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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23 (월)

'청담동 스쿨존 사고' 운전자…뺑소니 혐의 가를 '50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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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머니투데이 김도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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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주운전을 하다 어린이보호구역(스쿨존)에서 초등생을 치어 숨지게 한 혐의를 받는 30대 남성 A씨가 9일 오전 서울 강남경찰서에서 검찰로 송치되고 있다. 경찰은 당초 A씨에게 '특정범죄가중처벌'상 어린이보호구역치사·위험운전치사·음주운전 혐의만 적용했지만, 도주치사(뺑소니) 혐의를 인정해 추가 적용했다./사진=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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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찰이 초등학교 스쿨존에서 만취해 차를 몰다 초등학생을 숨지게 한 30대 남성에게 도주치사(뺑소니) 혐의를 적용해 검찰에 넘겼다. 피의자가 현장을 떠난 약 50초라는 시간 동안 도주할 의도가 있었는지가 검찰 수사에서 쟁점이 될 전망이다.


경찰 "어린이보호구역에선 즉시 구호해야"…법조계 "글쎄"

9일 서울 강남경찰서는 특정범죄 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 위반(도주치사·어린이보호구역치사·위험운전치사), 도로교통법 위반(음주운전) 혐의를 받는 30대 남성 A씨를 구속 송치했다. A씨는 지난 2일 오후 5시쯤 서울 강남구 청담동의 한 초등학교 앞에서 방과후 수업을 마치고 귀가하는 초등학교 저학년 B군을 차로 치어 숨지게 한 혐의를 받는다.

경찰은 당초 A씨가 주차를 마친 뒤 사고 발생 약 50초 만에 현장에 갔으며 이후 주변인에게 112 신고를 요청한 점 등을 고려해 도주 의사가 없는 것으로 보고 도주치사 혐의를 제외하고 구속영장을 청구했다.

피해자 유족, 같은 초등학교 학부모들은 도주치사 혐의가 빠진 것에 대해 문제를 제기했다. 이에 경찰은 블랙박스와 폐쇄회로(CC)TV 분석, 피의자와 목격자 진술 청취, 내외부 법률검토를 거쳐 전날 도주치사 혐의를 추가했다.

경찰 관계자는 "A씨는 어린이보호구역에서 어린이를 치고 구호조치를 안했다"며 "사고 발생 시의 조치는 사고 현장 상황에 따라 적절히 강구돼야 하고 건전한 양식에 비춰 통상 요구되는 정도의 조치가 이뤄져야 한다는 점을 참고했다"고 밝혔다.

법조계에서는 사고 현장이 어린이보호구역이라는 점이 도주치사를 판단하는 데 쟁점은 아니라는 의견이 나온다. 교통사고 운전자의 구호 의무를 담은 도로교통법 규정이 어린이보호구역이라고 해서 더 큰 의무를 부과하지는 않는다는 것.

교통사고 전문 정경일 변호사(법무법인 엘앤엘)는 "어린이보호구역이든 일반 구역이든 운전자의 주의 의무는 원칙적으로 똑같다"며 "어린이보호구역이라고 구호 조치에 대한 별도 규정이 있는 것은 아니다"라고 했다.

A씨처럼 어린이보호구역 안에서 사고를 내고 현장을 이탈했음에도 도주로 인정되지 않은 판례는 적지 않다. 청주지방법원은 2019년 4월 충북 보은군의 한 도로에서 어린이특별보호차량을 피해 중앙선을 넘다 초등학생의 팔 부위를 치고 떠난 피고인 C씨의 특정범죄가중처벌등에 관한 법률 위반(도주차량) 혐의에 대한 공소를 기각했다. C씨는 사고 직후 205m를 이동한뒤 차에서 내려 60m 가량을 이동해 주위를 살핀 뒤 다시 차를 타고 떠났다.

당시 재판부는 "피고인이 미필적으로나마 대인사고가 발생하였음을 인식하고도 필요한 조치를 취하지 않은 채 현장을 이탈한 것이 아닌가 하는 의심이 들기는 한다"면서도 "검사가 제출한 증거들만으로는 필요한 조치를 취하지 않은 채 그대로 도주한다는 고의가 있었음을 인정하기 부족하다"고 기각 이유를 밝혔다. 재판부는 "합리적인 의심을 할 여지가 없을 정도로 확신을 가지게 하는 증거가 없다면 설령 피고인에게 유죄의 의심이 간다고 하더라도 피고인의 이익으로 판단할 수밖에 없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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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은 기사의 직접적인 내용과는 관계없음. 지난 8월 29일 서울에 위치한 한 초등학교 어린이보호구역에서 무인주차단속 카메라가 불법주정차 단속을 하고 있다./사진=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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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망갈 의사 있었나' 쟁점…입증 가능할까?

이날 경찰에 따르면 A씨는 사고 현장에서 약 20m 떨어진 자신의 집 주차장에 차를 대고 사고 54초만에 현장에 도착했다. A씨는 경찰 조사에서 충돌 직후 사고를 인지했다고 인정했으나 도주 혐의는 부인한 것으로 전해졌다. 향후 A씨의 도주치사 혐의가 인정되기 위해서는 A씨가 사고 현장을 떠날 당시 도주할 의사가 있었는지가 쟁점이 될 전망이다.

법조계는 A씨의 도주 의도에 대해 다툼의 여지가 있다고 보는 한편 불확실할 때는 피고인의 이익이 우선한다는 형사소송법의 대원칙으로 인해 향후 도주치사 혐의는 뒤집힐 수 있다고 봤다.

실제 2000년 전주지법은 음주 상태에서 교통사고를 내고 약 40m 가량 주행한 뒤 정차해 현장으로 돌아온 D씨에 대해 도주혐의는 무죄를 선고했다. 당시 재판부는 "피고인이 사고 현장을 이탈해 사고 야기자로서 확정될 수 없는 상태를 초래해 도주하고 교통사고 발생시의 조치를 취하지 않았다고 보기는 어렵다"며 도주 혐의에 대해선 무죄를 선고했다.

최충만 변호사(법률사무소 충만)는 "술에 취하지 않은 사람도 사고 현장에서 즉시 멈추지 않고 바로 앞에 주차장에 주차할 선택을 할 수 있다는 가능성이 있다면 (재판 단계에서) 도주치사의 고의성이 부인될 수 있다"며 "경찰도 법조인도 헷갈릴 수밖에 없는 사건인데 혐의 입증이 불확실할 때는 피고인의 이익으로 판단한다는 것이 형사소송법의 원칙이라 난감한 사안"이라고 했다.

김무훈 변호사(법무법인 태림)는 "도주치사 혐의가 적용되려면 도주해서 사고현장을 이탈한 뒤 사고를 낸 사람이 누구인지 확정될 수 없는 상태를 초래해야 하는데 이번 사건의 경우 단정하기 어려운 측면이 있다"며 "도주치사 혐의가 향후 검찰·법원 단계에서 부인될 가능성이 남아있다고 본다"고 밝혔다.

도주치사는 형량이 무기징역 또는 징역 5년 이상으로 A씨가 받는 혐의 중 가장 중한 범죄다. 어린이보호구역치사와 위험운전치사의 경우 무기징역 또는 3년 이상 징역이다. A씨의 모든 혐의를 실체적 경합 관계로 볼 경우 가장 중한 죄의 2분의1까지 가중 처벌이 가능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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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종철 디자인기자 /사진=임종철 디자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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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도균 기자 dkkim@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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