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동성 확보 시급..."잔금 치를 때까지 생존도 의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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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스타항공, 한 달간 전 노선 운항 중단… 3월 급여도 못줘
23일 항공업계에 따르면 최종구 이스타항공 대표이사는 이날 사내게시판에 ‘급여 및 전면 비운항관련 임직원 여러분께 드리는 글’을 통해 “국내 저비용항공사(LCC)들과 힘을 모아 정부의 긴급운영자금 지원요청 등 특단의 대책을 찾아봤지만 현재까지 가시적인 성과가 없어 부득이하게 이달 25일 예정됐던 급여 지급이 어렵게 됐다”고 전했다.
이어 최 대표는 “지금의 위기 상황을 견뎌내기 위해 더 강도 높은 자구노력에 돌입할 것”이라며 “이는 기재의 운영만으로도 막대한 피해가 누적되는 최악의 상황에서 모두의 피해를 최소화하기 위한 최선의 선택이며 회사의 존립을 위한 불가피한 선택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최악의 위기다. 이스타항공은 24일부터 한 달간 국내선을 포함한 모든 노선의 운항을 중단해 사업량을 최소화하며 4월에는 최소한의 운영 인원을 제외한 모든 인원이 휴직에 들어간다. 기재를 조기 반납해 유동량 악화의 속도를 조절, 시장 상황에도 대비한다는 방침이다.
인력 구조조정 가능성도 흘러나오고 있다. 최 대표는 “기재 조기 반납과 사업량 감소로 발생하는 유휴 인력에 대한 조정 작업이 불가피하게 됐다”며 “노사협의회를 통해 대상과 방식에 대해 합리적인 기준을 마련해 진행하게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제주항공의 인수 확정으로 한숨 돌리나 싶던 이스타항공의 상황이 하루가 다르게 악화하고 있다는 말이 나오는 이유다. 지난해 보이콧 재팬 여파를 시작으로 올 들어 코로나19까지 겹치면서 이스타항공이 버틸 수 없는 지경에 이르렀다는 게 업계의 지배적인 시각이다.
실제로 이스타항공은 지난 1~2월 연체된 직원들의 국민연금, 고용보험을 아직 납부하지 못하는 등 심각한 경영난에 시달리고 있다. 앞서 지난달에도 임직원 급여를 40% 밖에 지급하지 못했다. 회사는 나머지 부분에 대해 추후 지급한다고 밝혔지만 시점은 정해지지 않은 상황이다. 설상가상으로 이달 24일부터 한 달간 전면 비운항 상태에 돌입하면서 수익 창출은 기대하기 어렵게 됐다. 사실상 언제쯤 급여 지급이 가능할지 불투명 하다는 말이다.
이스타항공의 유동성에 경고등이 켜지기 시작한 것은 지난해 초 선제적으로 도입한 보잉 737 맥스8 기종 운항 중단이었다. 지난해 보잉 737 맥스 8기종이 두 차례 추락 사고를 내며 안전 우려가 제기되자 이스타항공은 운항 정지를 결정했다. 당시 이로 인한 운용 리스료, 항공기 주기비용, 관련 금융비용 등이 대당 최소 5억원으로 추산됐다.
보이콧 재팬 사태도 터지면서 이스타항공은 직격탄을 맞게 됐다. 이스타항공의 일본 노선 매출 비중은 전체 비중의 35% 정도로 적지 않다. 이에 지난해 9월 이스타항공은 비상 경영 체제를 선포하기에 이르렀다. 저비용항공사(LCC) 가운데 공식적으로 비상 경영 체제를 선언한 것은 이스타항공이 처음이었다.
유동성 수혈 시급한데… “인수까지 버틸 수 있을지 의문”
업계에서는 올 들어 이스타항공의 재무상황이 급격하게 악화됐을 것으로 보고 있다. 일각에서만 완전자본잠식 상태에 빠졌을 것이라는 주장도 나온다.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지난 2018년 말 기준 이스타항공은 자본금 486억원, 결손금 266억원으로 자본잠식률 47.9%를 기록했다. 부분 자본잠식 상태인 것이다. 부채비율도 484.4%에 이른다. 비상장사인 이스타항공의 지난해 실적은 알 수 없는 상황이지만 악재가 잇따르면서 재무 상황이 더욱 나빠졌을 가능성이 크다.
그 어느 때보다 외부 수혈을 통한 유동성 확보가 절실한 상황이다.
문제는 유동성을 확보할 만한 마땅한 창구가 없다는 점이다. 앞서 정부는 지난달 17일 LCC에 최대 3000억원 긴급 자금 지원을 하겠다고 발표하고, 18일 항공기 착륙료 20% 감면 및 3~5월 항공기 정류료 면제 등 추가 지원책을 제시한 바 있다.
그 결과 KDB산업은행은 티웨이항공에 긴급 운영자금 60억원을, 아시아나항공 등을 통해 에어서울과 에어부산에 각각 200억원, 140억원을 지원했다. 다만 이스타항공은 이번 금융지원 대상에서 제외돼 기약 없이 기다릴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정부가 발표한 공항시설사용료 감면ㆍ면제 방침도 당장의 자금이 필요한 이스타항공에게는 크게 도움이 되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비운항 등에 따른 항공권 환불 요청도 부담이다.
이스타항공이 제주항공에게 지원을 바라기도 어려운 상황이다. 제주항공이 인수 의사를 타진한 상황이지만 아직 완전하게 인수 절차가 끝나지 않았다는 점에서다. 현재 기업결합심사가 추진되고 있지만 엄연히 경영은 별개로 이뤄지고 있다.
실제 제주항공도 지난 15일 이스타항공 기업 결합심사 신청 사실을 알리며 “최종 인수 전까지 이스타항공의 경영진 책임 하에 당면한 경영상의 어려움을 해결해야 할 것”이라 밝힌 바 있다.
한 업계 관계자는 “이스타항공이 코로나19로 여객 수요가 급감하면서 비행기를 띄우는 것 보다 한 달간 운항을 쉬는 게 낫다고 판단한 것 같다”며 “오는 4월 29일 제주항공이 잔금을 치러야 인수절차가 마무리되는데, 이스타항공이 그 때까지 자체적으로 버틸 수 있을지 의문”이라고 우려를 표했다.
이가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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