컨텐츠 바로가기

05.30 (목)

10년 전 ‘차화정’처럼 ‘BBIG’가 뛴다…증시 쏠림 가속화

댓글 첫 댓글을 작성해보세요
주소복사가 완료되었습니다
위기는 시장의 패러다임을 바꾼다. 신종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이후, 주식시장에서 대세는 ‘BBIG’이다. 바이오(B)‧배터리(B)‧인터넷(I)‧게임(G) 등 미래산업 관련 성장주를 총칭하는 신조어다. 코로나19 여파로 국내 증시가 크게 흔들리는 동안 이들 성장주 주가는 급등했다. 증권업계에선 “BBIG를 중심으로 코로나19 발(發) 산업재편이 본격화할 것”으로 전망한다.

중앙일보

BBIG기업의 코로나 기간 상승폭. 그래픽=차준홍 기자 cha.junhong@joongang.co.kr


12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1~6월) 동안 시가총액 상승 상위 1~10위 기업은 모두 BBIG 기업이다. 특히 이 가운데 이른바 ‘BBIG7’로 불리는 삼성바이오로직스, 셀트리온, 카카오, 네이버, 엔씨소프트, LG화학, 삼성SDI는 코스피 저점이었던 3월 19일 대비 주가 상승률이 평균 118%에 달한다. 같은 기간 코스피는 47.5% 회복하는 데 그쳤다.

이 중 삼성바이오로직스는 상반기 시가총액이 가장 많이 증가한 종목이다(22조6300억원 증가). 해외 제약사와 잇따라 위탁생산 계약을 맺으면서 누적 수주액이 증가한 데다 코로나19 여파로 바이오주 몸값이 뛴 영향이다. 제약사인 셀트리온 역시 지난 3월 19일 대비 주가가 132% 급등하면서 ‘바이오 대장주' 반열에 이름을 올렸다.

이른바 ‘언택트(비대면)’ 트렌드를 대표하는 카카오‧네이버‧엔씨소프트 같은 ICT(정보통신기술) 기업 주가도 파죽지세다. 카카오 주가는 13만4000원(3월 19일)에서 35만5500원(7월 10일)으로 165% 올랐다. 네이버 주가는 14만4000원에서 29만9000원(108%↑)으로, 엔씨소프트 주가는 53만원에서 94만4000원(78%↑)으로 뛰었다. 12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이들 세 기업의 시총 합계만 100조원을 넘겼다. 전기차‧배터리 관련주인 LG화학‧삼성SDI 주가도 같은 기간 각각 130%(LG화학), 114%(삼성SDI) 반등했다.



10년 전 효자종목 ‘차·화·정’ 연상



BBIG의 성장은 앞서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국내 증시를 주도했던 ‘차‧화‧정(자동차‧화학‧정유)’을 연상케 한다. 당시엔 각국 정부가 경기부양책을 쏟아내면서 주식시장은 2009년 2분기부터 V자 반등에 성공했다. 고유가로 화학·정유업종이 수혜를 봤고, 중국 경제의 급성장에 현대차·현대모비스 등 대형 수출주가 올라탔다. 신승진 삼성증권 연구원은 “10년 전 차‧화‧정처럼 지금은 코로나 위기 이후 경기 부양책과 사회 변화에 따른 수혜가 BBIG에 집중됐다”며 “경기 회복 구간에서 차별화된 실적을 보이고 있다”고 분석했다.

반면 자동차‧철강 등 전통산업은 BBIG 기업에 밀려 시총 순위가 하락하는 추세다. 1월까지 시총 10위권 안이던 현대차(6→11), 현대모비스(7→14) 등은 지난 달 말 10위권 밖으로 밀려났다. 국내 대표 철강기업인 포스코도 17위로 시총 순위가 밀렸다. 대신 10위권 밖이던 삼성SDI, 카카오, 엔씨소프트가 새롭게 순위권에 진입했다.

증권업계에선 이 같은 성장주 쏠림이 일시적 현상이 아니라고 본다. 코로나19 사태 이후 재택근무, 온라인쇼핑 같은 디지털 기반 경제활동이 ‘뉴 노멀’이 됐고, 전기차‧친환경에너지‧바이오 등 첨단산업에 대한 수요가 커지면서 산업재편이 일어나고 있다는 분석이다. 국내뿐 아니라 해외에서도 전기차 기업 테슬라 시총이 도요타를 제치고 자동차 업계 1위에 올랐다. 성태윤 연세대 경제학부 교수는 “코로나19 이후 삶의 방식 변화로 기술적 역량을 갖춘 BBIG 산업이 더 각광받게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한국판 뉴딜 수혜 입을까…옥석 가리기는 필수



중앙일보

문재인 대통령이 지난달 18일 춘천 더존비즈온 강촌 캠퍼스를 방문해 한국판 뉴딜과 관련해 모두 발언을 하고 있다. 청와대사진기자단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하반기 BBIG의 주가에 대한 전망도 낙관적이다. 코로나19 재확산으로 경기 불확실성이 큰 가운데 이들 기업이 코스피를 뒷받침할 것이란 분석이다. 신승진 연구원은 “코로나19의 2차 확산 우려는 언택트 중심 성장주의 차별화된 랠리를 더욱 촉발할 것”이라며 “고점 논란은 아직 이르다”고 분석했다. 최재원 키움증권 연구원도 “BBIG 기업은 코로나로 인한 충격이 제한적”이라며 “경기회복 불확실성이 큰 다른 기업들과 달리 건강관리, 소프트웨어, 화학 등 업종은 양호한 흐름 이어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정부가 2025년까지 100조원의 자금 투입을 공언한 ‘한국판 뉴딜’의 두 축으로 ‘디지털 뉴딜’과 ‘그린 뉴딜’을 강조하는 점도 긍정적 요인이다. 한대훈 SK증권 연구원은 “한국판 뉴딜 정책은 디지털 인프라 구축과 비대면 산업 육성에 초점이 맞춰질 것”이라며 “디지털 인프라, 5G, 원격의료, 신재생에너지 산업이 시장의 관심을 끈다”고 말했다. 이명선 신영증권 연구원은 “코로나19 치료제 개발이나 비대면 의료 서비스 시행 같은 정책으로 바이오 산업에 정책적 수혜가 기대된다”고 분석했다.

다만 BBIG 업종 주가가 최근 가파르게 상승한 만큼 ‘옥석 가리기’가 중요하다는 지적도 나온다. 성태윤 연세대 경제학부 교수는 “산업 자체의 전망은 밝지만, 개별 기업 가운데 펀더멘털이 튼튼하지 않은 상태에서 업종의 수혜를 입어 주가가 크게 오른 기업도 있다”며 “장기적 투자자 관점에서 이를 신중하게 판단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성지원 기자 sung.jiwon@joognang.co.kr

중앙일보 '홈페이지' / '페이스북' 친구추가

이슈를 쉽게 정리해주는 '썰리'

ⓒ중앙일보(https://joongang.co.kr),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기사가 속한 카테고리는 언론사가 분류합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