 등을 상대로 국토부의 협박이 있었던 것처럼 말하라고 회유·압박했다는 진술까지 나왔는데 이를 증거 인멸 사유로 채택하지 않았다.

판사는 “정당의 현직 대표로서 공적 감시와 비판의 대상인 점을 감안했다”고 했다. 감시받기 때문에 증거 인멸이 어렵다는 의미로 보인다. 하지만 이 대표는 오히려 대표직과 의원직을 비리 방탄에 이용해 왔다는 지적을 받아왔다. 측근 의원이 이화영 전 부지사 아내·측근과 접촉했고, 그 후 이화영씨가 이 대표에게 불리한 진술을 번복했다.

이런 의문에도 불구하고 판사가 증거 인멸 우려가 없다고 판단했으면 존중할 수밖에 없다. 구속영장 기각 후 재판에서 유죄 판결이 난 경우는 허다하다. 이 대표로서는 영장 기각이 반길 일이겠지만 마치 무죄 판결이나 난 듯해서는 안 된다. 그런 점에서 민주당이 대통령 사과와 법무장관 파면을 요구한 것은 사리에 맞지 않다. 앞으로 유죄 판결이 나면 뭐라고 하겠나.

문제는 영장 기각이 여야 정쟁을 더 증폭시킬 가능성이 있다는 점이다. 민주당이 반격에 나서 정부를 공격하면 정기국회 전체가 어려워질 수 있다. 여야가 정치적으로 싸우더라도 국회에서 최소한 할 일은 해야 한다. 이균용 대법원장 후보자 임명동의안을 조속히 처리해 초유의 사법부 수장 공백 사태는 매듭지어야 한다. 각종 민생 법안과 노동·교육·연금·재정·규제 개혁안 등 나라와 국민에게 꼭 필요한 법안들도 마찬가지다. 영장 기각 후 이 대표는 국민 삶을 챙기는 정치로 되돌아가자고 했다. 이번만큼은 그 말을 실천해 주기 바란다.

[조선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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