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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22 (금)

이슈 세계 속 한류

“한국 디자인은 쿨하다? 한류가 만든 착시 현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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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 컬처체인저] [7] 한국 디자인 간판 스타 유영규

조선일보

디자이너 유영규가 서울 연희동에 있는 사무실에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그를 에워싸고 있는 물건은 그가 오랫동안 수집해온 디자인 제품들이다. /남강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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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디자인이 최고? ‘국뽕’이 과하다. 지금 잘 팔리니까 디자인 잘한 것처럼 보일 뿐.”

온갖 장르에 ‘K’를 갖다 붙이며 자아도취한 한국 사회에 죽비 내리친다. 디자이너 유영규(51). 이름 석 자보다 그의 손끝에서 탄생한 제품 면면이 더 익숙하다. 1990년대 말 알루미늄 케이스로 ‘아저씨폰’ 이미지를 바꿔놓은 삼성 ‘깍두기폰’, 2007년 효도폰이란 역발상을 적용한 LG ‘와인폰’, 미키마우스 모양의 아이리버 ‘엠플레이어 아이즈’…. 미국 나이키 본사 디자이너, 마이크로소프트(MS) 본사 크리에이티브 디렉터까지 했다.

스펙도 파격. 유학파도, 디자인계 양대 산맥 서울대·홍대 출신(제주대 산업디자인과 졸업)도 아니다. 요새 유행인 ‘부캐(부캐릭터)’를 10여 년 전부터 갖고 있었다. 직장을 다니면서 2010년부터 독립 스튜디오(클라우드앤코)를 운영, 월트 디즈니·에어비앤비 같은 쟁쟁한 글로벌 기업과 협업했다.

잘나가던 그는 2017년 최고 대우 제의도 뿌리치며 MS를 퇴사해 ‘프리’를 선언했다. 이유는 “한국 디자인을 알리고 싶어서”였다. ‘국뽕’에 도취 말라는 그를 붙잡은 게 애국심이라니. 서울 연희동, 주택 옥상을 개조한 그의 사무실을 찾아갔다.

-이젠 한국이 디자인 선진국이라고들 한다. 뭘 더 알리려는가.

“한류 착시 효과 때문에 한국 제품이 쿨하다고 생각하는데 착각이다. 전 세계 미감(美感)을 이끄는 최상위 네트워크에 한국은 없다. 내 목표는 그들에게 한국의 하이엔드(최고급) 디자인을 보여주는 것이다. 고가(高價)가 아니라 미감의 하이엔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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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자이너 유영규 대표작


-최상위 미감 네트워크?

“산업 디자인계를 움직이는 알아주는 심미안들이 있다. 예컨대 디자이너 출신의 에어비앤비 공동 창업자 조 게비아, 무인양품 감성을 만든 일본의 하라 겐야, 나이키 디자인 총괄 크리에이터였던 에드 보이드 등. 이 세계에 한국 장인(匠人)을 알리고 싶다. 전통적 개념의 장인이 아니다. 수십 년 하청업체에서 안경 만들고 가죽 만든 사람들이다.” (최근 이들과 협업해 만든 유영규의 지갑이 뉴욕 쿠퍼 휴잇 현대 디자인 뮤지엄에서 판매를 시작했다.)

-당신은 그 세계와 어떻게 맥이 닿았나.

“손톱만 한 USB 하나에서 시작됐다. 2009년 하라 겐야의 방한 소식을 들었다. 통역을 담당한 디자인계 인사에게 내가 디자인한 USB와 명함을 전달해달라고 부탁했다. 얼마 뒤 하라 겐야가 도쿄에서 보자더라. 이후 그가 추천해 무인양품 프로젝트를 하고, ‘뉴욕 트리엔날레’에 참여하게 되면서 글로벌 네트워킹에 물꼬가 트였다. USB 하나가 내 인생을 바꿔놓은 셈이다.”

-그래도 해외에서 한국 브랜드 가치가 좋아지진 않았나.

“K팝 때문에 흥겹고(playful) 다이내믹한 이미지로만 각인돼 아쉽다. 본질을 생각하는 ‘격조 있는 문화’도 생각해야 할 때다.”

-25년간 목격한 한국 디자인의 변화는?

“1997년 만든 ‘깍두기폰’은 사실 기술력 부족 때문에 나온 디자인이었다. ‘데드 스페이스(기능에서 불필요한 공간)’가 많으면 기술이 필요하다. 이를 최소화하려고 보니 직사각형 형태가 나온 것이었다. 이제 기술력은 세계적 수준이 됐다. 하지만 여전히 많은 기업에서 ‘지위’가 ‘디자인 결정권’으로 작용한다. 스티브 잡스 수준의 심미안을 바라는 것이 아니다. 실무 담당자의 감각을 윗사람이 못 따라가는 경우가 태반이다. 기업 간 디자인의 빈익빈 부익부도 심화됐다. 그래서 돈은 많이 못 벌어도 스타트업을 돕고 싶다.”

회사를 관두고 한 첫 프로젝트는 스타트업 ‘닷’에서 만든 시각장애인용 스마트워치였다. 점자를 세련되게 양각해 만들었더니 시각 장애인 가수 스티비 원더, 성악가 보첼리도 고객이 됐단다.

-우리 디자인 미래는 밝게 보는가.

“한국 MZ세대의 감각과 실력은 동 세대 세계 최강인 듯하다. 우리 땐 문화 사대주의가 강했다. 브랜드를 과시했지만 지금은 취향을 과시한다. 단, 영감 폭식은 문제 같다. 인터넷에서 떠도는 이미지로도 아이디어를 얻는 경향이 있다. 찬찬히 감각을 벼르는 지혜가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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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자이너 유영규가 서울 연희동에 있는 사무실 바닥에 누웠다. 그를 에워싸고 있는 물건은 그가 오랫동안 수집해온 디자인 제품들이다. /남강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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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미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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