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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6.27 (목)

은행권, 'DLF사태' 후 상품판매체계 재정비 나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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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품선정위원회 기능 강화…외부 전문가 영입도

KPI에 고객 수익률 반영…고령층 대상 해피콜 의무화도

세계파이낸스

[세계파이낸스=오현승 기자] 주요국 금리연계 파생연계상품(DLF·DLS) 사태 홍역을 치른 은행권이 잇따라 상품판매 체계를 정비하고 나섰다. 불완전판매를 차단하기 위해 투자 숙려제도 등을 도입하거나 핵심성과지표(KPI)에 고객 수익률 반영 비중을 높이는 식이다. 제 역할을 못했다는 비난을 받는 상품선정위원회의 기능과 위상을 강화하려는 움직임도 보인다.

DLF 손실규모가 가장 컸던 우리은행은 지난 16일 소비자 자산관리 혁신방안을 내놨다. 이 은행은 전문성 및 객관성을 높이기 위해 상품선정위원회 외부 전문위원을 영입하고 위원회 책임자를 부행장급으로 격상하기로 했다. 이와 함께 현재 WM그룹과 신탁연금그룹의 자산관리업무를 상품조직과 마케팅조직으로 분리한다.

PB고객 전담채널을 늘리고 PB검증제도를 신설한다. 고객케어 강화를 위한 전담조직인 '고객케어센터'를 신설하고 '해피콜 100% 완결제도'를 도입해 불완전판매 가능성도 줄인다. 특히 고령층 등 금융취약계층에 대해선 판매 즉시 해피콜을 의무화한다.

우리은행은 '투자 숙려제도'와 '고객 철회제도' 도입도 검토할 예정이다. 불완전판매를 막고 소비자의 선택권을 강화하기 위한 것이다. 한 예로 공모펀드의 경우 펀드 매수체결 후 15영업일 내 가입자의 이의제기나 은행의 자체점검을 통해 불완전판매로 확인되면 가입자피해 구제를 강화하는 식이다. 이에 더해 올해 4분기 핵심성과지표(KPI)엔 자산관리상품 평가를 제외한다.

KEB하나은행은 17일 △'투자상품 리콜제' 도입(책임판매제도) △고위험 투자상품 판매 후 외부 전문가 리뷰 실시 △완전판매 프로세스 준수를 위한 통합 전산시스템 개발 △딥러닝 AI 기술을 활용한 필체 인식 시스템 도입 △상품도입 절차에 리스크 관리 강화 등 불완전판매 차단을 위한 방안을 시행한다고 밝혔다.

상품 심의 절차는 종전 4단계에서 5단계로 확대해 운영할 예정이다. 상품부서 담당자 검토→투자상품협의체 사전협의→내부통제 부서의 협의 및 상품품의→상품위원회 심의 단계를 거친 후 상품위원회 리스크검토 결과를 리스크관리운영위원회에 보고하는 단계를 신설한다.

소비자보호를 위해선 본점 내 '손님 투자 분석센터'를 새로 만든다. PB 등 직원과의 대면을 통한 투자성향 분석에 더해 객관성 제고 차원에서 본점의 승인단계도 거치도록 했다. 이 밖에 예금자산 대비 고위험 투자 상품의 투자한도도 설정한다. 투자성향 분석 결과 금융소비자가 초고위험 상품을 선호하는 위험등급이더라도 소비자의 예금자산 대비 고위험 투자 상품의 투자 한도를 일정 비율로 설정하는 가이드라인을 마련한다. 또 올해 하반기부터 PB 평가 KPI엔 수익률을 포함한 가입자 관리비중을 두 배 이상 높여잡기로 했다.

KB국민은행도 이달 1일 금융투자상품 판매 및 서비스 체계를 전면 개편하겠다는 계획을 밝혔다. 우선 현 상품위원회의 심의절차를 3단계에서 4단계로 확대해 상품 심의 수준을 높인다. 이렇게 되면 상품부서 담당자 검토→투자상품협의체(신설) 검토→리스크 및 준법 관련 부서 점검→상품위원회 심의를 거쳐 투자상품 출시 여부가 결정된다. 현재 국민은행 상품위원회는 상품전문가, 부동산전문가, 금융시장전문가, 소비자보호담당자 등 다양한 전문가들이 참여하고 있다.

국민은행은 최근 금융시장의 변동성이 커진 점을 고려해 저위험 상품 판매 비중을 높이기로 했다. 채권형 및 혼합형 상품, 포트폴리오 중심의 상품판매를 확대하는 식이다. 이 은행은 투자대상 자산별 특성 및 투자위험을 고려한 상품판매 가이드라인을 수립해 운영한다는 계획이다. 아울러 이 은행은 고객 수익률과 자산관리 중심의 평가 체계를 강화하는 방향으로 영업점 KPI개선도 추진 중이다.

신한은행은 현재 IPS 본부장, 투자상품부장, 투자상품부 부부장으로 구성된 상품회의체에서 상품 정보 공유 및 전행 상품선정협의체 통과 여부를 확정하고 있다. 상품관련부서, 환율관련부서, 리스크관련부서, 소비자보호부서, 전략담당부서, 사업부서, 컨설팅 부서 등 7개 부서가 펀드선정평가표를 작성하고 위원의 과반수 이상의 출석과 펀드선정평가표상 80점 이상의 평점을 취득해야 한다.

이 밖에 신한은행은 '투자상품협의회'를 매 분기 개최해 국내외·자산군별 시황 및 시장-경쟁사 동향 점검에 관한 사항, 전행 투자상품별 상품전략 수립 및 실적 분석에 관한 사항 등을 점검한다. 협의회 의장은 투자상품 위원회 부위원장인 IPS 본부장이 맡는다. 이와 함께 '투자상품위원회'를 통해 금융투자상품 편중방지를 위한 유형별·지역별·기초자산별 판매한도 설정에 관한 사항 등을 따진다.

한국금융연구원 관계자는 "이번 DLF사태를 거치며 일부 은행에서 상품선정위원회 등의 기능이 제대로 작동하지 않았다는 점이 드러났다"며 "금융소비자보호에 대한 인식이 커진 만큼 은행권이 이를 강화하기 위한 자구 노력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hsoh@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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