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도 시흥시 과림동 일대 모습. /연합뉴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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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일 전용기 더불어민주당 의원실이 시흥시에서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LH 직원 4명이 지난 2019년 6월 시흥 과림동의 토지 3996㎡를 공동으로 매입한 토지의 농업경영계획서에는 주재배 예정 작목을 ‘벼'로 기재한 것으로 나타났다. 하지만 이들은 계획서와 달리 버드나무 묘목을 심어 보상을 노렸던 것으로 추측되고 있다.
LH 직원들이 광명·시흥에 땅을 본격적으로 매입한 이 시기에는 외지인 투자수요도 함께 움직인 것으로 나타났다. 한국부동산원의 토지거래현황에 따르면 2019년 6월 광명의 토지 거래는 총 1193건이었다. 이 중 54.9%에 달하는 655건이 외지인 매입이다. 같은 기간 시흥 역시 총 3246건 중 35.0%에 해당하는 1133건이 외지인 거래였다. 이때 경기도 전체 토지 거래 총 6만935건 중 외지인 거래는 1만8733건으로 30.0%에 불과했다.
두 지역 모두 6월 외지인 거래 비중이 그해 월별 기준 가장 높기도 했다. 광명의 경우 2019년 외지인 비중은 ▲1월 35.1% ▲2월 43.5% ▲3월 31.8% ▲4월 41.1% ▲5월 42.7% 등이었다. 2018년(28.3~42.0%)과 대체로 비슷했다. 같은 기간 시흥의 토지 거래 외지인 비중은 ▲1월 36.0% ▲2월 30.9% ▲3월 31.5% ▲4월 31.7% 선을 유지하다가 5월부터 34.6%를 기록하며 들썩이기 시작했다.
광명과 시흥의 외지인 거래 비중이 높게 나타난 2019년 6월은 3기 신도시 2차 발표가 있은 직후다. 그해 5월 7일 국토교통부는 경기 고양 창릉과 부천 대장 등 2곳을 신도시 택지로 신규 지정했다. 이때까지도 광명·시흥 신도시 계획은 발표 전이었지만, 투자자들은 향후 지정될 가능성에 베팅하면서 땅을 사들인 것이다.
앞서 3기 신도시 1차 지정이 있던 2018년 12월 즈음에도 광명과 시흥에서 외지인들의 토지 매입이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당시 발표 지역은 남양주 왕숙, 하남 교산, 인천 계양이었다. 2018년 12월 광명의 외지인 토지 거래 비중은 42.0%였고, 전달인 11월 시흥의 토지 거래 중 외지인 비중은 37.0%로 나타났다. 역시 두 지역 모두 이 시기가 당해 월별 기준 외지인 매입 비중이 가장 높았다.
전문가들은 신도시 개발 이슈가 나올 때 다음 발표 예상지를 선점하는 것이 전형적인 투기 수법이라고 지적한다. 권대중 명지대 부동산학과 교수는 "개발 예정 부지 인근 공인중개업소 등에서 LH 직원 등이 흘린 정보가 투자자들 사이에서 퍼지면서 발 빠르게 움직여 같은 시기 매입 비중이 증가한 것으로 보인다"면서 "결국 LH 직원들이 개발 예정지 투기를 부추겼다는 비판에서 자유롭지 못할 것"이라고 했다.
고종완 한국자산관리연구원 원장은 "내부 정보에 접근할 수 있는 LH 직원들의 직접투자는 큰 잘못"이리면서 "더욱이 같은 시기 이들이 노출한 정보로 토지를 매입한 외부인이 많다는 것은 더 문제"라고 했다.
그는 이어 "공직자보다 자금이 많고 감시에서도 자유로울 확률이 높기 때문에 확실한 정보를 입수했을 경우 공격적인 투자를 행하게 된다"면서 "전수조사 대상을 LH 직원뿐만 아니라 외지인 전체로 확대해야 내부 정보를 이용한 투기를 발본색원할 수 있을 것"이라고 했다.
한편 부동산 전문가들 사이에서는 신도시 지정을 노리고 무분별하게 몰리는 땅 투자 수요를 막기 위해서는 토지보상 차등화 등 체계를 손볼 필요가 있다는 의견도 나온다.
서진형 대한부동산학회 회장(경인여대 교수)은 "수도권 미개발지에 대한 개발 가능성을 보고 투자 수요들이 광명이나 시흥에 미리 들어간 것 같다"면서 "실질적으로 토지를 소유하고 있는 원주민이었는지 여부와 소유 기간에 따라 토지 보상에 차등을 두는 것도 방법"이라고 했다.
고준석 동국대 법무대학원 겸임교수는 "외지인에게는 기준시가 미만으로 토지보상을 받게 한다면 투자할 이유가 사라지기 때문에 외지인 수요를 막을 수는 있다"면서 "다만 외지인 투자를 막게 되면 지역 경제 활성화는 기대할 수 없게 되기 때문에 장단점을 잘 따져봐야 할 것"이라고 했다.
백윤미 기자(yum@chosunbiz.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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