컨텐츠 바로가기

05.20 (월)

"자율주행차, 택시기사 대체는 아직 먼 얘기"

댓글 첫 댓글을 작성해보세요
주소복사가 완료되었습니다
매일경제

"자율주행차 앞에는 해결해야 할 수많은 도전과제가 있습니다. 아직 택시기사를 대체할 정도로 완전자율주행을 이루려면 멀었습니다. 오히려 자율주행차 기술은 하루 10시간씩 일해야 하는 택시기사들의 안전 문제를 해결해줄 수 있을 겁니다. 향후 20년 동안 자율주행차 기술은 택시기사의 안전을 높여주고, 운전 환경을 개선시키는 데 사용될 것으로 저는 생각합니다."

자율주행차 분야 전문가로 인텔, 구글, 페이스북, 어도비 등 민간 기업에서 지지를 받고 있는 디네시 마노차 메릴랜드대 교수는 지난 1일(현지시간) 미국 샌프란시스코에서 열린 오픈 데이터 사이언스 콘퍼런스(ODSC)에서 본지와 만나 이같이 말했다. 전 세계적으로 우버, 테슬라, 도요타, 현대자동차 등이 자율주행차 개발을 서두르고 있고, 국내에서도 '타다'와 같은 서비스가 기술력의 도움으로 기존 택시기사를 위협하고 있지만 두려워하는 일이 현실화될 때까지는 많은 시간이 남았다는 점을 강조한 것이다. 메릴랜드대에서 자율주행차 영역을 전문으로 가르치고 있는 그는 제자 중 10명 이상이 다양한 정보기술(IT) 기업에서 자율주행차 영역을 연구하고 있다.

마노차 교수는 자율주행차 영역에 있어서는 "비이성적 과열(irrational exuberance)이 팽배해 있다"고 말했다. 예를 들면 일론 머스크가 "2018년까지 완전자율주행차를 만들겠다"고 2015년 선언했지만 지키지 못했고, 폭스바겐이 "2019년까지 완전자율주행차를 내놓겠다"고 했지만 역시 지키지 못했다. 아우디도 2016년에 "2017년까지 아우디 A8이 완전자율주행차가 된다"고 호언장담한 바 있다. 인공지능(AI) 석학 앤드루 응도 2016년 바이두에 있던 시절 "2019년까지 완전자율주행차가 나온다"고 했다.

그는 "(이처럼 자율주행차 개발이 늦어지는 데는) 이유가 있다"고 말했다. 마노차 교수는 "운전기사를 대체할 단계(5단계)의 자율주행차를 만들기 위해서는 인지, 계획, 조종 등 세 단계 문제를 매우 확실하게 풀어야 하며 세 과정을 잘 통합해야 한다"며 "하지만 학계와 업계가 현재 공동으로 풀고 있는 문제가 산적해 있다. 먼저 컴퓨터가 센서를 통해 도로 위에 있는 여러 물체를 인지하는 것부터 많은 난관이 있다. 그는 일례로 차량에 자전거 모양 스티커가 붙어 있는 경우를 들었다. 또 반짝이는 차량 표면 위로 자전거 모습이 반사돼 컴퓨터에 인식되는 경우를 예로 들었다. 이때 컴퓨터가 이를 자전거로 인식하지 않게 하려면 어떤 조건을 부여해야 하는지 애매하다.

그러나 그는 "인지 단계 문제는 시작에 불과하다"고 말했다. 도로 주행을 어떻게 계획할 것인지에 대해서는 아직 표준화된 답이 나와 있지 않다. 그는 "운전 전략 계획(Maneuver Planning)에 있어서는 다양한 이론이 나오고 있지만 아직 연구 단계라고 말할 수 있으며, 우월한 이론이 있다고 보기 어려운 상태"라고 말했다. 게다가 실제로 운전할 때는 더욱 위험한 부분이 많다. 마노차 교수는 "가장 큰 문제는 절대다수 인구가 분포한 아시아"라고 말했다. 그는 "미국 피닉스와 같은 도시는 평탄하고 날씨가 매우 좋기 때문에 자율주행차를 연구하는 이들이 선호하는 지역"이라며 "하지만 여기에서 개발한 자율주행차 기술을 인도나 중국 같은 곳에 사용할 수는 없다"고 말했다. 도로에 소가 지나다니고, 차도와 인도 구분이 없는 지역에서 미국 주행 환경에 학습된 자율주행차가 운행되기란 불가능하다는 것이다.

그는 "환경을 (실험실처럼) 통제한 상태에서 완전자율주행에 성공했다고 말하기란 쉽다"며 "불확실한 상황이 많이 있기 때문에 어려운 것이며, 그런 어려움을 극복하는 데에는 시간이 걸릴 것"이라고 말했다. 대신 그는 짧은 시간 내에 오히려 운전기사들에게 도움을 줄 수 있는 요소가 자율주행차 기술에서 대거 등장할 것이라고 말했다. 장시간 운전대를 잡고 있어야 하는 택시기사들은 운전에서 오는 스트레스를 자율주행차 기술이 덜어줄 수 있고, 자율주행차 기술이 교통체증을 줄여주면서 운행 환경을 개선하는 데 도움을 줄 수 있다. 게다가 그들의 컴퓨터 센서에서 위험을 알려줌으로써 안전성도 높일 수 있다는 게 그의 주장이다.

[샌프란시스코 = 신현규 특파원]

[ⓒ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기사가 속한 카테고리는 언론사가 분류합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