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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23 (목)

이슈 미술의 세계

“미술계 ‘큰손’ 떠오른 한국 3040″…크리스티가 전망하는 미술 시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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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4회 아시안리더십콘퍼런스]

조선일보

18일 서울 신라호텔에서 열린 제14회 아시안리더십콘퍼런스(ALC)에서 ‘크리스티가 말한다, 글로벌 미술시장 전망’ 세션이 진행됐다. 연사 프랜시스 벨린 크리스티 아시아태평양 총괄 사장이 발언하고 있다./ 고운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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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 팬데믹 동안 미술 경매 시장에 새롭게 떠오른 밀레니얼 세대(1981~1996년생) 구매자 3분의 2가 아시안, 특히 중국과 한국계입니다. 불안한 거시 경제 전망 속에서도 아시아 미술 시장의 성장을 점치는 이유입니다.”

세계 최대 경매사 크리스티의 아시아·태평양 총괄사장인 프랜시스 벨린(Francis Belin)이 18일 오전 아시안리더십콘퍼런스(ALC) ‘크리스티가 말한다, 글로벌 미술시장 전망’ 세션을 통해 “한국과 중국 등 아시아에서 신진 컬렉터가 대거 등장한 것은 매우 고무적인 일”이라고 평가했다. 그는 “코로나 팬데믹 기간 동안 디지털 기술에 밝은 아시아의 밀레니얼 큰손들이 온라인 미술 경매 시장에 새로 등장했다”며 “팬데믹이 끝난 뒤에도 이들이 온·오프라인을 넘나들며 미술 경매 시장을 움직이고 있다”고 했다.

크리스티는 전 세계 가치있는 예술품을 경매에 부쳐, 작품의 가치를 새로 평가하고 주인을 찾아주는 세계 최대 경매회사다. 벨린 총괄사장이 관할하는 크리스티 홍콩의 5월·11월 정기 경매는 아시아 각국 예술품이 다수 출품돼, 컬렉터들의 치열한 각축전이 벌어진다.

한국을 포함한 아시아는 크리스티가 주목하는 ‘젊은 시장’이다. 그는 “아시아 태평양 지역에서 크리스티의 실적이 기록적으로 상승하고 있다”며 “지난해 진행된 크리스티 경매에서 아시아 지역 컬렉터들이 총 18억달러의 규모의 예술품을 사들였다”고 했다. 크리스티가 지난해 11월부터 시작한 고(故) 폴 앨런(마이크로소프트 공동 창업자) 컬렉션 경매 역시 아시아·태평양 지역 구매자 비율이 전체 경매액 28%를 차지했다.

그는 “홍콩 외에도 제네바·런던 등 세계 각국에서 진행되는 크리스티 경매에 아시아 컬렉터들이 적극적으로 참여 중”이라며 “분야 역시 미술품에 국한되지 않고 보석, 와인, 명품 등으로 확대되는 추세”라고 한다.

벨린 총괄사장은 크리스티가 한국 시장의 가능성을 먼저 알아본 점도 강조했다. 그는 “크리스티는 1995년부터 한국 사무소를 운영하며 한국의 훌륭한 예술품을 세상에 알렸다”며 “특히 2019년 김환기의 아름다운 작품이 치열한 경쟁 끝에 기록적인 경매가에 낙찰됐던 일에 자부심을 느낀다”고 했다.

20세기 한국 미술사를 대표하는 추상화가 김환기의 1971년 작 ‘우주(Universe)’는 2019년 11월 크리스티 홍콩 경매에서 약 132억5000만원(당시 환율 기준)에 낙찰됐다. 한국 미술품이 100억원 이상에 거래된 첫 사례이자, 한동안 깨지기 힘든 한국 미술품 경매 최고가 기록이었다.

이날 세션 진행을 맡은 변지애 케이아티스츠 아트컨설팅 대표는 “한 나라의 미술품이 세계 경매 시장에서 고가에 거래되는 현상은 그 나라의 문화력을 보여주는 일”이라고 평가했다.

조선일보

18일 서울 신라호텔에서 열린 제14회 아시안리더십콘퍼런스(ALC)에서 ‘크리스티가 말한다, 글로벌 미술시장 전망’ 세션이 진행됐다. 변지애 케이아티스츠 아트컨설팅 대표와 프랜시스 벨린 크리스티 아시아태평양 총괄 사장이 대담을 나누고 있다./ 고운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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벨린 총괄사장은 경기가 둔화 중인 2023년 글로벌 미술 시장도 낙관적으로 전망했다. 그는 “글로벌 경제 등 미술시장을 둘러싼 환경은 좋지 않지만 지난 4개월 실적은 아주 좋았다”며 “최근 크리스티 ‘아시아 위크’를 통해 소개된 18세기 조선 백자 달항아리가 추정가 2배를 넘는 456만 달러(약 60억원)에 낙찰되기도 했다”고 밝혔다.

한국 미술 시장이 여전히 뜨겁다는 사실도 짚었다. 크리스티는 지난해 한국에서 처음 열린 세계 양대 아트페어 중 하나인 ‘프리즈’ 기간에 맞춰, 프랜시스 베이컨과 아드리안 게니의 작품 16점을 선보였다. 이때도 한국 2030 젊은 관람객들이 전시장에 구름처럼 몰려들었고, 케이팝 그룹 BTS의 멤버 RM이 자신의 인스타그램에 이 전시를 소개해 350만뷰를 기록하기도 했다는 것이다.

그는 “한국이 90년대 이후 드라마, 케이팝 등 소프트파워 분야에서 대단한 성공을 거둔 건 누구나 아는 사실”이라며 “한국의 미술 분야까지 그 위상이 높아진다면 한국 소프트파워엔 ‘화룡점정’이 될 것”이라고 했다.

크리스티의 아시아 태평양 총괄사장이 한국의 젊은 컬렉터를 위해 내놓은 조언은 뭐였을까. 벨린 총괄사장은 “돈만 쓰지 말고, 머리와 마음을 쓰라”고 했다. “처음부터 ‘몇 년 뒤에 더 비싸게 팔겠다’는 생각으로 작품을 사들이기 보단, 내 마음을 움직이는 작품을 사서 아끼며 감상하세요. 이후 작품을 둘러싼 미술사조와 작가의 일생 등을 공부하고 감상의 폭을 넓혀가면 가치있는 컬렉션을 만들 수 있습니다.”

[최은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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