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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22 (금)

이슈 고령사회로 접어든 대한민국

의경 없애자 파출소 고령화… “막내가 50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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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입 경찰 대부분 기동대로 차출

지구대·파출소 30%가 50대 이상

치안 최전선 기동성 떨어질 우려

지난 17일 서울 종로구의 한 파출소. 경찰관들이 점심을 먹던 중 112 신고가 들어오자 출동 준비에 나섰다. 긴급 출동한 순찰팀 5명의 나이는 모두 50세 이상이었고, ‘막내’ 경찰관은 50세였다. 한 경찰관은 “여기선 50세 중후반 정도는 돼야 고참 명함을 내밀 수 있다”고 했다.

국민의 일상 치안을 책임지는 지구대·파출소의 고령화 현상이 심해지고 있다. 서울경찰청에 따르면 지난달 31일 기준, 서울 지구대·파출소에서 근무하는 경찰 1만223명 중 29.7%(3044명)가 50대 이상이었다. 3명 중 1명꼴인 셈이다. 20대(1786명·17.5%)보다 약 70%가 많다. 지구대보다 규모가 작은 파출소만 따지면 고령화는 더 심하다. 서울 파출소 4847명 중 33.2%가 50대(1609명), 16.5%가 20대(802명)이다.

조선일보

/일러스트=양진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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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선 지구대, 파출소의 젊은 경찰관 비율이 줄어든 건 의무경찰 제도가 폐지됐기 때문이다. 지난 2017년 문재인 전 대통령은 대선 공약으로 ‘의무경찰 단계적 감축 및 경찰 인력 증원 방안’을 발표했다. 2018년부터 의무경찰 인원을 매년 20% 감축해 단계적으로 폐지하고, 이들을 현역 자원으로 돌리겠다는 내용이다. 인구 감소로 병역 자원이 줄어든 이유가 컸다. 이 조치로 1983년 시작된 의무경찰은 다음 달 17일 공식 해산한다.

경찰은 의무경찰의 빈자리를 메우기 위해 기동대를 확대했다. 기동대는 의무경찰과 마찬가지로 시위 진압, 방범 순찰, 교통 정리 등 업무를 수행한다. 그런데 기동대로 신임 경찰관들이 대거 차출되면서 지구대, 파출소 젊은 인력 충원이 그만큼 더뎌졌다. 일반 공채 출신 신임 경찰관들은 초기 1~2년간 기동대에서 의무 복무를 해야 한다. 경찰 관계자는 “의무 경찰이 폐지되기 전까지만 해도 경찰관들이 임관하면 지구대, 파출소 등에서 일하다가 본인 차례가 되면 기동대 근무를 가는 게 일반적이었다”며 “그런데 기동대 수가 늘어나다 보니 요즘은 젊은 경찰관들이 바로 차출되고 있다”고 했다. 경찰 기동대는 2019년 28부대에서 현재 54곳으로 늘어났다.

경찰 내부에서는 지구대, 파출소 인력 고령화를 두고 우려의 목소리가 나왔다. 서울의 한 지구대 팀장 정모씨는 “치안 최전선을 담당하고 있는 지구대 파출소에서 50대 경찰은 경험이 풍부하다는 장점이 분명히 있다”면서도 “다만 젊은 경찰에 비해 체력이 부족해 잦은 야근에 지칠 때가 적지 않다”고 했다. 서원대 경찰학부 김영식 교수는 “지구대, 파출소는 사건 현장에 가능한 한 일찍 도착해서 초동 조치를 하는 것이 관건”이라며 “지구대 파출소가 고령화될수록 기동성이 떨어질 수 있기 때문에 20~30대 확충이 필요하다”고 했다.

[정해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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