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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15 (금)

이슈 공공요금 인상 파장

난방비 폭탄에 하우스 재배 채소값 급등… 식당들 “반찬 리필도 매운맛 내기도 겁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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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추-상추-생강 1년새 2, 3배 올라

일부 재료 빼거나 메뉴서 삭제

동아일보

5일 서울 시내 한 대형마트에 양파가 진열돼 있다. 오이·양파·대파·애호박 등 주요 채소 도매가격이 난방비 상승과 학교 개학에 맞물려 재차 폭등했다. 2023.03.05. 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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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강서구에서 해장국집을 운영하는 A 씨는 요즘 반찬을 리필해 달라는 손님이 무섭다. 청양고추, 당근, 양파 가격이 지난해보다 2, 3배 올랐기 때문이다. A 씨는 “청양고추 가격이 연초보다 80% 넘게 올랐지만 매운맛을 대체할 수 있는 채소가 마땅치 않다. 추가 요금이라도 받아야 할 판”이라고 말했다.

월동채소 가격이 고공행진을 이어가며 밥상물가를 끌어올리고 있다. 한파와 폭설로 작황이 부진한 데다 난방비 상승으로 시설재배 작물 가격이 폭등했기 때문이다. 애호박, 생강 등 한식에 자주 쓰이는 신선식품 값이 널뛰면서 가정과 식당은 물론이고 신학기를 맞은 급식업계도 타격을 받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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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일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에 따르면 3일 기준 애호박 1개 소매가격은 2801원으로 전년 동기(1848원) 대비 52% 올랐다. 대체재인 주키니호박 값은 지난해 개당 1732원에서 3115원으로 80% 오르며 애호박 가격을 뛰어넘었다. 가시오이는 개당 2200원으로 60% 넘게 올랐고 미나리(75%), 당근(75%), 양파(33%) 등도 일제히 올랐다.

최근 채소 가격 상승에는 여러 가지 요인이 맞물렸다. 올겨울은 강추위에다 흐린 날씨로 일조량이 줄면서 수확량이 감소했다. 여기에 난방비 부담까지 더해졌다. 겨울 채소를 재배하는 비닐하우스에서는 냉해를 막으려 전기온풍기, 기름난로 등을 쓰는데 전기, 난방유 가격이 오르면서 생산비가 덩달아 올랐다. 올 1월 농사용 전기요금은 1kWh당 53.0원으로 전년 동기(36.9원) 대비 43.6% 치솟았고, 면세 등유 가격은 지난달 1L에 1255원으로 1년 전(993원)보다 26.4% 올랐다.

식자재를 대량으로 구매하는 식당들은 사면초가에 빠졌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이후 인력난 등으로 농가의 재배 면적은 줄어든 상태에서 최근 소비가 갑자기 늘면서 수급 불안정이 계속되고 있기 때문이다. 지난달 청양고추와 풋고추 10kg 가격은 각각 최고가 20만∼22만 원을 넘나들며 1년 전보다 2∼3배로 올랐다. 적상추(4kg)는 3만 원을 넘으며 지난해의 2배로 뛰었고, 생강(10kg) 도매가도 지난해 3만3000원대에서 최근 9만5000원으로 거의 3배가 됐다.

사정이 이렇다 보니 국물에 냉동 채소를 쓰거나 가격이 덜 오른 재료로 바꾸는 식당도 늘고 있다. 경기도의 한 분식집에서는 고추 속을 채워 통째로 튀기는 고추튀김을 당분간 메뉴에서 빼기로 했다. 또 다른 백반집 사장은 “갈치조림에 청양고추 10개씩 넣던 것을 3개로 줄였다”고 말했다.

신학기 식단을 짜는 급식업계도 직격탄을 맞았다. 김호균 한국급식협동조합 이사장은 “40년간 급식을 해왔지만 재료 가격이 이렇게 오른 건 처음”이라며 “학교 급식은 국산 농산물을 쓰는데 작년 10월부터 오른 가격이 봄이 돼도 안 떨어져 울며 겨자 먹기로 버티고 있다”고 말했다. 군부대 등에 국산 김치를 납품하는 S사는 “고추, 오이, 생강 등 가격이 다 올랐지만 납품가를 바로 올리긴 어렵다”며 “중국산을 쓸 수도 없어 날이 풀리기만을 기다리고 있다”고 말했다.

신동진 기자 shin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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