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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9.17 (화)

美 ‘네오콘’ 상징 딕 체니도 트럼프에 등 돌려 “해리스 투표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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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역사에 가장 위협이 되는 인물”

딸 리즈 체니 전 의원도 해리스 지지

미 전현직 CEO 88명, 해리스에 지지 서한

조선일보

딕 체니 미국 전 부통령. /로이터


미국 ‘네오콘’(신보수주의)의 대표 주자 딕 체니(83) 전 부통령이 이번 11월 대통령 선거에서 민주당 후보로 나서는 카멀라 해리스 부통령에게 투표할 예정이라고 6일 밝혔다.

공화당 정권인 조지 W 부시 행정부의 최고 실세로 공화당 내에서도 강성으로 분류됐던 그는 같은 당 후보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에 대해 “다시는 신뢰받을 수 없는 인물”이라고 비판했다. 이를 두고 민주당 진영에선 “공화당에서도 해리스를 지지하는 목소리가 나온다”면서 대대적인 선전에 나서는 모습이다. 반면 트럼프는 “체니는 무늬만 공화당원”이라며 그 의미를 깎아내렸다.

조선일보

2021년 19일 미국 워싱턴DC 연방의회 의사당에서 열린 하원 특별위원회 회의에 리즈 체니 당시 연방 하원의원(공화·와이오밍)이 참석하고 있는 모습. 의회 소환에 불응한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의 측근 스티브 배넌 전 백악관 수석전략가에 대한 의회 모독 혐의로 법무부 고발 여부를 결정하는 이날 투표에서 체니 의원은 동료 공화당 의원들을 향해 "당신들 대부분은 가슴 깊은 곳에서 1월 6일 발생한 일(의회 폭동 사태)은 잘못됐다는 것을 알고 있다"고 했었다. /로이터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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체니는 이날 성명을 발표하고 “248년 미국 역사에서 트럼프보다 우리 공화국에 더 큰 위협이 되는 인물은 없었다”며 “그는 유권자들이 자신을 거절한 후에도 권력을 유지하기 위해 거짓과 폭력을 사용해 지난 선거를 훔치려고 했다. 우리 모두는 시민으로서 당파보다 국가를 우선시하고 헌법을 수호해야 할 의무가 있다”고 했다. 트럼프는 2020년 대선 당시 조 바이든 대통령에게 패배하자 이에 불복해 선거 결과를 뒤집으려 한 혐의로 작년 8월 기소됐다.

체니는 한때 ‘美 역사상 가장 강력한 부통령’이라고 불린 인물이다. 2001년부터 2009년까지 부통령으로 재임하면서 부시 행정부 내에서도 강경 보수 매파를 이끌어왔다. 부시 대통령의 전폭적인 신뢰를 받으면서 2003년 이라크와의 개전(開戰)을 적극적으로 주장했고, 당시 김정일 북한 국방위원장의 무기 교역과 돈줄을 압박해 북한 내 정권 교체를 촉진시키는 전략을 폈다. 2000년대 초반 워싱턴 정가에선 체니의 영향력이 워낙 강력한 것을 두고 ‘체니 대통령’ ‘부시가 선의를 뿌리는 대신, 체니는 두려움을 심는다’ 같은 농담이 돌았을 정도다. 2001년 국가안보보좌관이었고 2005년 국무부 장관이 된 콘돌리자 라이스, 2001년부터 2006년까지 국방부 장관을 지낸 도널드 럼즈펠드 등은 모두 체니가 부시 행정부에서 발탁한 대표 인사로 꼽힌다.

체니는 이후 미군이 이라크에서 폭탄 테러로 잇따라 숨지고 이라크전이 국제사회의 비난을 받으면서 나중에 입지가 축소됐지만, 그럼에도 오랫동안 강성 공화당을 대표하는 상징적 인물로 여겨졌다. 이런 체니가 민주당 후보를 공개적으로 지지하고 나선 것은 일종의 ‘사건’이라는 것이 미 정가, 특히 민주당 진영의 분위기다.

