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국 11곳 매장에서 직원들에게 불법 운영 교사
청소년에 외상 입장권…갚지 못하면 성매매 시켜
10대들 사이 ‘유사 연예인’ 인식 악용 ‘가스라이팅’
경기남부경찰청. 경기남부경찰청 제공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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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놀이기구인 디스코팡팡을 운영하면서 직원들에게 ‘10대 청소년을 불법적으로 갈취하라’고 강요한 업주에게 경찰이 구속영장을 청구했다. 이 업주가 운영한 디스코팡팡 매장에서는 강간과 성매매 강요, 공갈, 마약 흡입 및 소지 등의 범죄가 벌어진 것으로 조사됐다.
경기남부경찰청 여성청소년과는 상습공갈교사 혐의로 디스코팡팡 매장 업주 A씨(45)에 대한 구속영장을 신청했다고 3일 밝혔다.
A씨는 수원과 화성, 부천, 서울 영등포 등 전국 11곳에서 디스코팡팡 매장을 운영하며 각 매장 실장들에게 “하루에 (입장권) 200장씩은 뽑아낼 수 있게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말고 하라”거나 “길바닥에 돌아다니는 초등학생이나 순진한 애들 싹 다 데리고 오라고 하라”는 등 불법적인 영업을 교사한 혐의를 받고 있다.
지시를 받은 직원들은 10대 청소년들에게 입장권을 외상으로 팔아넘긴 뒤 이를 갚지 못하면 성매매를 시킨 뒤 대금을 가로챈 것으로 조사됐다. 이들은 아이들이 성매매를 거부할 경우 폭행이나 협박, 감금하기도 했다. 검거된 직원 중 7명은 단골로 오는 아동들을 상습적으로 강간하기도 한 것으로 파악됐다. 직원 중 일부는 피해 청소년들과 함께 마약류를 흡입하기도 한 것으로 조사됐다.
피해자 중 일부는 “우리 오빠는 좋은 오빠다” “경찰이 왜 잡아가느냐”고 말하며 진술을 거부하기도 했다. 경찰은 이들이 오랜 기간 회유와 폭행을 당하며 가스라이팅화돼 피의자들을 옹호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디스코팡팡 DJ 등 매장 직원들은 자신들이 청소년들 사이에서 연예인과 유사한 존재로 인식된다는 점을 악용해 이같은 범행을 한 것으로 조사됐다. 10대 청소년들 사이에서는 디스코팡팡 DJ와 친하면 주변의 부러움을 샀던 것으로 파악됐다. 오히려 디스코팡팡 DJ를 잘 모르면 따돌림을 당하기도 했다.
업주 A씨는 이런 점들을 범행에 적극 활용해왔던 것으로 조사됐다. 그는 입장권 구입 금액별로 ‘DJ와 데이트 1회권’ ‘원하는 DJ와 식사권’ ‘회식 참여권’ 등의 이벤트성 상품을 만들어 판매했다. 디스코팡팡 DJ 등은 이런 상품들을 피해 청소년들에게 팔아왔다. 이런 식으로 A씨 및 가족 계좌에는 연 3억원가량이 입금된 것으로 조사됐다.
이번 사건은 ‘성매매가 이뤄지고 있다’는 신고를 접수한 경찰의 끈질긴 추적 끝에 그 전모가 드러났다. 경찰은 지난 2월 관련 112 신고를 접수한 뒤 폐쇄회로(CC)TV를 분석하고 관련 참고인들을 소환조사하는 등 6개월간 집중 수사를 벌였다. 이어 피의자들의 휴대전화를 포렌식하고 금융거래 내용을 분석해 증거자료를 확보한 뒤 5차례에 걸쳐 차례로 윗선을 체포하는 방식으로 A씨를 포함한 25명을 검거하고 이 중 12명을 구속했다.
경찰은 A씨가 운영한 디스코팡팡 매장에 대한 전반적인 수사가 필요하다고 판단해 부천·화성·성남권 디스코팡팡 매장에 대한 수사도 진행하고 있다. 또 파악된 피해 아동 전원을 성매매 상담센터에 연계해 심리상담을 받도록 하고, 성매매 및 성폭행 과정에서 불법 촬영된 영상물에 대해서도 관계기관과 협조해 차단 조처했다.
경찰 관계자는 “디스코팡팡 시설은 관광진흥법상 유원시설업 중 일반유원시설업으로 청소년유해업소, 취업제한대상 시설에서 제외돼 있다”면서 “이번 사건으로 청소년 일탈 및 청소년 대상 범죄에 상시 노출되는 문제점이 드러났다”고 말했다.
이어 “유원시설업에 대한 지자체 인허가 및 지도·점검과 관련된 제도 개선 및 청소년 출입시간 제한, 취업제한대상 시설추가 등 법률 개정이 필요할 것”이라며 “유관기관에 이와 관련된 정책 건의를 전달할 계획”이라고 했다.
김태희 기자 kth08@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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