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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20 (월)

[기자24시] 경부고속도 역사에 박정희 왜 지우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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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일경제

지난 2일 찾은 경북 김천 추풍령휴게소 기념공원. 경부고속도로 '준공기념탑'과 '준공 50주년 기념비'가 그곳에 세워져 있었다. 하지만 50년이라는 세월만큼이나 두 기념물 사이에 큰 괴리감이 느껴졌다.

1970년 7월 7일 경부고속도로 준공을 기념해 올린 기념탑에는 '서울~부산 간 고속도로는 조국 근대화의 길이며 국토 통일의 길이다'라고 쓴 박정희 전 대통령 휘호가 정면에 새겨져 있었다. 반면 바로 오른쪽 국토교통부와 도로공사가 최근 새로 세운 기념비에는 박 전 대통령 이름 석 자가 없었다. 대신 김현미 국토부 장관 이름이 큰 글씨로 돋보였다.

박 전 대통령이 경부고속도로 건설에 주도적 역할을 했다는 사실은 누구도 부정하기 어렵다. 그는 직접 그림까지 그려가며 당시 야당의 극렬한 반대에도 고속도로 건설을 밀어붙였다. 박 전 대통령은 개통식 날 "이 고속도로가 앞으로 우리나라 국민 경제의 발전과 산업 근대화에 여러 가지 큰 공헌을 하리라고 믿는다"고 했고, 그대로 실현됐다. 1970년 국내총생산은 90억달러였지만 지난해엔 1조6194억달러였다.

그럼에도 50주년 기념비에 '박정희' 세 글자가 새겨지지 않은 건 이해하기 어려웠다. 기자가 준공 50돌을 맞은 지난 7일 단독 보도로 문제 제기를 한 이유다. 좋든 싫든 박 전 대통령을 빼면 경부고속도로 대역사(大役事)는 설명할 수 없기 때문이다.

정부 측 해명은 불충분하다. "역사를 부정하면 안 된다"는 등 반발이 일자 한국도로공사는 8일 "건설공사 참여자로 명단을 구성했다"고 해명했다. 공사는 이 기념비를 '건설 참여자 명패석'이라며 의미를 축소하려 했지만 정식 명칭은 '준공 50주년 기념비'다.

박 전 대통령은 공과(功過)가 뚜렷한 논쟁적 인물이다. 군사독재로 민주주의 발전이 지연됐고 산업화 과정에서 수많은 인권 침해가 있었다는 비판이 따라 붙는다. 하지만 기술·경제적 악조건 속에서 교통·물류 혁신을 일으킨 경부고속도로 건설이라는 업적도 남겼다.

정권과 진영 논리에 따라 역사를 바라보면 그게 바로 '왜곡'이다. 자명한 역사적 사건이나 사실은 담백하고 자연스럽게 다루는 게 바른 길이다.

[사회부 = 이윤식 기자 leeyunsik@m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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