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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30 (목)

[기자24시] `보수답지 못한` 야당의 운명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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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일경제

미래통합당의 싱크탱크인 여의도연구원은 지난달 28일 곡물법 폐지로 집권한 영국 보수당 사례를 소개했다. 보고서는 밀 재배 토지소유계급에 기반한 토리당(보수당 전신)이 밀 가격 하락을 막는 곡물법을 폐지하는 혁신으로 집권에 성공한 사례를 '타산지석'으로 삼자고 주장한다. 173년 전 일이다.

하지만 당시 보수당의 집권은 잠깐이었다. 분열을 거듭하다 이듬해 총선에서 패배해 야당으로 전락했다. 오히려 현대 영국 보수당은 경제위기마다 보수 본연의 가치를 담은 정책에 드라이브를 걸면서 집권에 성공해왔다. 데이비드 캐머런 전 총리는 법인세 인하 등 전통적 보수 정책을 추진해 13년간 야당 생활에 종지부를 찍었다. 마거릿 대처 전 총리는 감세와 민영화로 단독 과반을 만들었다.

통합당은 두 달여 논란 끝에 '김종인 비상대책위원회'의 닻을 올렸다. 그런데 출항 일성이 "보수를 강조하지 말라"는 것이다. "기본소득제를 고민하더라"는 소리도 심심찮게 들린다. 무너진 보수를 세워달랬더니 보수의 철학을 버리자는 것인지 의문이다.

통합당이 총선에서 참패한 원인은 '보수여서'가 아니라 '보수답지 못해서'다. 황교안 전 대표는 선거 중반인 지난 4월 7일 '전 국민 50만원 지급'을 공약했다. 당 지지도는 하락세를 보였다. 결국 더불어민주당이 전 국민 긴급재난지원금 100만원을 꺼내들면서 황 전 대표의 공약은 빛을 바랬다. 선별적 복지를 내세워온 통합당에는 애초부터 어울리지 않는 공약이었다.

김종인 비대위원장의 책무는 보수의 철학과 가치를 세워 확실한 정책 차별화를 이뤄내는 데 있다. 성장, 외교 등 보수 정당의 강점을 살리는 정책이 필요하다.

민주당 싱크탱크인 민주연구원은 총선 직후 발간한 '대한민국 중심정당의 혁신적 포용노선' 보고서에서 통합당을 '주변 정당'으로 정의했다. 자신의 철학과 가치로 정책을 만드는 정당이 아니라 중심 정당(민주당)에 반대하며 정체성을 드러낸다는 뜻이다. 통합당이 보수 본연의 가치를 외면한다면 주변 정당에서 벗어나기 힘들 것이다. 유권자들이 여당 정책이 싫을 때 택할 수 있는 대안은 돼야 한다.

[정치부 = 박제완 기자 greenpea94@m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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