체니의 이번 해리스 부통령 지지 선언은 체니의 맏딸인 리드 체니(58) 전 하원의원이 부시 전 대통령의 정치적 기반인 텍사스주(州) 오스틴에서 열린 행사에서 “아버지가 해리스에게 투표할 예정”이라고 밝힌 뒤 나왔다. 체니 전 의원은 2021년 1·6 미 연방 국회의사당 난입 사건 이후 트럼프를 비판하며 공화당 내 반(反)트럼프 세력의 선봉에 서왔다. 이후 트럼프와 수시로 충돌하다가 공화당 지도부(공화당 의원총회 의장)에서 축출됐고 2022년 당내 경선에서도 탈락했다. 체니 전 의원은 앞서 지난 4월 해리스에게 투표하겠다고 했었다.

미 정치권에선 딸에 이어 아버지 체니까지 ‘해리스 지지’ 선언을 하자 자연스럽게 ‘트럼프 대(對) 부시’ 대결 구도를 그리고 있다. 부시는 2021년 체니 전 의원이 공화당 지도부에서 쫓겨나고 당내 경선에서도 밀려날 위기에 처하자 정치 모금 행사에 나설 정도로 체니가(家) 지원에 적극적이었다. 그해 9·11 테러 20주년 행사에선 “폭력적인 극단주의자들과 맞서야 한다”고 연설해 트럼프 진영을 간접적으로 공격했다는 해석도 나왔다. 다만 부시 측은 이날 미 언론에 보낸 입장문에서 “수년 전 부시 대통령은 정계에서 은퇴했다. (이번 대선에서) 누구도 지지할 의향이 없다”고 밝혔다.

해리스는 7일 대선 주요 경합주인 펜실베이니아주의 피츠버그를 찾아 체니 부녀의 지지를 받은 데 대해 “영광”이라면서 “(그들의 지지는) 우리를 갈라놓는 것보다, 공통점이 더 많다는 사실에 힘을 싣는다”라고 했다. 반면 트럼프는 소셜미디어 글에서 체니를 ‘라이노’(RINO·Republican In Name Only·허울만 공화당원)라고 부르며 “이번 선거와는 관계없는 인물”이라고 했다.

한편 이날 미국 주요 기업인 88명은 해리스 캠프에 비공개 지지 서한을 보냈다. 미국 경제 매체 CNBC가 입수한 서한에 따르면 언론 재벌 머독 가문의 후계자인 제임스 머독 전 21세기폭스 최고경영자(CEO)와 시가총액 7위 암호 화폐 발행사 리플의 크리스 라센 공동 창업자가 처음으로 해리스 후보 지지를 표명했다. 애플 창업자인 스티브 잡스의 아내이자 에머슨 컬렉티브의 수장인 로린 파월 잡스, 세계 최대 사모펀드 운용사 블랙스톤의 토니 제임스 전 회장 등도 이름을 올렸다 이들은 “해리스 후보는 법치와 안정, 견실한 사업 환경을 지원하는 공정하고 예측할 수 있는 정책 펼칠 것”이라고 지지 이유를 밝혔다.

☞네오콘(NeoCon)

신보수주의(Neo-Conservatism)의 약칭으로, 미국의 강경 보수 세력을 뜻한다. 강력한 군사 역량을 바탕으로 미국이 세계의 패권국이 되는 것을 최대 과제로 삼고, 더욱 적극적으로 국제 문제에 개입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조지 W 부시 행정부 당시 딕 체니 부통령부터 도널드 럼즈펠드 국방장관, 폴 울포위츠 국방부 부장관, 리처드 펄 국방정책위원장, 존 볼턴 국무부 차관 등 외교·안보 고위 관계자들이 이를 주장하는 대표 인물로 꼽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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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워싱턴=이민석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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