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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21 (화)

번개배송 대작전, 주유소를 기지로 활용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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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심 물류기지 확보 위해 경쟁

신세계그룹 계열의 부동산 개발업체인 신세계프라퍼티는 15일 코람코에너지플러스리츠와 협약을 맺고 주유소 부지 개발에 나서기로 했다. 코람코에너지리츠는 현재 전국 주요 지역 187개 주유소를 자산으로 보유하고 있다. 이 주유소들의 유휴 공간을 개발해 도심의 물류 공간으로 활용하겠다는 것이다. 신세계프라퍼티 관계자는 “주거지와 인접한 주유소 위주로 개발할 것”이라고 했다. 이를 활용하면 더 빠른 배송이 가능하다고 판단하는 것이다.

당일 배송을 넘어 1시간 이내 배송을 약속하는 ‘퀵커머스(빠른 배송)’ 시장이 본격적으로 열리면서, 도심 주유소를 물류 거점으로 바꾸려는 움직임이 활발해지고 있다. 빠른 배송을 위해 도심 곳곳에 물류센터를 갖춰야 하는 퀵커머스 업계와 친환경차 등장으로 갈수록 매출이 줄어드는 주유소 업계의 이해관계가 맞아떨어진 것이다.

조선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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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류센터로 변신하는 주유소

CJ대한통운은 지난달 말 SK에너지와 협약을 맺고 주유소를 도심 물류센터로 활용하기로 했다. 도심 한복판에 중소형 규모의 물류센터를 만들어 소비자들이 자주 찾는 물건을 입고해 두고, 주문이 들어오면 재빨리 배송한다는 계획이다.

GS칼텍스도 지난 5월 물류 스타트업 메쉬코리아와 손잡고 전국 거점 주유소에 근거리 배송에 특화된 물류센터를 구축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메쉬코리아는 주로 근거리 배송과 새벽배송을 전문으로 해주는 업체다. 앞서 현대오일뱅크는 2019년 쿠팡과 손잡고 일부 주유소 공간을 로켓배송을 위한 공간으로 쓰고 있다. 밤에 주유소가 문을 닫으면 쿠팡이 이곳에 물건을 쌓아놓고 각 가정으로 배송을 나가는 방식이다.

이런 흐름은 주유소 업계의 침체와 무관하지 않다. 주유소는 2010년대 들어 과당경쟁과 친환경 차량 증가로 점차 매출이 줄고 있다. 최저임금 인상에 따른 인건비 부담까지 겹치면서 최근에는 대기업 직영 주유소도 수익을 내지 못하는 일이 많아졌다. 지난해 말 기준 국내 주유소는 1만1402곳으로, 2016년 이후 매년 150곳꼴로 문을 닫고 있다. 에너지경제연구원은 “2040년엔 주유소 2980개만이 살아남을 수 있을 것”이라고 전망하기도 했다.

◇퀵커머스로 각광받는 도심 물류센터

유통업체 사이에선 경쟁사보다 1분이라도 빨리 상품을 배달하는 퀵커머스 경쟁이 치열하다. 2019년 우아한형제들(배달의민족)이 30분 배송을 내걸고 ‘B마트’를 시작한 이후, 최근엔 쿠팡이 강남 일부 지역을 대상으로 15분 내 배송해주는 ‘쿠팡이츠마트’를 내놓았다. 카카오커머스 역시 지난 3월 메쉬코리아, 밀키트 전문 기업 프레시지 등과 손잡고 주문 후 2시간 내 배송해주는 ‘톡딜프레시’를 내놨다.

기업형 수퍼마켓(SSM) 등 기존 업계도 퀵커머스 시장에 뛰어들고 있다. GS리테일은 지난 6월 ‘번개 배달’ 서비스를 시작했다. 자체 배달 전용 주문 앱에서 주문하면 인근 GS수퍼마켓에서 30분 안에 상품을 배송해주는 서비스다. 롯데슈퍼는 지난해 11월 시작한 ‘퇴근길 1시간 배송’ 서비스를 최근 수도권 전역으로 확대했고, 홈플러스익스프레스도 지난 3월부터 1시간 즉시배송 서비스를 운영 중이다.

이런 빠른 배송을 위해선 도심 물류센터 확보가 필수적이다. 메쉬코리아는 현재 강남 지역을 중심으로 도심형 물류센터 3곳을 운영 중이며, 연말까지 이런 물류센터를 50개로 늘린다는 계획이다. 부동산 업계에 따르면 보통 200~300평 규모로, 넓은 면적의 상가와 아파트형 공장을 빌려 만드는 경우가 많다고 한다. 서울 주요 지역 부동산마다 물류센터로 쓸 만한 건물을 찾는 문의가 급증하고 있다. 부동산 서비스 회사 쿠시먼앤드웨이크필드코리아의 조서윤 커머셜에셋 컨설팅 차장은 “코로나 이후 퀵커머스 시장이 급속도로 커졌고, 시장 진입을 준비하는 신생 업체도 계속 생기고 있다”며 “도심 물류센터 공간을 개발하려는 움직임도 더 커질 것”이라고 말했다.

[성유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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