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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30 (월)

71년만에 ‘대학 학과·학부’ 장벽 허문다... 1학년때 전과도 가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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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학을 학과·학부 단위로 운영하도록 한 규정이 71년 만에 사라진다. 학생들이 학과나 전공 없이 입학해 2~3학년 때 전공을 고르는 ‘무(無)학과’ ‘무전공’이 활발해질 전망이다. 학생들은 1학년 때도 전과(轉科)가 가능하고, 의대는 예과 2년, 본과 4년으로 구분하는 현행 방식 대신 6년 통합으로 운영할 수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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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주호 사회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이 28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예비군 훈련참여 학생에 대한 학습권 보호 관련 당·정협의회에서 발언을 하고 있다./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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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육부는 28일 이런 내용을 중심으로 ‘고등교육법 시행령’을 개정한다고 발표했다. 윤석열 정부는 대학 규제 철폐를 교육 개혁의 핵심 과제로 삼고, 대학을 규제하는 각종 법령과 정책 폐지를 추진해왔다. 이번에 시행령 총 115개 조문 중 33개 조문을 정비하는 작업을 마친 것이다. 고등교육법과 고등교육법 시행령은 대학 규제의 핵심으로 꼽혀왔다.

시행령에서 ‘대학에는 학과 또는 학부를 두는 것을 원칙으로 한다’는 조항을 폐지한다. 이 규정은 1952년 교육법 시행령에 들어간 뒤 지금까지 유지돼 왔다. 지금도 학과·학부 없이 학생을 모집하는 게 불가능한 건 아니다. 시행령에 ‘필요한 경우 학칙으로 달리 정할 수 있다’는 예외 조항이 있기 때문이다. 카이스트의 경우 710여 명 학부생 전원을 자유전공으로 선발하고 전공을 2학년 때 선택한다. 그러나 ‘예외’이기 때문에 국내에 이 같은 사례는 많지 않다. 학과 장벽 폐지는 교수들의 연구·수업 교류를 활발하게 만들고 학생들이 1학년 때 흥미 있는 분야를 탐색한 뒤 전공을 선택할 수 있게 하는 장점이 있다. 하지만 학생이 선택하지 않은 학과는 도태될 수 있어 교내 반발이 크다. 이해숙 교육부 대학규제혁신국장은 “’학과·학부 운영이 원칙’이라는 법령이 대학들의 혁신을 가로막는 측면이 있었다”면서 “앞으로 대학 운영이 더욱 유연해지고, 학생들이 다양한 선택권을 갖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1학년 때 전과도 가능해진다. 지금은 법적으로 2학년 이상만 전과를 할 수 있게 규정하고 있다. 이 때문에 입학 후 전공이 적성에 맞지 않아 바꾸고 싶어도 2학년 때까지 기다리거나 아예 재수를 해야 했다. 앞으론 학년 상관없이 전과를 할 수 있게 열어놓았다. 이에 대해 일부 교수들 사이에선 “비인기 학과는 입학하자마자 다른 학과로 학생들이 전과해서 공동화할 것”이라는 불만도 나온다. 하지만 교육부는 ‘학생 선택권’이 더 중요하다는 입장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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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는 대학이 학과·학부 단위로 조직을 운영하도록 한 규정을 없애고 대학생들의 전공 선택권을 넓히기 위해 1학년 때도 전과가 가능하도록 하는 내용으로 ‘고등교육법 시행령’을 개정한다고 28일 밝혔다. 사진은 지난 2월 24일 서울 서대문구 이화여자대학교에서 열린 2023학년도 입학식에 참석한 신입생들이 축하 공연을 보며 환호하는 모습. /박상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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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0% 온라인으로 운영하는 학위 과정도 크게 확대될 예정이다. 기존에는 대학이 온라인 학위 과정을 운영하려면 교육부의 사전 승인을 받아야 했다. 또 첨단·신기술 분야나 외국 대학의 공동 교육과정만 제한적으로 허용해줬다. 그러나 앞으로 대학들은 교육부 승인 없이 원하는 모든 분야에서 온라인으로 100% 학위 과정을 운영할 수 있다. 외국 거주 학생들을 대상으로 한류나 한국어 교육과정의 온라인 강좌 개설이 가능해지는 것이다. 교육부 측은 “학령 인구 감소 속에 유학생 유치를 하기 위해 온라인 과정을 확대할 수 있게 해달라는 대학들 요구가 많았다”고 말했다.

현재 의대는 예과 2년, 본과 4년으로 나눠 운영해야 한다. 앞으로는 6년 범위 안에서 대학이 자율적으로 운영할 수 있다. 보통 예과 2년은 기초 교양을 배우고, 본과 4년 동안 임상 실습 등을 하는데 예과에 비해 본과는 학습량이 너무 많고 예과·본과 교육과정의 연결이 안 된다는 지적이 의료계에서 제기돼왔다. 이런 의견을 받아들여 의대들이 자율적으로 교육과정을 운영하도록 열어준 것이다.

전임 교수들의 주당 수업 시간을 9시간으로 정한 조항도 폐지된다. 대학들이 알아서 교수의 수업 시간을 정하는 것이다. 수업 대신 연구를 중점적으로 하는 교수도 필요하다는 의견이 많았다고 한다. 한 서울 사립대 교수는 “외국의 유명 석학을 전임 교수로 초빙하고 싶은데, 9시간씩 꼭 수업을 해야 하는 조항이 있어서 못 하는 경우도 있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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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픽=이지원


캠퍼스 외 장소에서 수업을 운영하는 ‘학교 밖 수업’도 활발해질 전망이다. 그간 교육부는 학교 밖 수업은 원칙적으로 금지하고, 교육부의 사전 승인을 받은 극히 일부 사례(한국체육대학 등)에만 허용하고 있었다. 시설을 제대로 갖추지 않은 편법 학습장에서 학생들을 교육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왔기 때문이다. 하지만 앞으로는 사전 승인제를 신고제로 바꾸기로 했다. 학교 밖 수업에서 대학들이 산업체나 연구기관 등의 첨단 시설과 장비를 활용할 수 있으면 고등교육의 질을 더 높일 수 있다고 판단한 것이다.

이날 교육부의 고등교육법 시행령 개정에 대해 대학들은 환영한다는 입장을 냈다. 4년제 대학 총장들의 모임인 한국대학교육협의회 장제국 회장은 “대학 혁신이 그 어느 때보다 중요한 시점에서 교육부 시행령 개정은 다양한 영역의 규제 개혁이 담겼을 뿐 아니라 학교 밖 수업 제도화나 공동 교육과정 확대 등 핵심 과제들이 포함되어 있어 대학 혁신에 큰 도움이 될 것”이라고 밝혔다.

[김연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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