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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6.17 (월)

NYT, "도시에 미군 투입" 옹호 칼럼으로 거센 내부 반발 초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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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욕타임스(NYT)가 최근 “약탈이 자행되는 미국 도시에 미군을 투입해 질서를 회복해야 한다”는 탐 카튼 연방상원의원(공화·아칸소)의 글을 게재했다가, 4일 자사 기자들과 칼럼니스트들로부터 집단 반발을 샀다.

조선일보

폭동 진압을 위한 미군 투입을 옹호하는 NYT의 탐 카튼 상원의원 기고문/NYT 스크린샷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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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튼 상원의원은 3일 트럼프 행정부가 폭동진압법(Insurrection Act)에 근거해 미군을 투입하는 방안을 검토하는 것을 옹호하면서, “폭도들이 (흑인) 조지 플로이드의 죽음과는 무관한 약탈을 자행해 많은 미국 도시들을 무정부상태로 몰아넣고 있으며, 거리의 질서를 회복하려면 압도적인 힘의 과시가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그러자, NYT의 칼럼니스트와 기자, 직원들이 이 기고문이 게재된 NYT 웹사이트의 스크린샷과 함께 “이런 글을 게재하는 것은 뉴욕타임스 흑인 직원들을 위험에 빠뜨린다”고 트윗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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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YT 기자노조가 경영진에 보낸 항의 서한/트위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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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욕타임스 기자 노조도 4일 경영진에게 항의 서한을 보내고, “국가의 과도한 물리력을 거론하는 것은 흑인을 비롯한 유색 인종을 다치게 하며, 기자들이 현장에서 안전하고 효율적으로 취재하는 능력을 위험에 빠뜨린다”고 경영진에 항의하는 서한을 보냈다. NYT는 이 칼럼이 초래한 사내 반발을 보도하면서, 이미 여러 기자들이 “이 기고문으로 인해, 취재원들이 정보를 주지 않으려 한다”고 부서장에게 통보했다고 전했다.

지난 1일 워싱턴 DC의 세인트 존 폴 II 성당을 찾은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성경책을 들고 사진을 찍기 위해, 미 공원경찰이 주변의 평화 시위대를 최루탄과 고무탄을 쏴 강제 해산시킨 것은 이미 미국 내에서 크게 문제가 됐다. 트럼프 행정부에서 국방장관을 했던 제임스 매티스도 3일 월간지 애틀랜틱 몬슬리에 “워싱턴 DC에서 목격했듯이, 군사적 대응은 군과 민간인 사이에 그릇된 충돌을 일으킨다”며 미군 투입을 반대했다.

뉴욕타임스 백인 칼럼니스트인 찰리 워젤은 “나는 카튼 기고문의 한 단어도 동의하지 않으며, 이런 글을 게재하는 것에 반대한다”고 트윗했고, 흑인 칼럼니스트인 저멜 부위는 “카튼의 글은 미국인에게 미국의 군사력을 사용하라는 심각한 요구”라고 비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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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YT 논설실장 제임스 베닛의 해명 트윗/트위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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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편, 카튼 상원의원의 글 게재를 결정한 NYT의 제임스 베닛 논설실장은 트위터에 “뉴욕타임스는 시위를 지지하는 글도 많이 소개했다”며 “NYT의 여론면은 우리 독자들에게 정책을 결정하는 입장에 있는 이들의 반대 의견도 소개해야 한다. 이런 글이 받아들이기 고통스럽고 위험하다면, 이 때문에라도 대중의 면밀한 검토와 토론을 필요로 하기 때문에 게재했다”고 해명했다.

[이철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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