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인양을 입양한 후 수개월간 학대해 사망에 이르게 한 혐의를 받는 양부 B씨가 지난 1월13일 오전 서울 양천구 서울남부지방법원에서 열린 아동복지법위반(아동유기·방임) 등 첫 공판기일을 마치고 법원 청사를 나서고 있다. /사진=뉴스1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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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도 안 처먹네. 패고 싶은데 참았다."
지난 14일 '정인이 사건'의 결심공판에서 검찰이 양모와 양부에게 각각 사형과 징역 7년 6개월을 구형한 가운데, 양부모가 나눈 문자 메시지 내용이 공개돼 시민들의 분노를 자아내고 있다.
지난해 3월4일 양모 A씨는 남편 B씨에게 "(정인이가) 어린이집 선생님이 안아주면 안 운다"고 하소연했다. 그러자 B씨는 정인이를 "귀찮은 X"이라고 칭했다. 또 A씨가 "지금도 안 처먹네"고 하자 B씨는 "온종일 굶겨 보라"고 답했다.
정인이가 콧물을 흘리는데도 두 사람은 정인이를 병원에 데려가거나 약을 먹이지 않은 사실도 드러났다. A씨는 "얘는 기침도 장난 같아 그냥 두려고. 나는 머리 아파서 약 먹으려고"라고 하자 B씨는 "약 안 먹고 키우면 좋지. 자기는 약 먹고 자라"고 말했다.
지난해 3월6일에는 A씨가 B씨에게 "오늘 온종일 신경질. 사과 하나 줬다. 대신 오늘 폭력 안 썼다"는 내용의 메시지를 보냈다. A씨가 "쌍욕 나오고 패고 싶은데 참는다"고 하자 B씨는 "잘했어, 기도한 보람 있네"라고 답하기도 했다.
또 A씨는 지난해 9월4일 아이가 소파에 녹즙을 흘렸다며 B씨에게 "환장한다 진짜. 녹즙 소파에서 처 마시다가 쳐 흘려서 사이로 다 들어가서 졸빡침(화남)", "강하게 화를 내고, 목이 아플 정도로 너무 소리쳐서 때리는 건 참았다"는 내용의 문자 메시지를 보냈다.
지난해 8월21일과 9월15일에는 각각 "내가 밥 준다고 할 때까지 얘 굶는다", "애가 미쳤나봄. 지금도 안 처먹네"라는 메시지를 보낸 것으로 확인됐다.
이에 대해 지난 14일 결심 공판에서 검찰은 "'때리는 건 참았다'라는 걸 아무렇지도 않게 말하는 것은 피해자에 대한 일상적 폭행이 행해졌다는 것"이라며 "B씨도 이를 인지했을 것으로 보인다"고 했다.
다만 A씨는 "당시 녹즙을 흘린 아이는 정인이가 아닌 친딸인 큰딸"이라고 주장했다.
지난 1월13일 오후 경기 양평군 하이패밀리 안데르센 공원묘원에 양부모의 학대로 숨진 16개월 영아 정인(가명)양의 사진이 놓여 있다. /사진=뉴스1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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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히 정인이가 사망한 당일인 지난해 10월13일 A씨 부부는 정인이를 병원에 데려가는 것이 번거롭고 귀찮다는 내용의 대화를 나눈 것으로 드러나 충격을 줬다.
이날 A씨는 "병원에 데려가. 형식적으로"라고 말했고 이에 B씨는 "그게 좋을 것 같다. 번거롭겠지만"이라고 답했다.
정인이 사망 이튿날 A씨는 근처에 사는 지인들과 어묵을 공동 구매하자는 일상 대화도 나눈 것으로 알려졌다.
검찰은 A씨에게 살인을 구형하면서 "A씨의 성격적 특성을 보면 사이코패스 성향이 높다"고 했다.
아울러 "죄책감, 피해자를 잃은 고통의 진정성이 결여돼 있다"며 "A씨의 성격적 특성에 비춰보더라도 피해자의 신체적 완전성을 무시하고 사망의 결과까지 용인했다고 판단했다"고 밝혔다.
A씨는 지난해 9월23일 3차 아동학대 의심 신고가 접수된 이후 카카오톡 메시지 210건을 지웠고, 지난해 10월17일 정인이 사망 이후 압수수색 당일 오전에는 204건을 삭제했다.
검찰이 삭제된 카카오톡 메시지 중 일부 또는 전부를 복원해 증거로 제출하면서, 부부 간 또는 A씨와 지인 간 나눈 카카오톡 대화는 선고 때도 이들에게 불리한 증거로 작용할 가능성이 크다.
한편, A씨 부부 변호인은 검찰이 두 사람의 휴대전화를 압수해 부정적으로 묘사된 특정 대화만 증거로 제출했다면서, 정인이에 대한 긍정적 내용이 담긴 메시지를 증거로 제출했다.
남편 B씨도 해당 메시지에 대해 "회사에서 일하며 대충 받고 답한 메시지들"이라거나 "부부끼리 편하게 나눈 대화"라고 주장했다.
김소영 기자 sykim1118@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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