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론戰에 소셜미디어 파워 활용
젊은층에 ‘美 전략적 입장’ 전달, 러시아는 친러 영상 제작비 지원
틱톡 로고. /로이터 뉴스1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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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0일(현지 시각) 소셜미디어(SNS) 틱톡에서 수십만~수백만 팔로어를 보유한 인플루언서 30명이 온라인 화상회의 서비스인 ‘줌’ 대화방에 모였다. 대화방을 연 것은 미국 백악관이었다. 젠 사키 백악관 대변인은 이들에게 “SNS에서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을 다룰 때 도움이 될 정보를 주겠다”고 했다. 미 정부가 SNS 스타를 활용해 젊은 층에게 전쟁 상황을 알리겠다며 나선 것이다.
첨단 테크 산업의 발달로 전쟁의 양상이 예전과 확연하게 달라졌다. 전황과 각국의 입장을 설명하기 위해 SNS가 주요 수단으로 활용되는가 하면, 인공지능(AI) 안면 인식 기술과 민간 위성 이미지 기술이 위력을 발휘하고 있다.
이날 백악관은 틱톡 스타들에게 우크라이나의 전쟁 상황, 나토(북대서양조약기구)와의 협력, 미국의 전략적 입장 등에 대해 이야기했다. 워싱턴포스트는 “사이버 공간의 영향력이 커지자 온라인 크리에이터를 적극 활용한 것”이라고 분석했다. 백악관의 입장은 순식간에 대중에게 퍼져나갔다. 행사가 끝난 후 틱톡 인플루언서들은 내용을 요약 설명하는 영상을 일제히 게시했다. 47분간의 음성 파일을 그대로 틱톡에 올린 사람도 있었다. 팔로어 1050만명을 가진 18세 틱톡 스타 엘리 자일러는 “난 내가 Z세대를 위한 백악관 특파원이라고 생각한다”고 했다.
러시아도 틱톡에서 맞불을 놓고 있다. 월스트리트저널은 13일 러시아가 자국에 유리한 여론을 형성하기 위해 일부 틱톡 인플루언서에게 제작 비용을 지원한다고 보도했다. 러시아의 지원을 받은 틱톡 계정 186개는 지난 4~8일간 친러시아 관련 영상 200여 개를 게시했다.
공항이나 경찰 수사 등에서 제한적으로 사용되면서 사생활 침해 문제, 불법 얼굴 데이터 수집 등의 문제로 논란을 낳았던 안면 인식 기술도 러시아와 우크라이나 전쟁에서 사용되고 있다. 로이터통신은 13일 우크라이나 국방부가 지난 토요일부터 미국 테크 기업 클리어뷰AI의 안면 인식 기술을 사용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이 기술은 위장 침투하는 러시아군을 식별하고, 사망자의 신원을 빠르게 확인하는 데 쓰인다. 호안 톤 댓 클리어뷰AI 최고경영자(CEO)는 “우리는 러시아 SNS인 브콘탁테에 올라온 20억개 이상의 이미지를 사용해 러시아군을 구별한다”며 “안면 인식은 지문보다 쉽게 사망자를 식별하고, 일부 얼굴 손상이 있어도 신원을 구별한다”고 했다. 안면 인식 기술은 전쟁으로 헤어진 이산가족을 다시 만나도록 돕는 데도 이용된다. 집 주소와 부모 연락처 등을 모르는 어린아이를 안면 인식해 신원을 확인하는 식이다.
군사위성을 독점한 일부 선진국의 전유물이었던 위성 이미지 영역에서도 민간 업체들이 두각을 나타내고 있다. 캐나다 민간 위성 업체 MDA는 러시아군의 움직임을 추적할 수 있는 실시간 위성 이미지를 우크라이나에 제공하고 있다고 지난 8일 밝혔다. 미하일로 페도로프 우크라이나 부총리 겸 디지털혁신부 장관이 테크 기업들에 위성 데이터를 요청했고, MDA가 나섰다. 마이크 그린레이 MDA CEO는 “우리는 땅과 바다에서 무슨 일이 벌어지는지 알 수 있다”며 “우크라이나가 필요로 하는 것을 제공하는 것”이라고 했다.
러시아에 광범위하게 퍼져있는 검열과 통제를 무용지물로 만드는 기술도 등장했다. 폴란드 프로그래머 그룹인 스쿼드303은 지난 6일부터 ‘1920.in’이라는 웹사이트에서 러시아 휴대전화 번호와 이메일 주소, 푸틴 비판 메시지를 제공하고 있다. 스쿼드303은 러시아 개인과 법인 휴대전화 번호 2000만개, 이메일 1억4000만개를 확보했다. 전 세계 네티즌들이 사이트에서 제공하는 휴대전화 번호에 문자메시지로 푸틴 비판 메시지를 보낼 수 있도록 지원하는 것이다. 스쿼드303 대변인은 월스트리트저널에 “우리의 목표는 푸틴의 디지털 검열 벽을 뚫는 것”이라며 “지금껏 문자메시지 700만개와 이메일 200만통이 러시아인들에게 발송됐다”고 말했다.
[실리콘밸리=김성민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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